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_licious worlD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날이었던 4월 25일. 이 날을 회상하며 글을 쓰기 전, 솔직하게 고백한다. 난 지금 여행앓이중이다. 

빨리 돈을 모아, 캐나다로 날아가고 싶어졌다. 워홀 합격레터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별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왜 이렇게 느린거지.. 세컨잡도 구해야되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돈 문제라 일단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지만,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달까. 최대한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싶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호주로 워홀을 다녀온 현아선배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왔다.

늘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거기서의 삶 역시 알바인생과 크게 다를 것은 없을거라는 것. 외국에 가서 생활해야만 꼭 특별한 삶이 있고 그런 건 아니라는거다. 언니와의 대화는 인터뷰 프로젝트 때 자세히 얘기하고 싶으니 아껴두기로 하고..

난 지금 현실과 내가 떠나있게 될 삶 그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있는 느낌이다. 전혀 조바심 낼 필요없고, 이미 결정한 일이니 믿고 나아가면 될 것을. 답답하지만 이런 나를 달래고, 기다려주고, 푸쉬해주기로 했다. 빠샤빠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두번째 날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

 

 

아침 6시,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눈이 번뜩! 떠졌다. 그 이유는... '난 프랭크를 DMZ에 꼭 데려가야만 해!!!!! OH MY!!!'

가이드마인드가 내 맘 깊은 곳에서부터 날 압박했기 때문이다. 사실 DMZ는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나왔던 얘기였다. 금요일에 DMZ투어를 갈 예정인데 같이 가겠냐고 묻는 프랭크에게 아쉽지만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미안하다며 거절을 했었다.

 

그리고 첫째 날, 우리는 한강에 다녀와 지친 몸으로 다음 날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내 생각으로는 DMZ는 이미 물 건너갔고, 시티를 중심으로 돌아야하지 않을까했다. 워드파일로 정리해둔 여행지를 같이 보는데 서울아트센터가 있었고, 나도 정확히 알고 있는 곳은 아니어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다시 DMZ 이야기가 오갔고, 시간 체크를 해보니 하루에 1번 오전 10시 반에 갔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 서울역에 도착하는 스케쥴이었다. 사실 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교회에서 순장모임이 있었기에 프랭크와 어딜 다녀오든 4시 전에는 빼고 얼른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딱 보기에도 프랭크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은 DMZ였다.

 

"여기가 다른 데 가는 것보다 낫지?"

 

"응, 그렇지. 근데 가능해? 갈 수 있어?"

 

괜찮겠냐고 계속 물어봤지만, 너무 가고 싶은 느껴져서 '가자!'하고 말해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프랭크가 보고 있는 코레일 사이트와, 내가 접속한 코레일 사이트 상에서의 공지된 DMZ train 시간이 맞지 않았다. 오마이갓ㅠㅠ.. 그래서 우린 일단 가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시간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시각이 11시가 조금 넘을 때였고, 나는 약간의 걱정을 안고 방으로 돌아가 DMZ train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피곤하지만, 눈이 빠질 거 같지만, 난 해야만 해!!!!!!!!!!"

 

다시 오버랩되는 꽃보다할배의 가이드 이서진-최지우팀ㅎㅎ..요즘 한창 그리스편을 재밌게 보고 있어서 자꾸 내가 그들이 된 것 처럼 느껴졌다. 고백 하나. 난 은근히 그 포지션을 즐기고 있었다.(ㅡ.,ㅡ)

 

 

결국.. 난 새벽 1시에 잠들었고, 6시에 일어났으니 5시간을 잘 수 있었다. 다행히 그렇게 걱정걱정하며 알아본 후에 내가 그렇게 찾아헤맸던 정보는 코.레.일.앱.다.운.로.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던 아주 간단한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난 왜 진작에.. 앱을 들어가보지 않았나..'하고 진짜 옛날 사람같다며 투덜거리다가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계속 오전 8시30분쯤에 있는 첫번째 기차와 오후 2시에 있는 마지막 기차 시간을 몇 번이고 확인하다 잠들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인터넷검색에 또 인터넷검색을 하며 차편 확인을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프랭크에게 7시30분에 일어나면 9시30분꺼든, 10시30분꺼든 우리는 문제없이 탈 수 있을거라하고 알람시간을 맞추라했건만.. 첫 차 시간이 8시30분에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깨우지 않으면 첫 차는 무조건 못 타게 될 상황이었다.

