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00. 백 일
#Day100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1.21
긴 비행일 줄 알고 쫄아서 눈을 꾸욱 감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눈 떠보니 이미 도착해있다고 한다.
딱 그런 느낌이다. 밴쿠버에서 맞이하는 100일이 오늘이라니. 기쁜 나날을 보냈든, 후회스런 나날을 보냈든간에 265일이 남았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 거다.
일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뭔가를 사서 요리하고 내일 일터에 가서 먹을 점심재료를 준비해두고, 드라마 미생을 보며 속을 쓸어내렸다가 그렇게 나의 하루가 또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야 깨닫는 거다. 멍한 기분 마저 드는 건 왜일까.
정말 금방이다,라는 문장을 나는 분명 10대에도, 갓 20살이 되어서도 썼지만 지금 27살의 나이(..국제나이로 26살이라고 하자..)가 되어서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정.....말 금방이다 / 정말 금방이다 / 정~말 금방이다 / 정~~말 금방이다/ 정~~~~~~말 금방이다 / 헐
마지막인 '헐'이 정말 금방이다라는 말을 한 단어로 표현해줄만큼 시간이 정말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나에겐 '셈'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 가끔 이 '셈'을 못해서 소중한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기도 한다.
자꾸 과거이야기를 꺼내며 그 땐 내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근데 자꾸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만큼 하루를 소중히 보내지 않는 게 아닌지 뒤돌아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가끔 뒤돌아본다. 그리고 채찍질을 한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 오프. 클로징 4시간. 오프. 이런 꿀같은 오프와 일을 하루하루 병행하던 이번 주 초반. 그러나 나는 무지 피곤했다.
피곤했던 이유 중 하나는 소화기관이 많이 약한 내가 여기 와서 밀가루를 더 쳐묵쳐묵했기 때문일거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운동도 했다가 안 했다가 들쑥날쑥. 말로만 했지, 정말 규칙적이지 않게 살고 있다. 그렇다고 밤과 낮이 바뀌진 않는다. 아침형 인간이 맞다.
여튼 어제는 그렇게 내가 스스로 더 안 좋게 만들고 있는 그 속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9시 30분까지 출근인데 새벽 2시 반까지 잠에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며 잠을 자지 못했었다. 그냥 유투브를 보면서 트름을 하기도 하고.. 아무튼 좀 힘들었다. 너무 해서 토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소음인,이란 한방에서의 이론인 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4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성격, 식습관 등을 정리해놓은 것을 봤다. 사실 요즘 관심있게 본 정보이긴 한데 난 아무래도 소음인인 것 같다.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태어난 건 소음인인 것 같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내 패턴도 많이 바뀌었지만 내 속에 내재된 본성같은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여기 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면서 느낀다.
'소심한 나의 모습'이 다시 불쑥불쑥 나온다는 것이다. '누가 안그러겠어'라고 하기엔 영어 앞에서 너무 주눅들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건 아닌지.. 분명 쿨하게 넘기고 온 '취업문제'에 대해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생각들에 나의 걱정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내가 혼자 지려고 했던 건 아닌지. 좀 더 그냥 막 살아도 되는 건데 사서 걱정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을 너무 끙끙 앓고 있던 건 아닌지.
소음인의 특징을 보며 다시 느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정보를 서칭하고 고치려는 것 자체도 이 부류 사람들의 특징일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내 자신에게 하고싶은 말은 '한 단계를 넘어서야 할 때'라는 거다. 20대 초반에 친구를 만나서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20대 중반부터 삶에서 '마무리'해본 적 없던 내가 1년간의 영어공부를 통해 '마무리'하는 법을 배웠고, 공동체의 사랑과 힘을 배웠듯이 지금 이 곳 밴쿠버에 보내게 하신 분명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것. 얘기하다보니 이번 년도 주제인 Hatch 부화. 내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그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많이 깨지고, 부딪쳐야 그만큼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미생의 한 대사처럼 나는 언제부터 순간을 놓치고 살았는가. 순간에 충실할 것. 순간에 행복할 것.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 순간에 감사할 것.
그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일 년을 만들고, 그 일 년이 쌓이고 쌓여 내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다시, 백 일이다. 이 곳에서의 백 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그렇다.
