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_licious worlD






#Day88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1.09


날짜체크를 하며 숫자 하나하나를 넘겨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느껴지는 캐나다에서의 삶.

눈 깜짝할 사이에 거진 3달이 다 흘러갔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다들 그런가?



지난 2틀간은 처음으로 오프닝 시간대에 일을 했었다. 첫 클로징은 어떻게 하는 지 트레이닝을 해줬는데 오프닝은 그냥 '이렇게 해- 저렇게 해-'하고

알려주고 넘어갔다. 그래서 매니저 리디아에게 좀 적어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프린트까지 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출근. 캄캄한 새벽에 밖을 나서는 게 얼마만인지, 근 4개월만이다. 아침형인간이라 말하고 다녔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여기 와서 그냥 먹고 자고 일하고를 반복하며 생활한 지 오래다. 내가 얼마나 환경에 취약한 사람인 지 정말 깊이 깨닫고 있다. 꼭 이것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말이다.

여튼 게을러진 나를 푸쉬하기 딱 좋은 오프닝 쉬프트는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에 내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베네핏이었다.


(아이디어가 심플하고 재밌다. 출근 길에 찍어 본 간판)


6시 30분이 오픈 시간이었지만 괜히 늦을까봐 4시 30분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 다행히 눈이 떠져서 그냥 더 잘까-하다가 '일어나질 때 일어나자'하고

일찍 나왔다. 생각보다 버스와 지하철 시간이 딱딱 맞아서 내 걱정과는 다르게 한방에 슉슉- 그래서 5시 55분에 직원용 화장실에 도착했다.ㅎㅎㅎㅎ

평소엔 예일타운에서 애정하는 C23번 버스를 타지만, 이 땐 그 버스를 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맵보면 한 15분-20분 걸으라고 되어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건 아마 캄캄한 밤이라 내 걸음도 괜히 빨라진 탓이다.

막상 출근하면서 느낀 건 새벽이라 왠지 무섭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난 아침형인간이야!!!!!!!!!!!하면서 다시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었다는 거다.

그 시간에 나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정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 평생! ;D 그래야 좀 더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집스런 얼리버드이기 때문이다.

이 얘기할 때 쯤엔 이제 늘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어떤 사람이 이랬다, 아침형인간의 특징은 유난을 떤다는 것. 그 사람 역시 아침형인간이었는데

정말 극공감하면서 웃고 넘겼던 기억이 난다. 여튼 오프닝을 하게 되면서 다시 새벽형인간으로 돌아가자,는 의지가 불끈불끈 생겨 좋았던 이틀이었다.



*

궁금한 분들을 위해 오프닝 때 주로 하는 일을 적어보겠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네,했던 게 정말 클로징엔 모든 걸 다 헹궈내는 일이고 오프닝엔 모든 걸 다 세팅해두는 일이다.


1. 에스프레소 세팅(린스, 에스프레소 세팅)

2. 블랙티,패션티,그린티 우려내기 & 아이스커피 내리기

3. 미디움 & 다크 로스트 내리기

4. Pastry 세팅

DONE!



어연 2달을 스타벅스에서 일하니 음료 만드는일도, 쓰레기 비우는 일도, 특정 손님의 유즈얼 음료도 꽤 익숙해졌다.

이 익숙함이 처음의 떨림에 비해서 너무 편하고 좋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다른 잡을 얼른 또 구해야할 때다.ㅎㅎ


열흘 정도 휴가였던 칼로스와 한 달 휴가를 간 새이건이 곧 돌아온다. 아니 이미 칼로스는 돌아왔고, 새이건은 2주 후에 돌아온다. 그말인즉슨 내 쉬프트가 점점 줄어들고 딱 2-3주 돈 걱정을 심각하게 했던 그 때 그 상황 그대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19살, 아니 이번 해 생일이 지나면 드디어 20살이 된다는 다나바나나랑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이랑 다같이 사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 어머니는 멕시코로 돌아가셨고, 오빠랑 둘이 밴쿠버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둘 다 잡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너는 그래도 가족이랑 살잖아-라고 하는 말에 어린 다나는 자기도 집값 조금과 식비를 대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19살, 20살 때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는데, 부끄러우리만큼 번 돈을 먹고 노는데 다 써가며 돈이 없단 핑계로 계속 일을 했었다.

