#Day151. 반성보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왔음을.
#Day151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3.13
반성의 글을 쓰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반성만 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제부턴 반성 대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하려고 한다.
지금은 교회 끝나고 늘 오던 랍슨에 있는 스타벅스에 와있다. 나는 일주일 중 이 시간만큼은 내 시간이라 이렇게 보내고 싶은데 사실 룸메를 데리고 교회에 나가는 것과 이것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물어온다면 할 말이 없기에.. 늘 룸메에게 교회 같이 가자고 권하고 결국 안 가게 될 때가 많아서 또 실망하고 그렇게 또 나는
스타벅스에 와서 글을 쓰고 있고. 매 주마다 사실 반복이었다. 불평불만을 해야할지 감사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 욕심. 억지로 하려는 무언가를 내려놔야겠다고.
전도는 늘 자연스러워야하고, 꼭 나를 통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갈 수 있는거니까 나는 그냥 '시도'만 해도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몸만 교회에 다니는 십 몇 년, 거의 이 십년동안 하나님은 나를 기다려주셨으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하는 게 맞는건데 '도대체 언제까지니이까'라는 물음이 자꾸만 스물스물 올라온다. 고작 몇 달인데 왜 이렇게 맘이 그냥 그렇고 그런지 모르겠다.
오늘은 사실 대학교 동기랑 약속이 잡혀있었다. 한국에 잠깐 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친구인데
가기 전에 한 번 우리 교회에도 올 겸 나도 만나면서 그동안 말로만 하자던 티타임을 갖으려고 했다. 근데 그것도 나때문에 결국 취소. (미안ㅠㅠ)
최근 한 달 동안 정말 몸이 안 좋았다. 오죽하면 병원 대신 마사지샵에 갈 정도였겠냐만 정말 정말 엄마가 맨날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했을 때 매일 아프니까...라고 치부해버린 내 자신이 생각나버려서 많이 죄송했다. 여기와서 느끼는 건 평소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더 더 더 더 더 소중함. 이거 아마 꽃보다청춘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정말 딱 딱 딱 그거다. 그래서 나왔나보다 싶을 정도로 '특훈'하던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는 가족들을 더 애타게 소중히 여기게 될 것 같다.
몸 아픈 얘기를 계속 해보자면 몸살에 근육통에 두통에.. 그렇게 한 주 아프더니 이번엔 또 생리기간.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정말 딱인 이 기간은 나중에 내가 좀 더 커서 엄마가 되면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감사해야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무언가겠지만 일단 적어도 지금은.... 지긋지긋하다, 정말..
여행 중에도, 아니 심지어 전쟁 중에도 그걸 했어야만 하는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산 거지? 하고 정말 아플 땐 가끔 옛날 옛적의 생리대가 고급지지 못했을,
그냥 '구림' 그 자체였을 시절(아기들 기저귀로 쓰이는 수건을 썼다고 할 지라도 그 불편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의 여자들에 대해
깊은 경외감부터 괜한 미안함까지 든다. 게다가 나는 만성장장애도 있지 않은가. 위장장애라고 해야하나. 무튼 위는 그렇다치고 이놈의 장 때문에 한국의 딱 2달간 먹었던 그 한의원의 약이 너무나 그리워져 어쩔 땐 그냥 한국가서 건강 챙기다가 취업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하하...)
밴쿠버에서의 5개월을 돌아보니 그냥 어두운 영혼이 되어 십자가 앞에 엎드려져야했던 순간들, 캐나다의 느림에 묻혀 게을러진 라이프사이클,
돈이 없고 날씨가 구려서 못 갔다고 한 건 핑계고 사실은 그냥 내가 게을러서 밴쿠버 생활을 더 즐기지 못한 후회...
그냥 그걸로 가득차있었다. 내가 집에 틀어박혀 해야할 건 '반성'밖에 없다는 걸 증명하듯 정말 나는... 그랬다.
근데 그렇게 만든 건 결국 나. 아픈 한 달이었지만 그래도 이 한 달 동안은 나름 영양가 있는 것들을 했다.
지난 포스팅에 썼듯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QT하기, 한국에서 따온 인터뷰 타이핑, 밴쿠버 생활 기록하기, 미드 보면서 표현 공부하기,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읽기' 총 5권의 책을 읽었는데 2권은 아픈 중에 읽었으니까 그래도 나름 아둥바둥 그렇게 살았다.
딱 한 마디로 내 밴쿠버 워홀 생활은 마치 밴쿠버 날씨와 같더라. 원래 뭐 나 자신 자체가 마치 조울증처럼 확 좋았다 나빴다 한 것도 있고 보통 열정이 팍 올랐다 내려갔다 할 때가 있듯이 밴쿠버 날씨 역시 그런데 몇 일은 비가 그렇게 왔다가 몇 일은 또 쨍-하고 마치 여름처럼 그렇게 캐내디언들의 마음까지도 들었다놨다하는 걸 보고 여기.. 진짜 '나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토론토에 갔으면 심하게 추위를 타는 나는 분명 더 약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밴쿠버로 와서 감사한 이유 중 하나. 그래서 나는 마치 그 날씨와 한 몸 처럼 그렇게 굴려고 한다. 이제부터! :)
날씨가 좋아지는 밴쿠버. 벌써 꽃이 여기 저기 피어난 밴쿠버처럼 내 워홀생활에도 더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려한다.
그동안 뭐가 없었나 싶었더니 2016년 새해계획을 실행하는 내가 없었고, 너무 장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향한 사랑의 시선이 없었다.
나답게 살려고 왔는데 나를 잃어버리고 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나를 다시 붙잡고, 왜 이 곳으로 보내셨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더 많은 걸 접하러 다닐거다.
계획이 별로였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 또 맞게 수정,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면 된다. 2014년 1월 - 2015년 1월까지 고생고생하며 훈련했던 게 바로 그거 아니였나 스스로 돌아보고, 기적같이 하나하나 일이 풀리면서 워홀 갈 초기비용을 벌면서는 별 알바를 다 경험하며(게스트하우스 스탭, 쌍둥이 베이비시터, 지하철 상가에서 모찌 팔기) 그렇게까지 나를 여기로 보내셨는데 '이유'없이 보내셨을까. 이유없이 정말 쉬라고 보내셨을수도 있는데 그것마저도 하나의 이유가 아닌가.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가고 싶은 곳을 쭉 적어보려고 한다. 또 정리하고 심플하게 줄여나가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욕심부리지 말자.
주신 바운더리 안에서 만족하는 법도 필요하다. 그 안에서의 최상을 주시는 분이 바로 내 뒤에, 그리고 옆에 계시니 :)
'CANADA(2015.10~) >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155. 그라우스마운틴. (0) | 2016.03.22 |
---|---|
#Day152. 사이언스월드, 조포르테 (0) | 2016.03.19 |
#Day148. 특별한 건 없지만 해야할 걸 하고 있는 요즘 근황+ Spring comes♥ (0) | 2016.03.10 |
#Day141. 몸살앓이, 마사지샵(Big Feet) (0) | 2016.03.04 |
#Day135.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 (0) | 2016.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