나답지 않게 너무 시간을 훅 흘려보낸 때도 있었고, 초반엔 다리 아프도록 돌아다니기도 했었고, 어디론가 출근할 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출근하기도 했었고, 밴쿠버의 홈리스들을 걱정하며 도대체 정부는 저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하는 의문도 품었었다.
풀리지 않은 고민들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지만 일단 내가 피곤하고 힘드니까 다 접어두고 그냥 또 안락하게 안주하고만 있었던 건 아닌 지 반성해본다.
결국 답은 내 식대로 즐기는 건데 말이다. 현아언니 말대로 겨우 3개월 된 거다. '독립'하는 것 만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지만, 더 느끼고, 더 배우자.
고통스런 순간에 더 많은 성장이 있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고통으로 나를 푸쉬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 힘들다고 컴플레인하기에 이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을 잊지말자. 그리고 진짜 자유가 뭔지 여기서 배우고 가자. 내 안에 진짜 자유를 주는 것이야 말로.. 자유인 것을 배우고 가자.
그리고 정말 이런 상황에서든 저런 상황에서든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믿고 행하는 것. 늘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대할 것. 내 일을 사랑할 것.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될 것. 엄마 말씀대로 늘 '정직'하려고, '솔직'하려고 노력할 것.
백 일이라 이런 저런 말이 더 많았다. 어떠한 정보를 줄 목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이 곳에 와서 느낀 것 몇 가지를 더 적어보자면..
1.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처음 독립해서 나온 타지살이. 실감이 점점 나면서 왠지 모를 우울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돌아다니긴 제일 많이 돌아다녔던 한 달이었다.
정말 모든 게 새로워서 길거리에 나무까지 내 렌즈의 피사체가 되었던 그 때를 떠올려본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드러그스토어 shoppers도 그냥 한국의 올리브영같은 게 여긴 더 큰 규모로 있구나,하는 신선함에 마냥 신기해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들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점점 익숙해지니, 돌아다니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레인쿠버는 무슨,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를 막을 수 없으리!했을 땐 언제고
일을 끝마치고 정말 친한 사람들과 모여 한바탕 수다떨 수 있는 그 관계를 너무 우습게 여겼던 걸 깨닫는다.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나와같은 보통의 사람들을 보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크게 다를 것도 없구나.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또 여긴 여기 나름대로 힘든 점이 있구나. 그렇게 다들 살아가고 있구나,싶다.
새로운 곳을 가면 글이 잘 써질 줄 알았다는 인큐의 윤소정대표의 말처럼 새로운 곳을 오면 내 생각이, 경험이 환경에 의해 싹 바뀔 줄 착각했나보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물론 문화에 따라 다른 점은 있지만 큰 맥락을 두고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기대는 긴 여행을 하려는 순간, 그 기대를 무너뜨리고 어느정도 현실이 흘러가는 이치가 다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2. 대부분 친절하다.
다만 디테일한 차이점은 어디에나 있다. 그걸 알아채고 배울 건 배워가야 문화체험을 통한 '살아있는'교육이 된다.
그 첫번째 예로 캐내디언들은 대체로 친절하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전제는 깔고가자. '사람 나름'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쳐도 대체적으로 친절한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 버스에서
출근 길, 버스기사 아저씨의 한 명 한 명을 향한 'Good morning!' 'Have a good day!' 쩌렁쩌렁한 외침. 퇴근 길에 나와 연배가 비슷해보이는 상당히 젊은 드라이버 언니가 있는데 Adele의 Hello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걸 따라부르며 휘파람까지 부는 여유로움. 그러고는 내리는 손님에게 'Have a good night!' 'Thank you'라고 이 세상 누구보다 밝게 인사한다. 나는 그 언니를 볼 때마다 이 곳 사람들의 마인드가 더욱 궁금해진다.
기쁘게 일하는 사람.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 그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지만 얼마나 그 일 때문에 찌들어있는가, 스트레스 받고 있는가. 소중한 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가. 그런 것들을 생각해봤을 때 한편으론 조금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도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그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어떠한지에 따라 때론 우리의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는가. 바로 그것이 중요한 점이다. 어떻게보면 캐나다가 부러운 것 중 하나. up된 언어인 영어 때문일까 싶기도 한데 여튼 그들의 '습관적인 친절함'은 이방인에게도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감정없는 친절함이라도 그게 배겨있다는 것은 그 문화에 이미 적응되어 그렇게 인식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나온다는 건데 그래도 '친절하지 않은 것'보단 '친절한 것'이 낫다.