당장 그날 밤에 공항에 가야하는 프랭크가 조금 부담될까봐 2번째 차를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깨울까 말까 고민하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냥 '오후 2시에 가도 집에 8시30분 안으로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가게하면 되지' 하는 혼자만의 결정을 내리고 더 자게 두었다. 그리고 난 ...? 피곤하고 피곤한데....더 눕고싶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폭풍 화장을 했다. 쌩얼에 안경을 끼고 아침부터 퀭-한 얼굴로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여잔가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지만 나중에 집에 돌아오면서는 퀭한 눈을 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 잠깐! DMZ train 예약 Tip.

 

http://www.letskorail.com/ or 코레일 앱을 통해 쉽게 승차권 예약이 가능하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 *

 

 

위에 있는 공지글 안내 시간을 믿으면 안된다는 것 -> 티켓 예약하기 버튼을 눌러 제대로 확인하기

지금은 이렇게 8시 35분, 14시 9분차가 도라산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로 알고 있다.

 

 

추가로 DMZ pass, DMZ train 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묶어진 것과 그렇지 않은 기차표로 나눠지므로 제대로 체크해볼 것

 

무조건!!!! 왕복으로 끊고 출발해야한다. strict하지만 이게 룰이다!

도라산공원, 전망대, 땅굴체험에 관련된 안보관광티켓은 도라산역에 도착 후 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티켓 외 추가비발생!)

여기서도 땅굴체험시 들어가는 셔틀승강기를 이용할 건지, 아니면 도보로 이동할 건지 선택해야하는데

그 날 함께 온 여행객들에 따라 배려가 필요한 노약자분들부터 먼저 받기 때문에

대학생들, 어린이들이라면 도보로 땅굴 깊은 곳까지 30분정도 걸어야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우리도 이용할 수 있다.(하지만 이거 꽤 힘들고, 운동만큼 땀 빼주는 효과가 있다.)

 

 

(2015년 5월 2일 토요일 기준 - 코레일 웹사이트)

 

 

 

 

 

 

 

깨알정보를 뒤로 하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기! 뿅! :-)

 

메이크업도 했고, 스케쥴 확인도 했고, 이제 내가 할 일은 프랭크가 일어나면 이 소식을 전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침 7시 반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강산이의 방 문.

'그래..피곤하겠지ㅠㅠ깨우지 말자...'하고 난 내 방으로 돌아와 누워버렸다. 뒹굴뒹굴. 잠도 못자고, 그저 뒹굴뒹굴.

 

그러고 있는데 프랭크가 깼는 지 엄마와 뭐라뭐라 대화화는 게 들렸다.

 

 

"하니야!!~~~ 얼른 일어나! 얘 일어났다! 밥은 어떻게 할 건지, 지금 바로 먹을 건지 물어봐! %#$&#"

 

프랭크의 움직임이 하나 시작되면, 우리 엄마의 반응은 두개가 시작되는 느낌. 

 

'사위 데려오면 장난아니겠다..'

 

 

 

 

그 날 아침, 우린 등갈비를 먹었다. 참외 장아찌, 오이, 나물, 각종 과일 등 언제 이렇게 아침에 잔칫상을 차려먹었지 기억도 안나는데 프랭크 때문에 나까지 덕보는 느낌이 들었다. ( 이 느낌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나도, 내 동생들도.. 프....프랭크 고마워..^ㅇ^)

이 날 아침 나는 소화가 잘 안되서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프랭크가 앞에서 냠냠 잘 먹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모든 엄마들이 자기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싹싹 긁어먹는 아이들을 보고 보람을 느끼듯, 엄마 역시 잘 먹는 프랭크를 보며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는 아침에 빵, 버터, 잼 그게 다야. 아니면 누텔라 알아? 근데 여기는... 우와.."

 

완벽한 식사였다고 계속 '난 완전 행운아임!'을 외쳤다.

