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_licious worlD

 


 

 

36th day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새벽 3시30분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8시 30분쯤 잠깐 깼다가 9시 40분쯤 다시 잠들어서 11시50분쯤 일어났다.

한국에선 5시간-6시간정도 잤다면, 여기서는 건강을 위해서 8시간은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치만 중간에 1번씩 깨게 되는 건 한국에서와 같이 자꾸

불끄는 걸 잊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요세 8시가 넘으면 눈이 떠진다. 역시 난 아침형인간!

 

여튼 잠깐 깼을 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몽롱한 정신을 깨운 다음, Meet up 앱을 들어가서 수요일 리스트를 체크했다.

(MEET UP이 뭐지?하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앱스토어에 가서 검색한 후 다운받고 계정을 만들고 살펴보기를 권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RSVP를 2-3번 정도 눌러놓고도, 한 번도 못갔었다.

당연히 '영어'를 위한 Meet up이므로 Conversation Club 혹은 ESL Club 위주로 보고 있었다.

근데 서칭을 해보니 오히려 캐내디언이나 현지인들과 교류하려면 진짜 자기 취미생활이나 관심사를 따라가는 게 Native랑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한 말인데(왜냐하면 한국인도 외국인을 만날 의향 없이 온전히 한국어 공부를 위해 모국어 컨버세이션 클럽엔 나가지 않을테니까.)

조금 주저하게 된다. 딱히 전문지식이 없어서 그런가..? 어떻게 영어로 비즈니스를 논하는, 혹은 문학을 논하는 자리에 가겠는가.(자신감 상실ㅋ)

그.치.만 Jam club은 너무 가고싶다. 사실 문화나 예술은 온 세상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운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한다.

오감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거라 그런가? 아니면 내 관심이 온통 그 쪽에 쏠려있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가 이과이고, 무역 일을 배웠고, 그렇게 전문성있는 분야를 공부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900 Howe street인, Waves Coffee에서의 밴쿠버에서의 첫 Meet up.

매일 오후 5시-7시까지 Waves Coffee에 사람들이 모여 영어연습 겸 친구 사귀기 Meet up이 진행된다.

한국에 있을 때 홍대 You are here 카페에 2달정도 열심히 나가곤 했었는데, 그 땐 월요일과 수요일로 딱 일주일에 2틀 3시간정도로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Meet up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의상 커피 한 잔 정도 시키고, 아무 테이블에나 가서 '앉아도 될까?'하고 말을 건네면 그때부터 그냥 시작인거! 다 똑같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스피킹학원을 다녔을 때 동갑내기 헬퍼님이었던 분을 만나서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막 공감하면서 말했던 게 있었는데 여기오면 자동으로 쉽게 친구가 생기고, 되게 나 반가워해주고 그럴 줄 알았다는거.

반가워해주는 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 나에게 있어 밴쿠버는 기회의 땅이고, 내가 그저 웃기만 해도 슬슬 대화가 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몇몇 생길 줄 알았던거. 무슨 심보였을까? 하하하하.

어떤 블로그에서도 그랬듯 친구 사귀기 역시 학원에서 만나는 친구들, 혹은 어디선가 속해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없는 이상

솔직히 친구를 막 쉽게 쉽게 사귀는 것은 본인하기에 달려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내 경우도 한 달이 지났는데, 정말 중년의 아저씨가 혹은 정류장에서 마주친 몰몬교 말 걸어준 것, 교회에서 나오는 길에 어떤 언니한테 말 걸었다가 밥 먹게 된 것 빼곤 딱히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길게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역시........'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건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밋업에 나가도 다들 영어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다국적 친구를 사귀려고 오지 않는 한 아시안이 정말 많고, 콜롬비아,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가득차있다. 그 중엔 영어를 꽤 잘 하는 사람도, 아예 진짜 잘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처음엔 한국 Meet up...같은 느낌도 받았을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MEET UP은 진짜 좋은 연결고리라고 말하고싶었다.

각자가 살아온 방식이나 문화가 너무도 달라서 이야기하는 내내 우리는 각자 다른 상황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게 된다.

나는 그런 것들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그런지 영어로 어설프게나마 우리의 다름을 공유하고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흥미롭다.