2) 길 안내할 때
처음와서 Work BC를 찾아가야하는데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로 그냥 무작정 나와 구글맵을 켜고 검색한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려 했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되는 지 몰랐을 때 처음 탈 곳은 호스트 아주머니께서 가르쳐주셨다. 근데 그 다음부터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가야할 지 아무리 구글맵을 봐도 모르겠는거다. (사실 자타가 인정하는 길치) 버스 정류장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다행히 아주머니께서 갈아타는 곳과 비슷했는지 같이 내려서 건너있는 정류장까지 같이 가주셨다. 그리고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어디서 내려야되는 지 알려주라고 하며 내리셨다. 친절하다...... 처음 오자마자 '친절하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아주머니께 아직도 감사하다.
3) 일터에서
나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한다. 마트 안에 있는 스타벅스라 작기도 하고, 손님들도 정말 단골손님이 많다. 대체로 친절하다. 잘 못 만들었을 때 다시 만들어주어도 괜찮다며 Awesome!!!이란 리액션을 보인다. 물.론? 내 모자란 영어 실력에 주눅들 때도 정~~~~말 많다. 실제로 오늘도 이것 때문에 괜시리 서러워서 스트레스 좀 받았었다.(하하하 웃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다. 어떠냐고 물어봐주고, 넌 트레이닝 중이잖아.라고 말해주는 손님들도 꽤 많았다.
또 하나 감동받았던 일화가 있다. 지난 포스팅에도 한 번 적었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한 백발의 할머니. 그러나 아주 정정하시고 예쁘신 할머니께서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직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미니쇼핑백에 초콜릿 5-6개 정도를 담아 선물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때가 딱 한 달 반째 일하는. 쉬프트도 별로 없는 그런 한낱 알바생인 나에게도 그걸 전해주시는데 입꼬리가 진짜 쭉 올라가더라. 이게 진짜 배려고 예쁜 마음씨구나 싶었다. 그에 비해 훨씬 젊은 나는 얼마나 마음이 돌 같은지. 또 하나의 친절한 캐내디언은 그 할머니다. 어제도 오셨었는데 여전히 미소가 아름다우신 분이다.
3. 약자 우대
복지국가에서 존중받는 대상은 모두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더 품고 가는 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의 시작이기도 하다. 형평성, 공정성.. 뭐 그러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 곳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정말 장애인 편의시설을 잘 해놨단는거다.
예를 들자면 1) 마을버스든 시내버스든 간에(일단 내가 확실히 타 본 것들만 언급하겠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분들을 비롯하여 걷기 힘드신 노인분들,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엄마들을 위한 탑승보조시설(받침대)이 다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위에서 언급한 '친절함' 그 자체인 버스기사분들 중 한 분은 무거운 짐을 든 분들의 짐을 직접 받아두시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더군다나 그들을 향한 일반인들의 시선과 태도는 더 멋지다. '함께' 돕는다. 짐을 들었다 놨다도 해주고, 좀 내리기 어려운 뒷 칸에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분이 내릴거라고 소리지를 때 한 번 더 옆에서 기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친절함+약자우대는 내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가장 깊게 느꼈던 부분이다. 나는 한 번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운 적이 있던가?
길거리를 지나가다 불쌍해보이는 거지에게 돈 조금 쥐어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조금의 약함도 그냥 넘기지 않고, 내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까 적극적으로 나서는 캐내디언들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약자우대'를 허공에 그냥 외치며 살아가고 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4. 자전거
자전거도로가 많이 깔린 한국도 한국이지만, 이 곳은 좀 더 자전거에 대한 질서체계가 잡힌 도시란 느낌이 강하다. 자전거를 탈 때 헬맷을 꼭 써야하고(물론 한국도 이것에 대한 방침이 있는 걸로 안다.) 버스를 탈 때도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다는 점이 여기 와서 가장 신기했던 건데 자전거를 안으로 들고 탄다는 말이 아니라 버스 머리 앞 부분에 자전거를 싣을 수 있는 설치대가 있다. 약자 우대랑은 다른 이야기지만, 여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실용적으로 고안된 버스는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신호 역시 자전거 신호가 따로 있는데 아직도 뭐가 뭔지 좀 헷갈리지만(자전거가 없으므로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마치 자동차에 관한 표지판처럼 자전거를 위한 표지판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5. 홈리스
'밴쿠버'하면 가장 먼저 나와야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홈.리.스 이야기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번호를 매기다보니 5번에서 다루게 되었는데 사실 우선순위로 따지면 캐나다의 다양성이 1번이라 치고, 2번을 차지할만한 홈리스문제는 그만큼 캐나다 사회에서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딱 들어서면 사람을 2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인 / 홈리스 이렇게 말이다.
