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_licious worlD


워홀러의 삶을 짧게 두 단어로 표현해볼까? 쇼핑과 쿡.

아니, 마트와 쿡으로 정정하겠다. 만약 한국에서 자취생활을 했다면 마트와 쿡 사이에 '배달음식' 또한 빠뜨릴 수 없을거다.

오늘부터 3일간의 오프는 정말 누리고싶은 오프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있고, 그 말인즉슨 일해야하는 이브도 다가오고있다는 말인데

룸메말로는 추워서 마트까지 안 나오고 집에서 파티를 하겠지,라고 했지만 괜히 그 날이 두려워진다.

예전에 다나가 1월 1일에 무진장 바쁠거라고 했던 게 콕 박혀있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해 미리 겁먹은 게 분명하다.


근데 뭐!!!!!!!!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는거니까ㅎㅎ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이 3일간의 오프를 잘 누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오늘은 진짜 안 나갈 기세였다. 타고난 집순이가 아니라서 늘 하루에 한 번은 밖으로 나가야하는 나는 역시나 오늘 저녁 6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이미 캄캄해진 밤에 또 '한인마트' 저렴이판 "킴스마트"를 들리고, 노프릴스까지 찍고 왔다.

정확히 그냥 식재료를 사러 다녀오는 그 시간만 2시간 30분정도가 걸렸다. 오마이..ㅎ0ㅎ



이거 고르고 저거 고르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여기 캐나다에 온 이후로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건 감안하고 있다.

아직도 가끔은 구글맵에 나오는 안내 시간과 다를 때마다 꿈틀꿈틀 화가 올라오려할 때가 있지만, 많이 적응하고 있다.

이 적응은 그냥 '내려놓음'을 뜻한다. '그래, 여긴 캐나다잖아~?' 이런거.

혹여나 버스가 가득 찼다며 Sorry bus full 메시지를 띄운 차 2대를 그냥 보내야할 때도 이젠 ......하.. 그래 여긴 캐나다다...

훨씬 더 서두르지 않은 내 잘못이다.......라며 넘기곤 한다.



다시 마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제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어디 마트가 조금이라도 더 싼지 알게 되었다.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하러 온 워홀러이니 길게 보고 이젠 싼 데를 찾아다니게 된다. 물론 어쩔 수 없을 땐 그냥 산다.

혹은 시간이 훨씬 중요할 땐 몇 백원 혹 천원 차이라면 그냥 사기도 한다.


확실히 세이프웨이는 노프릴스보다 비싸다. 월마트가 있다면 갈테지만 우리 집 가까이 없으니까 패스!



사실 일부러 마트를 안가려고 했던 것도 있는데(자꾸 자꾸 사재기하게되서.............ㅠ.ㅠ)

요리를 자주해주는 룸메가 오늘 뭐가 먹고싶다는 말을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나갔다.


얼마 전 5만원어치 장을 봤는데.. 오늘도 거의 그 정도를 봤다. 댐잇!!!!!!!!!!!ㅠ.ㅠ지갑을 두고 다녀야하나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당분간 출근할 때 무조건 요리해서 가지고 다닐거야.'를 되뇌이며 돌아와야했다.



그래서 오늘 장본 리스트!




온 지 두 달이 넘어가니 가그린도 떨어졌다. 얼마 전 세이프웨이 크리스마스 파티 때 선물받은 원두를 자체적으로 내려먹으려고 여과지도 샀고,

12월 26일까지 꼭 먹어야하는 두부 3개도 1.99달러에 겟했다. 아하하하 ㅎㅎ 




그래서 뚝딱뚝딱 만든 요리는 '떡만두국'과 김치콩나물국!

감으로 물을 넣고 끓였는데 전에 끓였던 떡만두국보다 훨씬 맛있다. 하지만 처음 해본 김치콩나물국은 뭔가........모자란 게...

