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_licious worlD

@래이디언트, 군자



#마음 속 이야기



어떤 글이든 쓰고나서야 집에 갈 수 있겠다싶어 3시간 전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로그인 해놓았던 블로그 창을 다시 취업공고 사이트 위로 슬며시 포개 놓는다.

2시간 반 동안 이것저것 정처없이 돌아다닌 취업공고 사이트를 뒤로 하고 내 가장 소중한 마음의 공간인 '글쓰기'에 접속. 마음이 좋다.

적어도 주어진 시간만큼은 이 글에만, 내 감정에만 집중하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기를 바래본다.



2015년 10월 13일 한국에서 떠나 밴쿠버에서의 13일에 도착하여 정확하게 딱 1년 후인 2016년 10월 14일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희노애락을 다 겪고 왔다만 스스로 돌아볼 때도 '괜히' 우울하고 힘든 시간이 많았던 캐나다 워홀 생활이 이상하게도 사뭇치게 그립다. 왜일까.

남자친구를 두고 왔기 때문일까. 나이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일까. 취업 스트레스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 사실 거기서도 난 취업 걱정을 했고, 미래 걱정을 했다.

워낙 미래에 대한 생각을 사서 하는 타입이라. 거기선 해외생활을 그저 즐기고 오란 나이 있는 언니들의 조언과 회사원이 된 친구들의 진심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거기서조차 난 걱정을 했다. 다 지나고보니 그들의 말이 맞긴 맞다. 그러나 그 걱정을 하는 나도 나이고, 여기와서 또 걱정을 하고 있는 나도 나이다.

그냥 나는 나인 것이다.




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까?


내 주변은 믿음 있는 친구들로 가득 차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 친구들, 대학 친구들, 소리드림 친구들, 다시 만나게 된 초등 친구, 그 친구의 소개로 만난 한스까지. 참, 한스는 인도네시아 사람이고 나보다 3살이나 어린, 처음에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지만 그 친구가 한국에 6개월 정도 있을 때 '급' 친해지며 언제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도와주고 싶은 친구로 남았다.


어젯밤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부를 묻기도 했지만 요지는 기도 부탁이었다. 우울할 땐 역시 그리운 친구의 연락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

나는 나답게 또 길고 긴 장문의 걱정 어린 그러나 콩알만한 믿음이 섞인 메시지와 함께 기도부탁을 보냈다. 

결국 다 비슷한 문제였다.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일단은 돈을 벌기 위해 주어진 일을 하게 된다는 그런 말.

그러나 한스는 바로 다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그래도 하나님은 지금 우리 타이밍에 맞게 가장 좋은 길을 보이신다고.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고.

캐나다로 이끄셨고, 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나님이 일하실 걸 믿는다고 했다.


요즘 그랬다. 많이 흔들리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또 끌어온다는 느낌이 있지만 그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고.

대한민국에서는 27살, 여자, 사회초년생, 백수. 뭐 그런 게 내 타이틀이다. 여전히 잡지 에디터에 미련이 있다만 유투브에 관심을 갖고 있고 컨텐츠를 만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싶은 그러나 정확히 어떤 걸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과 목표는 흐릿한 그런 나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론, 아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 모든 생각의 백그라운드는 하나님께 철저하게 의존해있다.

불안한 생각을 말하고, 불안한 마음을 100% 평안하게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이상하게 하나님을 믿어야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강하게 믿어지는 이 마음은 뭘까. 아마도 믿음이겠지. 내가 거부할 수 없는 그런 믿음.

캐나다에서 나의 믿음의 뿌리는 바닥을 쳤고 다시 올라오는 중이다. 그리고 더 강해진다. 그런 것이 하나님이 단련시키는 믿음인가보다.

내가 스스로 바닥을 칠지라도 다시 기회를 주시고 희망과 소망을 주시는.



그러려면 내가 생각한 모든 틀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어쩌면 직업에 대한 틀 마저. 맞다.

날 어디로 이끄실지, 내가 생각한 방향과 내가 바라는 방향과 전혀 다를 수 도 있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 고린도전서 2:9'



생각해보니 얼마 전 상우로부터 뜬금없이 귀국환영이 아닌 '새로운 아이템'이 있다며 다짜고짜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교회 윤주언니로부터도 그랬고. 이 모든 사인이 '좋은 사인'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그러나 조금의 용기가 생긴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그 한 길이 길이 아닐 수가 있다. 지금 내 상황에 적절한 것들을 주시는 것... 기도해봐야겠다. 그만 고민하고.



글을 쓰면 역시 내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된다. 휴. 글도 계속 쓰고싶다. 어떤 플랫폼에 어떤 컨텐츠를 덮어가야할까 고민도 되지만 일단 매일 글을 써보자.





#일상1


이틀 째 아빠 일을 돕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 공감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에 그냥 써본다.

1년이 지난 후 아빠의 얼굴이 많이 헬쓱해졌다. 그런 아빠에게 오늘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낸 것 같다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양심에 찔려 냈다고 쓰게 되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죄송하다. 자식들 때문에 고생하는 거 뻔히 알면서 아빠 일 하나 부탁한 건데 그걸 제대로 못 해서 찡찡거리는 자식이라니.