너무 슬픈 이야기인가 싶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신기하리만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어떤 분은 피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같이 논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봐온 캐내디언과 홈리스 사이의 기류에서 그 정도로 '친구같은 친화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못 봤다. 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홈리스를 대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관대하며 일상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읽고있는 책 최혜자 작가님의 캐나다에 말걸기(Talking to Canada)란 책에서 홈리스가 생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 가장 밑바탕이 되는 이유가 바로 가족제도 떄문이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30세가 넘어서도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들이 많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붙어있으되 할 몫을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현실 속에선 문제가 많을 거라 확신한다.) 서구 문화는 19살(우리나라로 20살)이 되는 순간 독립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사회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서구에서의 가족문화가 그렇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이건 이거대로 저건 저거대로 그 나름대로의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독립'에 관하여서는 확실히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26살 먹고 처음으로 부모님 품을 벗어난 나도 사실 이에 대해 할 말은 크게 없다. 하지만 정말 젊은 홈리스 커플이 바닥에 천하태평한 자세로 누워 심지어 커다란 강아지 한 마리까지 끼고 다같이 누워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저걸 같은 20대로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싶은 답답함이 밀려온다.
내가 저들의 이야기를 다 안다쳐도 그들이 홈리스여야만 하는 이유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들어줄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시도해보지 않은 나도 너무나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홈리스를 보든 '왜 저 사람은 저러고 있는걸까'란 물음은 멈출 수가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한 물음은 멈추지 않고, 나만의 생각을 좀 정리해서 가야할 필요가 있겠다.
고작 3개월이지만 내가 홈리스들에 대해 관찰했던 것들을 토대로 몇 글자 더 적어보겠다.
1) 홈리스의 태도
이 곳의 홈리스들은 다들 적극적이라는 것. 그러니 조심해야할 필요는 있다는 것. 오히려 나도 당당하게 거절하고 무시해야한다는 것이 내가 밴쿠버에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들은 지인들의 이야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다운타운에 두 번째로 갔을 때, 정말 적극적인 홈리스가 다가와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 근데 생각해보면 한국 지하철에서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기에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비교해보니 이 곳의 홈리스들은 정말 적극적이라는 말이 맞았다. 아주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어떨 땐 본인의 넋두리를 적극적으로 하곤 한다.
때로는 차도 한 가운데 작게 나 있는 안전한 구역에 올라서서 박스하나에 I'm hugry. Any help @*#!! 란 문구를 적어 들고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걸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더 신기한 건 그들을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의 태도이다.
2) 홈리스의 장소
먼저 홈리스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후진 길가도 아니며 어두운 골목길도 아니다.(물론 위험해서 가지 않으니 못 보는 거겠지만 마약을 한다는 거리는 호기심에 정말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아마 갈 일은 없을 거 같다.ㅜㅜ위험해서 못가는 거지만...)
다운타운 내에 있는 어떠한 상점, 음식점 앞에서 그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대형마트 혹은 커피숍(스타벅스, 팀홀튼, 블렌즈 등) 앞에서 컵 하나를 들고 앉아 있거나 서서 이러저리 몸을 움직이시며 잔돈 좀 달라고 하시는 분들 역시 많다. 집을 오가면서 술만 판매하는 Liquor store 입출구 앞에 왜 그렇게 항상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들이 한 두분 씩 계신가 했었다. 그들 역시 홈리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분명했다. 그런식으로 그들은 먹고 산다. 어쨌든 마트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돈이 있다는 거고, 코인을 쥐어주든 과자 하나를 쥐어주든 자기에게 무언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그렇게 늘 마트나 상점 앞에 대기하고 있다.