 

그리고 여기서 '잼'을 '잠'으로 말하는 데 내가 계속 못 알아들어서........결국 스펠링확인까지 하게 된 웃픈 스토리가 있다..ㅋㅋ

 

"잠? 잠이 뭐야?"

 

"음... 잠~~ J A M"

 

"아............잼?..........ㅇ_ㅇ"

 

 

푸짐한 아침을 먹고, 오전 스케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그걸 숨기지 못하고 "나 너무 피곤해..ㅎㅎㅎㅎㅎㅎㅎㅎ"하면서 피곤한 티를 다 냈었는데, 그래놓고는 어린이대공원에 가는 건 어떻냐고 제안을 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피곤했어도 그냥 좀 덜 피곤한 척 할걸~ 이왕 갈거면 나도 걔도 기분 좋게 그럴걸!"하는 후회도 남는다.

피곤하다는 나에게 "가자! 가자!"할 수는 없었을테고, DMZ만 가도 자기는 상관없다고 계속 말했지만, 우린 그 얘기를 한 지 1시간 후 대한민국의 어린이가 다 몰린 마냥 정신없었던 어린대공원 동물원 한 가운데서 원숭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엄마, 나, 동생2명, 그리고 프랭크까지 총 5명인데 너무 감사하게도 택시아저씨가 한 번에 태워주셨다. 버스비보다 훨씬 저렴해서 좋았다.(불법ㅡ.,ㅡ) 프랭크는 앞에, 우린 뒤에 몸을 웅크리고 탔다. 외국인이 탄 게 신기한 지 자꾸 번갈아 보시며 질문도 하시고, 말을 걸어오셨다.

 

"어린이 대공원 가는거에요?"

 

"네네ㅎㅎ~~ 외국인 친구 놀러와서 가족들하고 구경가려구요~~"

.

.

.

 

그러다 갑자기 프랭크를 보시더니 "안전벨트 안 하면 맴매할거야!!!" 하는데 조금 말투가 사나웠었다.

당연히 못 알아듣는 프랭크는 뭐라고 하시는거냐고 물었고, "안전벨트 안 매면, 경찰한테 혼난대"라고만 해줬다.

"아, 폴리스.." 근데 또 아저씨가 "난 경찰 아니야. 내가 때려준다고!!! "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는 거다. 그래서 그냥 웃고 넘겼지만, 동생 강산이가 나중에 와서 말하기를 그 아저씨의 태도가 정말 별로였다고 하더라. 친절한 이미지랑은 멀었다.

도심 한 가운데서 타는 대중교통과 동네에서 타는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기사님들의 태도는 다를 수 밖에 없을거다.

혹시라도 이 포스팅을 보시는 기사님들이 계시다면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날씨는 참 맑았다. 햇볕도 우리를 반겨주듯 아주 쨍쨍했다. 대공원을 한 바퀴 돌며, 꽃도 보고~ 동물원도 가고~ 미술학원에서 실습을 나온 아가들도 보고~ 누가봐도 한 가족같이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특히 동물원에서 시간을 꽤 보냈었는데, 나도 오랜만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며 옛날에 어린이, 학생 입장에서 봤던 동물원과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불쌍한 마음이 컸다.

 

 

 

 

어렸을 때 조랑말을 타는 걸 즐겼고, 어디 여행을 갔더니 원숭이가 툭툭 쳐서 당황했었다는 등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한 시간 반정도 돌았을 때, 우리는 정자 밑으로 가서 엄마께서 정성껏 싸오신 과일을 보고 또 한 번 감동의 간식시간을 가졌다. 순간 프랭크에게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언제였는 지 기억도 안나는데.. 작년 1년동안 영어공부한다고 학원에서 살았던 나에겐 그런 시간이 너무 오랜만이라 더 의미있게 느껴졌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베스트컷을 딱! 남기고 이제는 우리가 ~ DMZ 기차를 타러 서울역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며 무슨 얘기를 했었나............기억이 안난다. 기억력이 낮기 때문이고, 사실 지금 5월 3일에 이어쓰기를 하고 있어서..점점 망각한다 ㅜ ㅜ 대신 서울역 도착 이후 흥미로웠던 2개의 이야기를 꺼내보겠다.

 

1. 대한민국의 성형 그리고 프랑스의 패션

여행은 현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깨는 것이라 한다. 여행관련 명언을 보다가 우연히 건진 말인데, 정말 공감한다.

