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49. 오늘자 일기 + 태그로 정리해보는 근황일기(3) -캐나다워홀카페 독자와의 만남
#Day249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6.19
6월 19일, 주일이다. 교회 끝난 후 오랜만에 주일에 자주오던 스타벅스에 왔다. 근 1달 간은 스케쥴이 왔다갔다해서 교회도 토요일날 가는 날이 많았고, 드디어 주일에 교회를 가다니 예배를 더 제대로 드린 느낌이라 감사하다. 아, 근데 자꾸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헸다.
제발 오늘 일에선 안 아파야 되는데.... 긍정긍정! 아프지 않기를..ㅠㅠplz..... 아까 여기 도착하자마자 세이프웨이에서 몇 일 일하고 그만두신 한국인 언니를 만났는데 역시 밴쿠버는 좁다. 마치 종로, 명동같은 규모같달까? 그것보단 크겠지만 여튼 같은 사람 또 보고 또 보고 할 때가 꽤 있다.
.......4줄 쓰고 배가 급 아파져서 화장실을 가려했으나 화장실 기다리는 줄까지 생길 정도로 너무 많아서 쿨하게 스타벅스에서 나와 세이프웨이로 왔다^^...
이렇게 내 인생은 날 가만두지 않는다. 코미디다 코미디. 아무튼 오늘도 역시 클로징을 4시에 시작해서 9시에 끝내는 5시간 쉬프트인데, 잘 할거라고 믿는다.
아자아자, 갑자기 볼일 보던 중에 아빠한테 카톡이 와서 울컥했다. 울컥하는 순간도 무슨 코미디임ㅋㅋㅋㅠㅠㅠㅠㅠㅠ웃프다.
"아프다며"
아빠의 나름 쿨한 4글자와는 다르게 엄마에게서도 카톡이 와있다. 뭐 챙겨먹고, 뭐 챙겨먹고 옷 따뜻하게 입고 #*#&$~~
결국 두 분 다 날 걱정하고 있다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보내신 메시지. 마침 오늘은 Father's day. 아빠께는 어제 홀스푸드에서 샀던 Happy father's day 당근케익 찍었던 사진을 보내드렸다. 아빠께선 어제 강산이(남동생)랑 너 얘기를 좀 했었다고, 그 녀석이 널 경외하더구나,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울컥한 부분은 사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우리 삼남매는 진짜 진짜 진짜 친하다. 9살, 11살 차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치한건지 걔네가 성숙한건지 (아마도 전자이겠지만) 어찌됐든 감사한 건 정말 친하다는 사실인데 요즘 호텔알바를 나간다던 고딩남동생은 너무 힘들어서 이제 안 하려고 한다고 하고, 막내는 평균이 80점을 넘겼다며 축하를 바라는 그런 귀염둥이들이다.
이 얘기를 갑자기 왜 꺼냈지? 그냥 이곳저곳에서 Father's day하니까 가족이 보고싶어지는 그런 날이었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같이 일하던 리디아는 가족들이랑 디너를 한다고 했다. 엄마아빠께서 이혼을 하셔서 두 가족이 있는데 양쪽 아빠를 다 챙겨드리는 모양이었다.
2개의 카드를 준비했는데 하나는 꽤 성의있게 글을 썼고, 하나는 그냥 LOVE YOU라고만 써있던 게 괜시리 내 마음을 쿡쿡 찌른다.
그냥 온전한 가정이어도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자라는가, 생각해봤을 때 갈라지고 깨진 가정에서 나오는 상처들은 분명 그 이상으로 힘든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도.. 점점 자라면서 느끼고 있다. 자녀의 입장에선 조금 더 많이 자라봐야 그 이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리디아가 오늘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저녁은 내가 다 사야돼. 오마이갓!!!!!! 돈 엄청 나갈 거 같아.ㅠㅠ또르르.." 레스토랑에 들러서 차이니즈푸드를 싸가서 먹을 예정이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엔 어버이날이라고해서 부모님을 한 번에 축하해드리는 날이 있다고 하자(사실 어머니 날 때도 말했던 적이 있지만 ㅋㅋㅋㅋㅋㅋ)리디아 특유 리액션을 하며 우리도 그렇게 한 날에 축하하는 날로 바뀌어야한다며 극공감을 해주었다.