또 하나 의아하게 들릴 수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도서관. 이 곳에서의 공공도서관은 그야말로 시민들의 안식처라 할 수 있다. 직접 도서관에 대해 캐내디언과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프린트하러 갔을 때나 도서관카드를 만들러 갔을 때(책을 좋아라하는 나도 사실 여기와서 도서관에 잘 안 갔다ㅜㅜ) 많은 홈리스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마약주사같은 걸 하고 버리고 가는 홈리스때문에 가급적 아기들이 혼자 도서관 화장실을 이용하는 일은 조심해야된다는 말을 책에선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 것 같다. 솔직히 마약주사같은 걸 공공화장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딱 한 번 얼마전에 길거리에 나와있는 걸 어떤 남자 분이 일부러 발로 툭툭 차서 치워두는 걸 본 적이 있다.
정부의 노력 덕에 그들이 세상으로 나온 건 맞다. 근데 그 다음 수습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여튼 어떤 특정장소에 상관없이 사실 이 곳 저 곳에서 볼 수 있는 게 홈리스이고, 중심부로 갈수록 더 많은 게 홈리스이다. 그들을 도울 이들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다운타운에 있으니까 말이다.
3) 홈리스의 연령대
그들의 연령대는 무척 다양하다. 서울역에 가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쾨쾨한 냄새가 나는 홈리스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은 가슴 아프게도 노인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나이가 먹으면서 몸도 지치고 힘들어지는데 살 곳이 없어 나앉아 있다는 건 어쩌면 태어난 것을 후회할만큼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 도움을 드려야하는 게 마땅하고 무언가 돌보는 단체가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여기 밴쿠버에서의 '젊은 홈리스'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여서 그 나이에 나앉아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이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작일거란 생각 역시 든다.
판단하기보다 도대체 그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한 쪽 구석으론 굉장히 열받는다. 나 역시 타지에서 이렇게 고생하며 안되는 언어를 써가며 열심히 아둥바둥 돈을 벌려고 하는데 당신들은 영어도 잘하면서 왜 그 곳에 그렇게 누워있느냐고 말이다. 이게 완전히 틀린 생각도 아니고 완전히 맞는 생각도 아닌 것은 사람마다 다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는데 그걸 하찮은 내가 다 모르고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연령대는 너무나 다양하다. 20대 홈리스들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어떨 땐 버스킹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홈리스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홈리스로 보이는데 기타가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뮤지션이라 해야할 지 뭐라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뮤지션이 되고싶은 가난한 사람이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정말 부유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타운에 갔을 때 어린 청소년 홈리스가 맨 발로 다니며 그게 정말 오래된 일상인냥 구걸을 하러 돌아다니는 걸 목격했을 때였다.
그래도 많은 연령대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완전 연로하신 나이가 아니지만 40대-50대 되보이시는 분들도 꽤 있으신 것 같고. 정말 당당하게 커피숍에 앉아계시다가 누군가 도와준 돈으로 커피를 사드시는 분도 있다.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홈리스 아저씨는 이가 다 썩어서 빠지실 것 같은 그런 모습임에도 달콤한 머시멜로우 바'만' 그렇게 많이 사가신다. 돈을 모아서 정말 돈이 되는 만큼 머시멜로우바를 그렇게 사가신다. 아마 그걸로 끼니를 떼우시는 거 같은데... 이젠 너무나 당당하게 모자라는 돈을 가지고 요구하시니까 나 역시 그렇게 살갑게 대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아둥바둥 했는데 알고보니 늘상 오시는 분이고, 내가 기본적으로 손님을 대할 땐 '평등'하게 대하는 게 맞다는 지시를 듣고는 이성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분들을 하나하나 다 사줄 순 없는 노릇이니까.
4) 홈리스를 대하는 캐내디언의 태도
이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홈리스와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공존'이란 단어일 것이다.
예전 포스팅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런던드럭스에서 나온 한 여자는 어떤 도움이라도 좋다는 홈리스에게 시리얼 하나를 내밀었다. 그걸 본 나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얼마 전 나 역시 일 끝나고 나오는데 비가 오고 있는 밤, 주저 앉아있는 홈리스가 너무 딱해보여서 언젠가 나도 먹을 거로 도와야지했던 게 생각나 시리얼바 하나를 내밀었다. 아마도 누군가 그렇게 처음으로 도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관대하게 대할 수 있던 게 아닐까?