그리고 내 주 고민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까,였다. 모든 게 정말 많이 다르다. 다나는 이미 어린 나이에 많은 것들을 책임지고 있다. 물론 또 교육을 받으러 어디론가 가겠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길이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있는 스무살대는 또 여기 나름대로, 한국에 있는 스무살대는 또 거기 나름대로 힘들게 다들 제 몫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답은 없지만, 아직 10대인 내 친동생들을 생각해봤을 때 가급적이면 다른 길을 살아내도 되니, 어릴 때부터 제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 


결론은 다나도, 나도 스타벅스에서의 진짜 '직장인'들의 쉬프트에 밀려서 다른 잡을 구해야한다는 거다. 흠..ㅎ.ㅎ

정말 부모님 밑에서 아무 조건 없이 집에 눌러 앉아 살았던 게 얼마나... 큰 걸 누리고 살았던 건지, 여기와서 다시 깨닫는다. 그 돈이 정말 제일 큰 돈 인지라 무시하 수가 없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 나이에라도 경험하고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란 생각. 안 그랬으면 훨씬 더 뻔뻔하게 취준생모드인데 건들지마라!라는 식으로 

대들었을지도 모르겠다.(물론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지는 당연한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았을거란 이야기다.)







요즘 내 일상은 '일, 집에서 놀기, 먹기, 2016년 계획 세우기'였다. 그 와중에 삼겹살은 나를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줬던ㅎㅎㅎㅎㅎ

아, 그리고 정보를 드리자면 요 삼겹살은 메인스트릿에 있는 킴스마트에서 금주의 핫세일이라며 2명이서 한 두끼 먹을 정도의 양을 거의 6불에 사온거다 :D

한국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 엉터리생고기(?)란 핫한 가게가 생겼다는 친구들의 말에 사실 저 삼겹살을 먹으면서도 계속 항정살이니, 팔봉산이니, 하면서

한국에 있는 삼겹살 맛집과 더 맛있는 고기들을 생각하며 저걸로 만족하지 않고 더 맛있는 걸 자꾸 ........ 탐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여기 와서 정말 더 많이 먹는다. 다른 글에서 남겼는 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아직 50은 아닌데, 거의 50......49.8이닼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냥 50이다. 몸무게보다도 위에 중요한 부위보다 더 튀어나온 뱃살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식탐은 정말 어디까지일지 나도 모르겠다. 장도 안 좋으면서 밀가루는 또 얼마나 먹는지..ㅋㅋㅋㅋㅋ


원래 한국에서는 장을 고치겠다며 '밀가루 안먹기'가 목표이고, 일주일에 빵 딱 2번만 먹기, 이런 게 목표였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빵을 먹게 된다. 원래 빵순이이기도 했으나.. 그냥 절제하지 않고 먹는다는 건 큰 문제다.

덕분에 유산균도 가끔 챙겨먹고는 있다. 운....운동하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째서 블로그 글 내용이 다 '~~~~하자!'로 끝나게 되는걸까. 



여튼 Nothing special한 일상을 살고 있는데 여기나 거기나 어느정도 삶에 적응해버리면, 어디 새로운 곳에 가고자하는 또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조차 어느새 수그러드는 걸 느낄 수 있다.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한 동물이구나,싶다. 좋고 따뜻한 데가 좋고 그냥 안정적인 공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말이다.

나도 되게 도전적이고, 새로운 걸 좋아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밴시티에서 자꾸 그렇게 축축 쳐지는 나를 보게 된다.

전혀 집순이가 아닌데, 집순이로 만드는 건 밴쿠버의 날씨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그 분위기에 바뀐 걸까?


세이프웨이 직원 중 한 명이 그래서 밴쿠버 생활은 어떠냐고 얼마 전에 물어왔던 게 생각난다. 그 때 나는 조금은 지루하다고 대답했다.

그게 지금 나의 삶이고, 내가 그렇게 주체적으로 지루하게 만드는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서울에 비하면 확실히 느린 분위기고, 좀 더 루즈한 삶이긴 하다.

그리고 밴쿠버의 지루한 일상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듯이 확실히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건 사실이지만, 내가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필요를 느끼는 요즘. 좀 정신차리고 나에게는 Limited time이란 걸 자꾸 상기시킬 필요가 있겠다. 


사촌언니 역시 그런 카톡을 보내왔다. 너가 가기 전에도 말했지만 충분히 누릴 거 다 누리고 즐기고 오라고. 그게 정말 너의 스무살대의 마지막으로 즐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요즘 미생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한국에 돌아가서 조금은 늦.. 아니 솔직히 늦은 나이 27, 28살에 취업준비를 해서 그 사회를 비집고 들어가야한다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내가 9개월 후 한국에 돌아갈 때 후회하지 않는 길은....................

일단 지금 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거다. 그건 변함이 없다. 두려움 대신, 이 곳에 있다는 감사함으로 다시 한 발 한 발, 걱정은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하자!!!!!!!!!!!!!!!!!!!!!!!!!!!!!!!!!!!!!!!!!!!!!!!!!!!!!!!!!!!!!!!!!!!!!!!!!!(느낌표로 의지 다지기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