또 나는 반대로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축하받는 일 역시 굉장히 좋은 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다. 조금 더 집중해서 엄마의 날엔 엄마에 대해서만, 아빠의 날엔 아빠에 대해서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해서 말이다. 그런데 서로가 불편한 일일 수 있거니와...
#독자와의 만남
(캐나다워홀카페에 연재중인 내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주신 고마운 분, 그리고 지금은 동갑내기 친구!)
2016.06.06 월요일
캐나다 워홀을 시작하는 동시에 블로그와 네이버 캐나다 워홀카페에 꾸준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뜸하게 올리 때도 많았지만 8개월째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하게 되는 요즘이다.
6월 초쯤 글 3개에 연달아 댓글을 쭉 달아주신 분이 계셨다. 누가 댓글달면 내소식 메뉴에서 딸랑-하고 알람이 뜨도록 되어있는데 내리 똑같은 닉네임을 가지신 분이 '잘 보고 있다, 공감간다, 감사하다'라며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 고마웠었다. 근.데 오잉? 갑자기 쪽지가 왔다.
그것도 나름 긴 장문의 쪽지. 단순히 워킹에 대한 정보나 경험 얘기가 아니라 진실한 내면을 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보면서 눈물이 났다. 시간이 되면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 나도 그 쪽지를 보는데 울컥했다. 온 지 3일밖에 안되었다는 워홀러의 쪽지에 왠지 내 힘들었던 시간을 누군가 알아주고 이해받는 느낌이었달까. 또 하나 우리의 공통점은 신앙이었다. 만약 그 얘기가 없었다면 만나는데 주저했을지도 모르겠다.
Tada!!!! 결국 만났다. 감사하게도 서로 근처에 살고 있어서 귀차니즘따위 없이 나갈 수 있었다.
막상 만나서는 부끄러워 얘기 안 했었는데 첫인상은 완전 패셔니스타(엄지척^0^b)였다. 개인적으로 옷 특이하게 입고 잘 입는 사람 구경하는 거(힐끔힐끔) 되게 좋아하는데..,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옷 잘 입는 사람들 보면 그 다음에 그 사람의 스타일이 어떤지 유심히 보게 되는 그런 거.. 그러고 싶었던 친구였다.
그리고.. 왠지 글로만 소통하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만난다는데 추레하게 나가면 안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에 편하게 입은듯 화장은 다 하고 렌즈까지 끼고 나갔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고 있는 나도 뭔가 웃겼다. 원래 오래된 남자친구 만나러 나갈 때보다 여자들끼리 걸스토크하러 나갈 때 더 꾸미는 법!
동네에서 만나니까 캠비 쪽(브로드웨이 방향)이나 메인스트릿으로 가면 좋겠다싶어 얘기하다가 메인스트릿으로 결정!
워낙 유명한 카페들도 많고, 아기자기한 소품, 팬시샵, 북스토어, 맛집도 많은데 사실 나도 가본 데만 가봤지 잘 안 가봐서 어딜 데려가야할 지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스트릿에서 꼭 한 군데를 데려가야 한다면 49th Parallel Coffee & Luckys Doughnuts 아니겠는가?
가는 길에 10분 정도 걷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넘나 더워서 , 일부러 밤에 샤워 안 할라고 급하게 씻고 나왔는데... ㅠㅠ
그렇게 메인스트릿에 도착해서 3번 버스를 타고 갔다. 길치인 나는 반대방향으로 인도하다가 '엇. 잠깐만 반대로 가야된다'하고는 조금 더 걸어 도착!
여기서 잠깐, 도넛 맛에 대해 예찬하고 넘어가야겠다....★
올드훼션드랑 마차 도넛을 뙇!!!! 시켰는데......................녹차맛 도넛이 이렇게 맛있다니.....................