지하철, 버스에 있는 모든 성형 광고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 조차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하는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성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스펙을 위해 감행하기도 한다. 이미 성형문화가 대한민국에 뿌리박힌 건 인정한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반대로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잡지를 볼 때마다 프랑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었다. 우리 집에 있는 패션에 관련 된 책 이름 역시 'French Chic'다. 불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나에게 프랑스에 대해 하나 더 말해보라하면 망설이지 않고, 패션이라 말할 것이다. 궁금했다. 정말 프랑스=패션은 성립할까?

 

"프랭크, 너는 여행다니면서 맨날 같은 옷 입게 되잖아. 근데 평소엔 어때?

 

이런 말이 있잖아. 프랜치 스타일~ 프랑스 사람들은 진짜 다 패션에 신경쓰고 다녀?"

 

"아니지~~!!! 그거 알아? 물론 프랑스인들, 패션 좋아하지! 근데 그냥 사람마다 다른거야.

 

한국 오기 전에 나도 한국사람이라면 다 성형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 이 얘기랑 똑같은거지."

 

 

당연한 이야기. 사람은 다 다르고, 그 안에서 다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문화가 대표성을 갖고 그렇게 보여질 뿐이다.

다만 이런 '다름'에 대해 이론으로 배웠을 때, 그 나라 사람에게서 직접 들었을 때의 느낌은 좀 달랐다.

'정말 그렇구나...'하고 진심으로 훅 다가온다. 그렇게 하나하나 내가 갖고 있던 편견들이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졌으면..

앞으로 나의 삶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부디 그 안에 있는 진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포스팅을 자꾸 끊어 쓰다보니, 저 위에 설명한 2가지의 이야기 중 1개가 이 이야기인 지도 가물가물하다. 이놈의 붕어기억력!

아마도 이 이야기가 맞을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까먹기 전에 후다닥 글을 마무리 지어야지 안되겠다.)

 

 

2. 나는 여전한 길치.

맞다. 나는 길치다. 친한 친구들은 알 수 있다. 내게 방향 감각이 얼마나 없는 지, 또 내 자신도 아주 잘 안다. 너무 잘 잃어서 길을 잃는 것을 그냥 즐기자는 마인드가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DMZ기차를 타는 곳까지 당당하게 안내하겠다고 앞장 섰던 자칭 가이드는 승강장찾기부터 바로 무너져내렸다. '어디로...가더라?' '어디지?' 두리번 거리는 나를 보고 불안했는지'자꾸 여기 맞아? 확실한거지?'하고 물었다. 솔직히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친구 한스 앞에서도 몇 번 그랬었고, 길을 잘 잃기 때문에 길을 찾는 일이 생길 때 느껴지는 부담감도 꽤 있다. 차라리 혼자라면 길을 잃고도, 사진을 찍으러 간다든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므로.. 나는 열심히 묻고, 또 묻고 다른 길로 가야 했다.

 

혹시, 정~말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안내하자면 기차타는 곳으로 가면 된다.

경의선 방향이 아니라 그냥 기차타는 곳!  KTX도 있고.. DMZ 기차도 있고..(정말 바보같았던 건 몇 주 전에 아는 언니가 대구에 내려갈 때 장난으로 KTX를 탔다가 내린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는 거ㅋㅋㅋ) 이제는 절대 안 까먹어야지!!.....

오히려 프랭크가 더 길을 잘 찾는 걸 보고 역시 여행자는 다른가.......싶었지만ㅋㅋ그냥 내가 길치인걸로^^

 

 

 

기차 안에는 외국인들이 꽤 많았다. 그 때 한국인 한 명이 가이드처럼 인솔하며 다녔는데 영어를 너무 잘해서 그 분이 영어로 블라블라할 때마다 속으로 주눅이 들어있었다. 자꾸 흘끗흘끗 그 여자 쪽을 보며 '우와..' '아, 나도 저렇게 설명해주고 싶은데'하며 프랭크한테 괜히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다른 때보다 DMZ에 가는 내내 역사, 문화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쉬웠다. 나중에 프랭크에게 써 준 편지에 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았는데 영어실력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썼었다. 다음 번에 만날 땐, 꼭! 하고싶은 말은 다 영어로 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만나자!!!! 아자자!!!