얼마나 배신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많을까. 부모의 입장이 되어본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조금이라도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서운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럼 또 다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취업 준비를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압박감과 불안감들. 그리고 누군가 무언가를 제안해도 그걸 두 손에 잡아버리면 내 마음 속 꿈을 포기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 이도 저도 아닌 것이 가장 위험한건데 난 26년을 그렇게 선택장애를 겪으며 살지 않았던가. 더 이상 그러기 싫은데 여전히 이러고 있는 날 보면 답답해 미쳐버리겠다. 취업과는 별개로 아빠께서 부탁한 일이라도 잘 도와서 도움도 드리고 해야 되는데.. 그 일로 인해 상대해야 되는 분이 연로하신 분이라 성격도 급하고 그로 인해 내가 괜히 상처를 받는 상황을 마주하니 너무 짜증이 난다. 그래. 인간적으로 싫은 말 조금 해도 싫은 건 싫은거다. 나도 사람이니까.

또 취업을 해서 회사에 간다해도 상처받을 일이 0도도 없겠는가. 사람 모이는 곳에 사랑도 상처도 있는 법이고, 그러면서 깊어가는 거지....라며 위로를 해본다.


  


#일상2


지난 주 주일(16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주는 내 몸을 먼저 챙기는 것. 1년동안 더 심해진 티눈을 빼러 피부과에도 가야하고, 사실 대장검사도 하고 싶다. 그러나 돈이 없는 게 현실. 한의원에 갔더니 가스가 50%란다. OMG.. 살짝 호구조사를 하길래 마치 코미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젊은 한의사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더랬다.


"몇 살이세요?"

"27살이요."

"뭐 하세요?"

"캐나다에 1년 다녀온 이후로 백수에요."(캐나다에서 막 와서라는 말은 괜히 갔다 붙인다. 사실이지 않나ㅋㅋㅋ)

"이게 살이 아니고요. 가스에요. 가스."

"...........(ㅋㅋ크큑ㅋ)아...네."


가스란다. 젠장. 몸이 어디까지 안 좋아진건지. 위장이 정말 많이 안 좋아지고, 쉽게 지치고 피로해지는 걸 느낀다. 특히 27살이 되면서 더 그랬다.

열정페이 40만원에 에디터 어시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은 괜히 오는 게 아니다. 체력을 다져놓지 않으니 하고 싶었던 일도 이젠 겁이 나는 거다.

그래서 또 다른 쪽으로 꿈이 생기는 것도 같고. 인정해야할 건 인정해야 하나. 그래도 기죽지 말자. 일단 치료받을 거 받고, 운동하자. 운동! :D

Slowly But Surely. 요건 정말 절대적으로 잊지 말고 실천하기. 코치님도 38에 시작했다하지 않았나. lol 넌 고작 27 애기다.


무튼 체력방전을 겪고 회복해야지-하고 한국에 와서 또 여러 병원을 다니기엔 막상 부담스럽지만 조금씩 다니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한 명 한 명 그리웠던 사람들 다 만나고도 싶지만 일단 그것보단 내 몸부터 챙겨야겠다. 그게 먼저여야 한다고, 다짐하고 왔는데 벌써 꽤 만나버렸다. 하하하하핳ㅎㅎ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가 그냥 한국 왔다고 몇 명한텐 말하고 있었다. 다시 잠수모드로 들어가야지..





#일상3


다녀와서 내 힘든 시기에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났다. 아직 다 만나진 못했지만 일단 교회 사람들은 조금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 시간들에 대해 인정하고, 나 스스로를 더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커진다.

건강한 마음. 나를 옥죄고, 쪼고, 가라앉히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그런 마음들이 생기는 만남이 소중하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옛날 단짝친구들 처럼 화장실에 같이가자-하고 24시간 붙어있어야만 모든걸 공유하고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몇 달 간 연락이 뜸했어도 다시 돌아와 얼굴을 보면 어제 본 것 마냥 편한, 그러나 마음속으론 애틋하고 고마운 인연들이다.

아. 오글거린다. 근데 난 오글거리는 게 좋다. 헤헤..




자, 이제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이젠 그만 써도 돼.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심히 썼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 날 부터 바로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쭉 지금까지도 아침형인간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시차적응따위... 필요 없을 정도로 시간적으로는 한국에 적응하는 게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마인드는 아직 적응이 잘 안되고 있는 게 맞다. 자꾸 밴쿠버에서의 자유가 자유가 아닌 것 같았는데 자유가 맞긴 맞았다.

처음 3-4일동안은 깨고 자는데 문제가 없어도 내 정신이 붕 떠있는 느낌이 컸다. 누군가와 대화를 해도 자꾸 붕붕-

확실히 한국에 오니 다르다. 정말 내 눈 앞에 취업이라는 단어가 똑똑 떨어져 쿵하고 마음으로 자꾸 부딪히는 느낌.

그러나 내 안에 쉬지 않고 채워야할 마음은 하나님의 평안, 사랑 이런 것들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오늘도 내 삶이 지으신 이의 축복 안에 있음을 믿는,

환경과 상관없이 너무나 기쁜 날임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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