일단 녹차맛 도넛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거고................... 쫀득한 도넛 안에 녹차맛 크림까지 모든게 완벽한 맛이었다. ㅠ_ㅠ♥♥
이 날 이후로는 요 도넛을 계속 먹고싶어하다가 어제(6월 22일) 드디어 재회하러 갔는데 역시나 맛있다. 1인 2도넛 정도 해줘야 만족할 정도로 맛있는 도넛집 강추!
물론 커피도 맛있다. 냠냠.. 스타벅스에서 일한다해도 원두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이건 좀 다른 맛이다. 더 맛있다.'정도만 느낄 수 있는데 원두 자체가 그냥 다른 느낌. 넘나 맛있다. 같이갔던 독자분(친구) 경우에는 이미 커피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는 듯 해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한국에서 카페 직원이었단다. 역시 bbbbb!!!
내 글을 읽는 독자와의 만남이라니! 오묘한 느낌
비슷한 사람을 만난 반가움(격한 공감, 게다가 동갑!)
타지에서 처음 만나 신앙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는 것
미리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눌 수 있고, 알려줄 수 있는 정보나 경험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러쿵저러쿵하기보다 우리의 만남을 저 4가지의 문장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내 글을 읽는 독자와의 만남이라니! 오묘한 느낌.
예전에 패션매거진의 피처에디터를 꿈꾸며(지금도 한 쪽에 갖고 있는 마음이지만) 한창 열심히 패션이건 뷰티건 그냥 그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밤새며 작업하던 시절이 있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어설픈 리뷰를 적어가던 그 때. 생각해보니 엘르에서 주최하던 그 때 그 엘르엣진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대인관계를 넓혀갈 수 있었고, 학교 안 울타리에서만 만나는 친구나 선배, 후배가 아닌 조금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나 언니, 동생들을 많이 만났었다. 물론 안타까운건 일회성 만남이나 그냥 몇 번의 만남 이후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그 때 나에게 없었던 것이라면 그런 인맥들의 소중함을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거나 눈에 띄게 행동하거나 그러질 못했다. 용기도 없었고, 날 사랑하는 마음 또한 많이 부족했기에 그 누군가를 품을만한 사람 역시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젠 나의 나됨없이, 또 사람없이 살 수 없다는 걸 아는 지금. 나는 조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쪽지로 관심을 보여준 친구를 만나는 것이 더 이상 불편하거나 흥미없지 않고, 오히려 두근두근 거리는 걸 보면 :D
그런데 실은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다니...'였다. 그럼에도 내가 나눠줄 이야기들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가 없었다.
그 친구는 이제 막 시작한 3일차 워홀러, 나는 8개월을 산 워홀러이기 때문에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완전히 무의미하진 않다는 것.
게다가 이젠 타지에서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난다면 그게 한국인이든, 캐내디언이든, 아시안이든 그런 게 다 뭐가 중요한가라고 내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오기전까지만 해도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들하고만 지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나름 나이 먹었다고 언제 어디서 그 사람들을 다시 마주칠지 모르고, 어떻게 영향력들이 오고 갈지 모른다는 게 내가 진짜 사는 삶이라는 걸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또 가장 솔직한 이유는 '내가 외로워서' '내가 그만큼 내 이야기를 완전히 터놓고 할 친구가 필요해서'이다.
이야기가 새기 전에 얼른 마무리 하자면 이 만남이 그냥 친구소개로 만난 친구와의 만남이 아니어서 더 신기하고 새로웠다.