근데 그거와 상관없이 그냥 캐내디언은 친절하다. 아무래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사는 이 사회에서 일찍부터 이주민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마인드에서 나온 '예의', '살아가는 방식' '친절함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여튼 실제로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중 '홈리스'문제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일거라는 사실이다. 복지국가의 단점인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길을 지나가다 웃으며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조금잉라도 들어주려는 캐내디언을 볼 때마다 한국시민들과는 사뭇 다른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이고 싶은 것도 말이다. 하지만 그 따듯함가지고 정말 한 명의 마음을 바꾸어 그 사람이 더 이상 홈리스가 아니게 된다는 희망에 대해서는 '글쎄'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이건 돕는다고 해서 다 해결될 간단한 문제는 아닌듯싶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듯 알이다.
6. 게이
민감한 문제일 수 있지만 여기는 게이가 정말 많은 것 같다. 굳이 숫자 비교를 하지 않아도 딱 볼 때도 길 거리에서 손잡고 다니는 남자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와 함께 일하는 코워커 중 남자는 3명인데 아직 틴에이저인 19살...(그것도 2016년에..)남자애를 빼고 나머지 2분의 중후한 멋쟁이 아저씨들은 게이다.
근데 이걸 얼마 전에 알았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자신의 남자친구(실은 남편)를 데려온 한 명. 또 다른 한 명은 게이인 줄 몰랐는데 이번 한 달 간 맥시코 여행을 간 게 남자친구랑 간 거라는 소식을 아까 말한 그 다른 분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개인적으로 더 쇼크였던 건 너무나 행복해보인다는 것이다.
몇 년 되었냐는 질문에 8년이 되었다고 했다. (11년이랬는지 8년이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오래갔냐고 비법 좀 알려달라고 멋쩍게 물었더니 그냥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고 했다. 싸운 적도 별로 없고. 누가 여자 역할이고 남자 역할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한 번도 그렇게 꾸민 적 없던 분이 그 파티에서 왕 반지를 끼고 나타날 때부터 뭔가 확실히 다르긴 했다. 하하. 아무튼 여기는 게이가 확실히 많다. 유명한 동성애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사실 캐나다는 세계에서 4번 째로, 북미에선 가장 먼저 동성애를 합법한 나라이다. 문화체험상 그 페스티벌은 꼭 가볼 거다.
아마도 내가 게이를 더 접하게 되는 건 일터가 데이비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트릿으로 말할 것 같으면 게이거리라고도 불리는데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무지개가 거리 곳곳에 걸어져있다. 심지어 신호등을 건널 때 바닥을 보면 무지개색깔로 깔려있는 건널목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7. 기다림의 삶
'캐나다에서의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며 삶 자체이다'라는 최혜자 작가님의 말에 100% 공감한다. 첫 날부터 그랬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었다.
한국에서는 늘 버스 앱을 애용했던 내가, 심지어 집에서 나가기 전부터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서울 사람에게 언제 올 지 모르는 버스를 (그 땐 구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던 때라 더 그랬지만)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곳은 시골인거니...?'하는 느낌.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모든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큼지막하지 않다.
마을버스 정류장 중에서도 상당히 오래되서 그냥 있는지 없는 지 모를만큼 작은 표지판같은 초라한 느낌이랄까. 버스 정류장 자체가 낡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표지판이 너무 작아서 '이게 정류장이라고?''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 적응이 되었지만 서울에서는 이제 공공연하게 전부 자동으로 버스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되어있는 추세라면 여기서는 메인스트릿에서밖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날로그'적이다. 그래서 아직도 버스 정류장 기둥에 원형식으로 붙어있는 종이식 타임테이블을 보고 다니기도 한다. 보통은 그 타임스케줄에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8. 교통(충전식 교통카드 도입 & 무인 지하철)
1)
우리의 'T-money'카드 제도가 여기서는 Compass 카드제도로 적용되어가고 있다. 처음에 너무 신기했는데 이것도 이젠 슬슬 적응해가고 있다. (물론 얼마 전 컴패스카드를 잃어버린 후 좀 멘붕이 왔었지만..다음번에 사면 꼭 꼭 꼭 인터넷등록하는 걸로ㅠㅠ당연한건데 왜 등록을 안 했을까? 날 너무 믿었다ㅎㅎ)
선진국이라고 모든 게 앞설거라는 고정관념은 어디에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직접 살아보고 발로 뛰면서 느끼는 현지에서의 '차이점'은 가끔씩 날 당황케 한다. 그러나 적응의 동물인 인간은 새로운 삶에서의 사이클도 어느새 다 적응해가는 중이다.