아, 그리고 또 하나는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는 게 정말 왜 이리 없는 지.. 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영어실력, 지식이 해박하지 않아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투어였다.. ㅠ.ㅠ

 

 

 

나에게 아쉬웠던 것 말고 DMZ투어 자체에도 아쉬운 부분들은 많았다. 맨 처음에 도라산역에서 내려 안내를 따라 걸으면 도라산 공원이 나온다. 탱크, 통일을 바라는 아이들의 타일 작품, 등 볼만한 것들이 드문드문 놓여져있다. 공원에 들어가기 전, 가이드가 한국말로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할 때 프랭크는 계속 옆에서 나를 끌었다. "들어가자, 들어가면 안돼? 오마이갓. 다 한국어야. 쓋!" 이렇게 계속 불만을 터뜨렸었다. 나도 영어로 저걸 다 동시통역 해줄 수 없어 아쉬웠지만, 한국말로 끝도 없이 말하던 가이드를 보며 프랭크 입장에선 당연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관광객들 특히 외국인이라면 그 문화를 이해해주고, 이해해줘야하겠지만 도라산 공원같은 경우에는 정말 내 진짜 말투로 표현하자면, '겁나 빨리 돌아본다'. 걸음을 빨리빨리 해야되는데, 잠깐 뭐 하나를 구경하고 싶어 다가가면 이미 저~ 멀리 가있는 가이드분..ㅠㅠ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 마치 한 관광객으로 한국에 온 것 마냥 돌아야하는 부분은 외국인들에게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건 서로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니 영상 상영관을 제외하고 도라산 공원에서도 영어로 간단히 통역해줄 수 있는 분이 있었으면 더 좋을 거 같다.

 

 

 

그 다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전망대에서 내렸다. 땅굴도 괜찮았지만, 가장 우리의 발을 오래 붙잡아둔 곳은 여기였다. 우리가 닿고싶은 그 땅을 마주서고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아마 프랭크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랬을 거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사진처럼 망원경을 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그 곳에서 한 아이가 소리질렀다.

"우와! 아파트도 보여요. 저기~~" 정말이냐고 하며 내 망원경 시간이 끝나서 그 아이에게 나도 보여달라며 다가갔다.

정말 저게 아파트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어디가 어디인 지 구분이 안가지만 위치라도 파악하고 갈 걸 하는 후회와, 또 저 땅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왜 우리는 이 곳을 망원경을 통해 바라봐야 하는 지, 특별하게 만들어 진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를 건너 듯 출입국사무소를 들려 신원검사를 제대로 받고 와야 하는 건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 사실 나는 통일비전아카데미라는 북한과 한국의 통일에 대해 계속해서 기도하는 몇몇 교회연합과 민족사랑나눔에 의해 만들어진 곳에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서기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그리고 2년 전, 통일관광론이란 수업을 통해 현대 아산에서 일하셔서 북한에도 직접 계셨던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타이밍이 맞물려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는 북한과의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그 소망을 내 안에 자리잡게 하셨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그들의 진짜 삶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줄어들었음을, 다시 그 사실에 대해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 앞에서 돌아볼 수 있었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던 몇몇 친구들, 바라지만 왜 바라는 지 모르던 시간들, 그리고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일이 아니라는 것 마냥 그저 내 삶을 살아가기 바쁜 나.

정말 신기하게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 것 같이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있어 한 폭의 그림같았던 DMZ.. 그 앞에 나는 처음보는 외국인이랑 그렇게 서서 아마도 같은 소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척박한 땅을 바라보는 데 그 가운데 너무 아름다운 땅이 있고, 그 땅은 우리가 함께 견뎌내고, 극복해야할 할 땅이었다.

언제쯤 저길 건널 수 있을까, 금방이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그 끝은 언제일까?

 

 

 

블로그에 올리고 싶지만, 올려도 되는 지 몰라서 일단 내 핸드폰에만 소유중인 음성노트가 있다.


"지금은 열차로 갈 수 있는 최북단역이지만, 오천만 국민의 염원인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북을 넘어 유럽으로 가게 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출발역이 될 것입니다."