덜 익은 김치탓이 99퍼인 것 같지만 진짜 뭔가 이상하다. 엄마의 요리가 그리워지고 있는 요즘..ㅋㅋㅋ

갑자기 요리 중에 엄마와 보이스톡을 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루에도 몇 가지의 반찬을 했냐고 엄마는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난 하루에 하나 하기도 벅찬데..... 일주일에 한 두개로 끝인데.. 그랬더니 당연히 너 나이엔 그런거라시며 갱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럴 때 오히려 큰 딸이 옆에 있어주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건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엄마 말대로 건강하게 잘 지내다 가면 되는 거다. 그...근데 내 인생에 몸무게가 최대로 나가는 순간을 맞이했다.

오마이.......ㅠ0ㅠ 첫숫자가 바뀔지도 모르겠다..........정말......크...큰 일이다!!!!!!ㅋㅋㅋㅋㅋㅋㅋㄲ ㅑ!!!

외롭고 고독하면 더 먹게되고, 자연스레 살이 찐다더니.. 폭식이 날 이렇게 만들었... 

그냥 다 내 잘못이고, 조용히 운동이나 해야곘다. 하하.. 호스트 아주머니가 조심하라고 했다...조..조심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승전요리다. 이건 점심먹고 1~2시간 후에 해먹은 아이스크림바나나와플되겠다!(꾸역꾸역 그냥 이름지어내기ㅎ.ㅎ)

오른쪽엔 스타벅스 파이크 플레이스 원두로 만든 미스토가 되겠다 :D

별로일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저렇게 먹으니까 부드럽고 맛있다.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파이크로 바꾼 건 신의 한 수 였다. 예이!

쓴 맛 안나고 신 맛 안나고 그냥 부드러운 파이크 원두 너무 좋다! 

아, 몰랐는데 저거 교환할 때 새이건이 에스프레소 원두 자체는 그냥 다크로스트라고 한다. 오히려 크리스마스 블렌드보다 강할거라고 했다.

뜨든. 몰랐다. 왜 어느정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지? 그건 아마도 아무것도 모른 채 ~~라떼 주세요!하고 시키던 그 에스프레소가 뭔지도 모른 채로

그냥 그렇게 주문해왔기 때문일거다. ㅎㅎ앞으로 커피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다.






음.. 어제 머리를 말리는데 갑자기 아빠 생각이 그렇게 나는거다.

울컥까진 아니었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조금 슬펐다. 지금 잠깐 떨어져있다고 이러는데 나중엔 어떨까,싶었다.

그렇게 영원히 바이바이인 삶은 아직 상상조차 안간다. 아마 이번 주일설교 때 우리는 늘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말을 해서 더 그랬는 지도 모른다.

아무튼 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냐면 아빠는 늘 나에게 잔소리로 '제발 머리는 화장실가서 말려라. 머리카락 떨어지는 거 봐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이 딸의 머리카락을 그렇게 많이 치워주시곤 하셨다. 다 커서 정말 면목없이 굴었다.

그치만 정말 크게 잔소리하실 때 빼고는 끝까지 그냥 내 방에서 편하게 머리를 말리곤 했다.


그리고 머리가 많이 길어진 이후로 자꾸 머리를 말리다가 딴청(보통은 유투브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서핑을 했던 거 같음)을 피우는 거에 대해서

아빠는 불만이 많으셨는데 방문을 벌컥 열으신 다음에 도대체 언제 다 말릴거냐며 왜 쉬었다 말렸다 그러냐고 뭐라하셨었다.

ㅎㅎㅎㅎㅎㅎㅎ사실 여기서도 그렇다. 

다른 사람에겐 제발 빨리 집중해서 머리 말린 다음에  헤어드라이기 소리 좀 안 들리게 하지?겠지만........

나름 난 멀티태스커로 시간을 아낀다며 이것도 저것도 머리 말리는 동시에 뭔가를 즐기는 것 뿐인데....

그래. 사실 다 변명이고! 넋두리고! 아빠의 잔소리가 그립다.



대놓고 한국앓이는 아닌데, 그냥 내 삶에 얼마나 엄마아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인 거 같다.

떨어져 살아보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것들을 새삼 느끼며 꼭 이 워홀이 나에게 성장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3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