 

 

 

 

오늘 진짜로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21살 콜롬비아인 친구와의 대화내용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멕시칸1, 코리안2, 차이니즈1, 재패니즈1, 콜롬비안1 그리고 나까지 총 7명이었다. 처음엔 한국분들도 너무 반갑고 대화에 끼려고 그냥 듣고, 맞장구치고,  기본 소개를 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그러다 옆에 있던 콜롬비안과 학교, 전공, 문화,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중엔 결국 둘만 대화를 하게 되었고, 솔직히 좀 눈치보였던 것도 없지 않았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학생비자로 있어서 나는 일을 할 수가 없어. 근데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여기서 인턴십을 할거야. 만약에 안된다면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은 없고? 돈은 부모님이 서포트해주시는거겠네?"

"응. 이미 여기오는 데 너무 많이 돈을 쓰고 있어서 다른 데 가진 않을 거 같아, 부모님께 정말 많이 감사하지... 정말 정말!"

 

"한국 시급은 얼만데?"

"6-7달러 정도? 여기에 비해 많이 낮지"

"WHAT????? 우린 커피를 사먹어도 3배고, 모든게 3배정도야, 이해가 되?"

"아.. 그치, 우리도 생각해보면 시급이 많이 올라갔지. 근데 물가도 꽤 비싸고...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은 거 같아. 사실 난 잡지에디터를 하고 싶었는데,

그 일도 진짜 시급도 못받을 정도로 굉장히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해. 문이 좁기도 하고."

"그래? 좋은 직업같은데?.. 아, 한국 친구들한테도 들은 적 있어. 굉장히 많이 일하고~ 콜롬비아도 밴쿠버처럼 8시간 일하는 게 맥시멈이거든"

"심지어 많은 회사들이 야근수당도 안챙겨준다니까. 물론 나쁜 점만 말하는 걸 수도 있는데.. 솔직히 그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하진 않아."

"응. 들었어. 근데 콜롬비아는 좀.. 뭐랄까..임금도 굉장히 낮고, 그렇지만 대부분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아. 문화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비교를 많이 하지 않는 거 같고, 인간관계도 굉장히.. 가깝고, 약속을 잡을 때도 진짜 즉흥적이고, 그치만 그걸 되게 좋아하고 즐겨. 예를 들어서 이런거야. 갑자기 지금 '야.우리 쇼핑갈래?' '어?그래 좋아 가자가자~~예~' 정말 갑자기고, 플랜에 없었던 건데도 그냥 바로 예스~하고 즐겨."

 

나도 즉흥적인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콜롬비아의 그런 문화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치만 한편으로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 혼자서 뭔가 하는 건 즉흥적으로 잘 하는데, 남이 시간을 내달라고 할 때 혹은 내 인생을 살 때는

굉장히 치밀해하고 싶은.. 경향이 늘어가는 걸 느낀다. 그치만 여전히 즉흥적으로 걷고, 약속을 잡고, 그런 내게 콜롬비아의 문화는 흥미로웠다.

 

그러고 계속 자연스럽게 콜롬비아와 한국, 그리고 여기 밴쿠버의 생활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진짜 관광경영을 복수전공했다고 어디가서 감히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나는 세계지도에, 국제 정세에 대해 까막눈이다.

글도 글이지만, '여행', '경험'을 통한 배움이 훨씬 더 오래남는다더니..진짜 현지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는 건 진짜 '공부'다.

 

"내가 알기로, 남미는 위험하다 들었는데..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어때? 콜롬비아는?"

"봐봐. 내가 듣기론 한국은 세계에서도 굉장히 안전한 국가라고 들었어. 근데 왜일까? 우리나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 먹을 게 없어서 굶어야하는 홈리스들. 그러니까 그들은 자꾸 관광객들의 핸드폰같은 걸 훔치려고 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밴쿠버에 있는 홈리스들처럼 마약을 위해 돈을 구걸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들은 정말 정말 배가 고파서 돈이 필요하니까 물건을 훔쳐 파는거고. 내 말 뭔지 이해가지? 홈리스들이 정말 많지만, 그 동기는 완전 다른거야. 사람을 죽이거나- 뭐 그런 범죄가 아니라 정말 가난하니까 그냥 돈이 필요해서 자꾸 훔치는거지."