난 그냥 수많은 블로거중 하나이지만, 내 글을 몇 개라도 읽어주고 공감하고 눈물까지 흘렸다는 독자(?)와의 만남. 돌아보니 엘르엣진 때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사람들하고의 만남이 아니라 정말 이건 1:1 순전히 워홀카페의 글을 통해서만 만난거라 더 특별했던 것 같다.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단 한 명만 있어도 그걸로 내가 글쓰는 행위가 가치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게 현실로 다가오다니, 조금 더 벅차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 마디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아, 그래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있구나. 위로가 되고 있구나. 내 무너졌던 시간들도 다시 일어난 시간들도 공유하면서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구나"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떨리고, 신나고, 살짝 두렵기도 한 그런 오묘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비슷한 사람을 만난 반가움(격한 공감, 게다가 동갑!)
처음 만나는 누군가를 대할 때 우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알게 모르게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대화해도 척하면 척- 알아듣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끼리끼리'만난다는 말 있지 않은가. 마치 그 말처럼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인데 너무 비슷해서 '소오름'이 돋았다.
그래서 감사했다. 만난지 몇 시간만에 우리의 대화에는 신앙 얘기, 친구관계 얘기, 워홀을 올 떄의 심정에 관한 얘기, 주변 반응 등에 대해 깊게 깊게 나누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 역시 비슷함에서 나오는 친밀함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느새 내 주변 인간관계를 돌아보니 '모 아니면 도'의 느낌으로 친한 사람들이 갈린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한 쪽은 나와 꽤 비슷한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나와 정 반대의 사람들로 나에게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고 때론 정말 쿡쿡 쑤시는 말들로 내 마음까지 후벼파는 상처들을 남기기도 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과 몇 년을 알고 지내니 그들이 했던 말들이 결코 내가 무시해야하는 말들이 아니라 나에게 약이 되는 말들임을 깨닫게 되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런 친구들하고만 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지해주고, 용기를 주는, 너무나 비슷해서 같이 힘들어하다가도 곧 또 힘을 내게 되는 비슷한 사람들도 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이 친구는 나랑 완전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정말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
그렇게 나는 이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공감의 힘을 또 느꼈다. 내가 계속 무언가 창조하고, 글을 통해 표현해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 공감의 힘. ;>
그 공감 속에는 위로라는 힘이 있고, 또 새로운 영감의 통로가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의 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친구의 연이 되어 나중에 한국가서도 쭉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되고싶다. 또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마 우리 둘 다 각자의 1년을 보내고나면 또 격하게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 샘솟지 않을까.
타지에서 처음 만나 신앙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는 것
긴긴 시간동안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내 신앙생활에, 아니 따로 구분 지을 것 없이 그냥 내 삶에 큰 건지 전에는 전-혀 몰랐다. 아무리 내가 공부를 하는 시간이 많아도 주일 단 하루동안은 계속해서 교회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랫동안 인간관계를 맺어온 교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2014년도 2월~2015년도 1월까지 영어공부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먼 땅에 홀로, 교회 공동체 없이 산다는 게 힘들다는 걸 어쩌면 이 순간들을 통해 더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초반엔 왜 그럴까 왜 그럴까하는 생각들이 날 힘들게 했다면, 이젠 그것들이 왜 그랬고.. 내 실수로 인한 것들, 또 내가 묶여있던 것들이 뭔지 다시 스스로 보게 되고 또 그걸 극복해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다시 용기를 갖고 평안한 마음을 되찾은 요즘이었다.
그 와중에 이 친구를 만나 다행이다. 어두울 때 만났으면 만날 마음도 없었을테니까.
타지에서 신앙 이야기를 할 만한 친구들이 없다는 건 힘들다. 물론 한인교회를 추천 받아 거기서 잘 생활하는 것이 꽤 일반적이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한인교회 몇 번을 가보고 그냥 이번 1년은 현지교회를 다니며 혼자 생활하게 되어버렸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이것저것 고쳐서 생활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일단 생각하지 않을거다.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주신 것들을 미션으로 여기고 잘 살다가고싶다. :D
여튼 이 친구의 쪽지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접하게 되었고 그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연애를 하게 되면서 힘들었던 마음들을 나누고, 그 안에서 하나님과의 관계, 왜 나를 여기로 부르셨을까, 굳이 그런 것들을 경험케 하셨고,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신앙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 것에 대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히려 이 시간들을 통해 내가 한국에서 누렸던 공동체 속에서의 사랑의 소중함을 더 사모하게 되었다. 반대로 교회에 처음 나갔을 때의 어색한 분위기, 내가 새로운 공동체에 낄 때의 내 모습, 현지교회에서의 예배 분위기 등 새로운 느낌도 배웠고, 아주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건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걸 느낀다.