2)
여기 지하철의 이름은 '스카이트레인'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네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것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고, 그 의미부여가 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노선들. 하지만 노선과 노선을 갈아타는 곳이 스카이트레인 노선상으로 그렇게 많지 않아서 지역과 지역간의 이동은 사실 버스로 이동해야할 때가 꽤 있다. 그래도 다운타운까지는 어디서나 스카이트레인으로 한 번에 쭉 갈 수 있고, 속도도 빠른 덕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늘을 달리는 트레인이라 하여 스카이트레인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당연히 지하로도 다니고 지상으로도 다닌다. 실제로 YVR공항에서 집쪽으로 왔을 땐 지상을 달리는 데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건 그냥 타지라서 더 새로운 느낌이 있는 것 같고, 사실 별반 다를 건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스카이트레인의 가장 특이한 점은 '무인 지하철'이라는 점에 있다. 실제로 사람이 없다. 즉, 열차 앞창이 투명하기 때문에 지하도를 쭉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며 갈 수 있다는 게 포인트가 되겠다. 처음에 이거 되게 신기해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고장이 날 때 아무래도 더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도 한 번 스카이트레인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출근해야되는데..어떡하지?'했던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신속하게 조치가 내려진 걸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정말 급박한 상황에서 열차 안에 만약에 직원이 없다면? 그건 진짜 최악일 거 같다. 그 이유 때문에 아무래도 역사 내 혹은 지하철 안에 직원이 두 명씩 묶어서 다니는 것 같다.
더 신기한 건 토론토에 가있는 친한 언니의 말에 따르면 그 곳에선 사람이 실시간 안내방송을 하는 걸 보니 사람이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가지고 서로 막 거기도 여기도 다 무인이다,아니다, 라는 말이 오갔었는데 결론은 거긴 사람이 있는 걸로. 같은 나라지만 조금씩 그 시스템도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고도 싶은데 현실적으로 지역을 쉽게 이동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밴쿠버가 그래도 마음에 든다.
9. 마약
홈리스와 같이 다루어야할 문제이기도 한데 이 곳에선 마리화나가 소량으로 소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는 금지라 하는데 마리화나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실제로 그 거리는 마약냄새에 찌들은 냄새가 진동하여 어지러울 정도라고 한다. 차이나타운을 지나거나 그냥 다운타운을 걷다가도 '윽..냄새'하고는 마리화나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는데 처음에는 마약냄새가 너무 궁금해서 킁킁거리며 열심히 맡아보려고도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익숙하다.
하나 충격적이었던 일이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버스에서 소위 센 척하는 청소년 셋이 깔깔깔 거리며 내가 있는 뒷 칸 쪽으로 오더니 버스가 지들 안방인 것처럼 드러눕기도 하고 살짝 제정신이 아닌 상태의 한 명이 주머니에서 그렇게 작지 않은 기계같은 걸 꺼내더니 입으로 무언가를 피었다. 그게 아직도 마리화나인 지 아닌 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담배 냄새는 아니었고 마약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너...무 충격적이고 무서워서 소름끼쳤었다. 자기들이 하는 짓이 마냥 즐겁고, 뭘 잘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그냥 그 10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떤 유투브에서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을 비교하며 어떤 부분에 있어서 너무 억제되어있는 한국 학생들. 또 자유로움에 날뛰는 미국 학생들을 대놓고 비교했던 영상을 봤는데 그게 현실로 막 생생하게 전해졌던 순간이었달까? 뭐가 옳다 아니다,하는 건 그 나라만의 문화가 따로 있고, 또 한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적어도 이 쪽 문화에서는 지나치게 허락된 '자유'가 어떤식으로 잘못 표출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좀 무서웠다. 다행히 총기소지에 있어선 안전하다고 하는 국가라 그거에 대한 걱정은 하지도 않았는데(며칠 전 어떤 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있긴 했다. 후덜덜..) 10대 때 미국이나 캐나다 쪽으로 유학오는 사람들은 그런 문화에 대해 확실히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철저히 지도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할 듯 하다.
10. 다양한 인종
원주민, 이주민..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온 수많은 이들이 있다. 내가 일하는 마트만 해도 여기저기서 이민 온 사람들로 순수 캐내디언들이 있는만큼 아시안도 많다. 멕시칸, 인디안 등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많이들 와있다. 우리나라 대형 쇼핑몰에 중국음식이 있고, 멕시칸음식이 있고... 그런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유에서 여러 로컬음식점들이 이 곳에 즐비하다. 실제로 그들이 살기 때문에 그 음식점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로컬보다 더 로컬같은 음식점들도 존재하는 것 같다.