 

 

나는 그동안, '남미'는 위험하다. 핸드폰을 갖고 다니다가 누군가 낚아 챌 수 있다. 아니면 그냥 위험하다고 하니까 '성범죄'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정말 이건 그냥 단순한 사고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호기심에 'Why?"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술렁술렁 넘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하고,

나중엔 내가 미안하다고, 솔직히 난 콜롬비아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다음에 너 만날 땐 내가 서칭하고 만나겠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물론 그 친구는 당연한거라고~  그랬긴 했지만, 관광을 공부했던 학생으로서 그런 흐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게 너무나 부끄러우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또 내 양심을 쿵-하고 건드렸던 이야기를 꺼내는 이 친구.

 

"또 뭐가 다를까. 아. 음식 버리는 거.한국이든, 일본이든, 캐나다든 대부분 음식을 남기면 휙- 버려. 근데.. 콜롬비아에서는 진짜 비윤리적인 행동이야. 부자든, 가난하든 절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지 않아. 킵해두고, 다음 날 먹지. 정말 박테리아가 든 음식이 아닌 이상, 음식을 버리는 건.. 다시 말하지만 비윤리적이야."

 

"나도 실은 봉사에 관심이 있고, 사람사는 거에 관심이 많아. 그래서 먹는 걸 버릴 때마다 굶어죽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는데...하고 생각해서

다 먹을 때도, 아니면 가끔 레스토랑에서 남은 음식을 싸가서 먹기도 하는데.. 그냥 또 시간이 지나면 아무 생각없이 먹고 버리고 하게 되는 거 같아."

 

옆에 있던 그 콜롬비아인 룸메인 일본인 켄조 역시 거들었다.

"맞아. 일본도 그래."

 

"그래. 굶고 있는 홈리스들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봐. 처음에 음식 버리는 거 보고 많이 놀랐어."

 

 

 

밥 먹으면서 일본에서의 1인 레스토랑 문화, 팁, 취업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지만 더 자세한건 다음에 만나서 인터뷰를 한 후에 나누도록 하고!!!

아! 인터뷰 얘기! 내 인터뷰 프로젝트에 대해서 일부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너가 괜찮으면 해줄 수 있겠냐고 하면서 그 취지를 막 되도 않는 영어로 설명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며.. 진짜 흥미롭다고!! 당연히 해야지!하면서 너무나 흔쾌히 ㅜㅜㅜㅜ게다가 끝까지 그 인터뷰 너무 interesting!!!하다며 반응해줬다.

얼굴도 마음도 훈훈한 이 친구...... 너 이렇게 착해도 되는거니........ㅠ.ㅠ!!!!!!!!?????

 

 

 

아, 그리고 저 콜롬비안친구는 영어를 나름 유창하게 잘했는데...

내가 어떻게 공부했냐고 하니까 그냥 Just speak a lot!!! a lot~ 이라고 했다. 반면에 나는 옆에서 계속 말붙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일본인은.. 그저 열심히 듣고, 부끄러운지 조금씩 반응을 하고 있었는데..

물론 요즘 학원도 다녀보고 싶고(고작 1달되었는데 좀 천천히 생각하라고 하지만.. 난 욕심쟁이..ㅋㅋ),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까,했는데

그냥 답은 역시나 소리드림에서 배운 것처럼 자꾸 말하고 틀려도 말하고, 그렇게 늘려가야 하는 거 같다.

대신 바른 표현을 익히는 것, 단어를 늘려가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솔직히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쓰는 말은 늘 비슷하니까. 거기서 손님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은 역시 '나'한테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같이 약 5불이었던 아주 저.렴.한 저녁먹고 바이바이하며 찍었던 인증사진을 남기며

친구 생겨서 진심 행복한 나는 이만 포스팅을 마치고, 날이 너무 좋아서.....(레인쿠버지만 앞으로 일주일은 햇님이..뙇!!! 기상청 믿어도 되는걸까?) 

예일타운을 산책하고 출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