이 친구는 일하는 곳에서 보스가 크리스찬이라 나가게 된 경우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님은 내 생각보다, 내가 제한하고 있는 나의 아주 작은 생각보다 훨씬 크신 분이라는 걸 내가 무시하고 있진 않았는지.. 또 내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전하지 않으면서 '선교'를 생각하고 갔던 것 역시 달리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러니였다는 것도..(이건 좀 전에 한국설교 들으면서 느낀거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이 통로, 저 통로를 통해 일하심을 느꼈다.
미리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눌 수 있고, 알려줄 수 있는 정보나 경험들
특별한 경험을 위해 왔지만 실은 이 곳도 별 다를게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워홀러들이 조금 정착하고나서 혹은 얼마안되서 느끼는 부분이다.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별 다를게 없구나' 나는 2015년 10월, 밴쿠버에 발을 딛자마자 오자마자 오락가락하다 좋았다 나빴다하는 변덕같은 날씨에도, 우중충함과 우울한 날씨가 반복되었던 레인쿠버일 때도 열심히 다운타운을 돌아다녔었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까지 1년 살아보려고 나왔는데-'라는 마음에서였다.
하루하루 아까울 것 같았다. 무울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제발 그런 마음으로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헌데 이 친구는 오면서도 그렇게 '우왕- 해외다!!'하는 마음보다는 이미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크게 다를까하는 마음, 또 별 감흥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나니 이젠 어딜가도 '사는 사람'처럼 살면 정말 별 게 없겠구나싶기도 하다. 그냥 다 똑같이 '의식주'의 반복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얘기 왜 했지? 그냥 쓰고 싶었다. 썼다 지웠다했는데도 자꾸 쓰게 되서 그냥 적어놓기로.
소제목처럼 내가 200일 정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 경험이 성공이다- 실패다-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그냥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만족하느냐 아니냐에 대한건데 원래 생각했던 내 워홀생활이랑은 전~혀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 생각하지 않지만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스스로 피드백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했다. 그래서 그렇게 다들 경험 경험 하나보다싶다. 잘했든 잘못했든 거기서부터 배움이 시작된다면 버릴 게 하나도 없구나 뭐 그런거다. 그러고보니 어제 봤던 김혜자 선생님의 '디어마이프렌즈' 드라마 관련 인터뷰 속 내용이 생각난다.
다 지나고보니 삶의 어느 부분도 하나 버릴 게 없었더라는. 그렇게 떠올릴 수 있는 인생이면 좋을 것 같다.
이 워홀생활도 나중에 다 지나고나면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자꾸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데... 결국은 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적은 쉬프트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것, 내가 내 권리인줄도 모르고(망각하고^^) 착한척했지만 결국 내가 바보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경험, 연애 경험 등...ㅋㅋ
거기로부터 뭘 배웠는지 나누기 위해서 그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습관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니 소소하게 사진이라도, 일기라도 적어보자.
이 글을 시간날 때마다 조금조금씩 쓰다보니 열흘을 썼다. 헐?..ㅠㅠ 사실 지금 6월 28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10분이당...ㅋ
드디어 낼은 오프!! 밀린 포스팅 언제 다 쓰냐아아아앙아아 싶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써보자!
Anyway! 이 글의 결론은 '독자만나서 행복한 하니' '게다가 동갑이고 잘맞는 친구라 더 행복한 하니' '역시 언제 어디서 인연이 될지 모른다는걸 깨달은 하니'....★
캐나다 워홀카페에 급 감사를 전해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다. 감사합니다♥ 진아야 용기내서 쪽지준 거고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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