아, 물론 그 유명한 '치폴레'의 멕시칸 푸드는 진짜 멕시칸 푸드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한국음식점은 진짜 맛있는 데가 많은 것 같다. 다 다녀보진 못했어도.. 조미료가 잔뜩 섞였겠지만서도... 진짜 한국 맛집만큼 다 맛있다.
이야기가 자동으로 푸드쪽으로 넘어갔는데 포인트는 '다양한 인종'이 한데모여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내가 캐나다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를 가진 건 아직도 1/4이 남은 내가 자주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캐나다에 말 걸기'란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 중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가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그 태도. 또 그 태도를 상당히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누가 이 나라에 오든 긍정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갈거란 그들만의 '자신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 캐나다 삶은 어때? 밴쿠버 삶은 어때? 어떤 것 같다. 내 상상 보다는 지루하고, 놀 거리가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 그 때마다 그들은 극공감을 했다. 캐내디언임에도 말이다. 서울에 비하면 놀 데가 정말 많이 없는 느낌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키를 즐길 수 있고, 하키경기를 즐길 수 있으며 발 벗고 찾아나서면 많은 액티비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혹은 '여름'날씨가 정말 '짱'이라고. 그 때를 기다리라는 사람들의 조언도 꽤 들었다.
겨울엔 휘슬러, 여름엔 다양한 축제. 뭐 대충 그렇게 정리가 되는 듯한 밴쿠버 라이프. 그 수많은 이야기 안에 그래도 '나'를 배려하는 느낌 그리고 캐나다를 '자랑스럽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자부하고 묻는 그들의 느낌도 읽어낼 수 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책을 읽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지루하다'는 것 '홈리스'가 많다는 것 이외에 본인의 나라에 대해 그닥 부정적인 소리를 하지 않았다. 늘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지금까지 밴쿠버에서 3개월을 지내면서 내가 느꼈던 바를 딱 10가지로 정리를 해보았다.
순서는 뒤죽박죽일지언정 내가 그래도 이만큼 새로운 걸 느꼈구나,라는 것에 감사하고 그걸 공유할 수 있어서 또 감사하다.
나는 이곳에 다양함을 이해하려고, 익히려고, 배우려고 왔다. 모든 다양함을 포용하겠다는 욕심은 버렸다.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여기와서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포용의 그 폭은 서서히 넓혀가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포용력있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그동안 많이 착각해온 것 같다. 이 곳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감정과 그 하나하나의 느낌과 깨달음은 내가 그동안 살았던 울타리와 벽이 더욱 견고하다는 걸 깨닫게 해줄 뿐이었다. 그래서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들어서 많이 느낀다.
이 곳에 왔지만 아직도 그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 곳에 왔다고해서 그걸 깨닫고 갈 거란 기대보다 그냥 평생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장소의 중요성도 있지만 내가 있던 곳에서 나는 얼마나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며 살려고 했던가.
다양함을 받아들이고 배우고싶다는 것만큼 추상적인 배움도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이자 또 크리스찬으로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속으로 또는 겉으로 판단했던 그 모든 대상에게 많이 미안했다고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약간 뜬금없는 마무리인데.. 그게 내 캐나다에서 요즘 가장 많이 느끼고 회개하는 부분이라 그렇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말이다. '미안해요. 앞으로는 더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너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너에 대한 감정 공부.도 꾸준히 할게. 부디 너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꿈꾸며 살아갔음 좋겠다.' 내가 왜 여기있는 지 모르는 순간순간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또 가장 소중한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내 사람들이 있기에 이 곳에 올 수 있었다는 걸 자꾸 습관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정말 작은 바운더리밖에 못 보는 아이지만, 하나님은 나를 통해 더 넓히시길 원하신다. 방향을 잃고 힘들 때마다.. 그래도 배우는 것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왜 여기에 오게 되엇는 지 자꾸 묻고 생각하는 남은 워홀 기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순이보다는 좀 더 돌아다니기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집순이인 적도 별로 없으니 이 것도 이 나름대로 좋긴 하다.. 아하하하핳ㅎㅎㅎㅎㅎ..
진지하게 끝내려다가 결국 이렇게 끝나버리는 백일 기념 포스팅 :D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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