 

(실크로드 :  유라시아(유럽+아시아)를 포괄하는...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철도인 SRX)

 

정말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다음은 땅굴체험 + 영상관이다. 땅굴체험은 정말.. 뭐가 없고 정말 땅굴 그 자체였지만 북한군들이 이 땅굴을 팠을 때의 그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에 그냥 말로만 듣던 '땅굴이 있다'라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살아있는 체험'은 이토록 중요하다. 책에서 본 유적지와 실제로 그걸 가서 봤을 때의 교육의 차이는 정말 크구나 느꼈다. 살아있는 체험은 이미지로, 영상으로 우리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기 때문이고 , 그걸 통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 앞 쪽에서 DMZ 투어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 셔틀승강기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걷기 힘드시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거나 하시는 분들은 진심으로 말하는데 승강기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수 있다.

듣자하니, 심장이 안 좋은 분들 중에 말을 안 하고 들어갔다가 숨차서 오시는 분들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웃겼던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가서 제~~일 먼저 그 끝을 보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뚫려있는 투명 창으로 그 땅굴의 끝을 본 뒤 다시 돌아섰을 때, 다른 사람들은 계속 내려오고 있었다. 1등으로 가길 잘했다고 서로 다독였다.

그러다가 중간에 있는 벤치에서 잠깐 쉬었다. 땅굴 안이 좁은데다가 남자들의 경우 천장에 머리가 닿기 때문에 숙이면서 다녀야 했는데, 키가 작은 나도 불편했는데, 프랭크는 오죽 불편했을까. 정말 힘들어보였다.

숨을 고르면서 쉬고 있다가 "갈까?"해서 올라가는데 프랭크가 갑자기 점점 속도를 내는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서 진짜 진심으로 "너무했어!!!!!!!!!!!"를 외치고 싶었지만, 따라가기에도 힘들었고, 소리 지르기도 뭐해서 그냥 "그래.. 너 먼저 올라가라, 이자식아"하고 옆에 같이 걷게 된 꼬마아이랑 여유있게 대화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단체로 왔다는 그 꼬마아이는 계속 땅굴 안에서 "아, 괜히 들어왔어!! 괜히 왔어!!"를 외치며 열심히 걷고 있었다. 갑자기 먼저 휙휙 올라가버린 프랭크가 괜히 얄미웠었지만,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 시간도 참 좋았다.

 

 

 

영상관에 들어가면 우리가 봤던 것들을 역사적으로 술술 풀어내는 영상을 볼 수가 있고, 전시관 문이 닫히고 다같이 들어와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기서 좋았던 건 외국인들을 위한 오디오파일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다른 외국인들이 쓰고 있던 헤드셋을 보고 부리나케 인포로 달려가 가져왔건만 이미 누구한테 얻었는 지 여유있게 "어디 갔다 왔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프랭크.

여기서 느낀건데 나는 계속 프랭크에게 배려를 해주었지만, 딱히 표현을 하면서 배려해주진 않았다. 어디가면 어디간다고, 뭐가 있으면 뭐가 있어서 거기에 간다고. 소소하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지만, 프랭크가 답답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DMZ 관광일정은 끝이었다.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참, 버스 안에서 지난 번에 DMZ구역에 불이 한 번 났던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걸 프랭크에게 설명하다가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거기서 또 내 한계가 드러났다. "네이X에 물어봐야겠다"하고 검색을 해야만 정보를 전할 수 있다는 것. 편한 데, 그만큼 내가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DMZ관광은 내가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프랭크가 질문할 때마다 조금씩 긴장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배우자.. 좀 알자!!!!

 

 

 

다시 서울역으로 컴백. 그리고 우린 지나가다가 경주빵을 봤다.

 

"오~ 경주빵~"

 

"유명한거야?"

 

"응. 나도 경주에 가본 적은 없는데 유명하대."

 

"잠깐만! 너네 엄마가 이거 좋아하실까?"

 

"Maybe?"...........

 

은연중에 "Maybe"라는 단어를 쓰다가 알게 된 내 말하기 습관.

기차에서 뭔가를 말하다가 계속 메이비~ 메이비~ 거릴 때가 있었는데 프랭크가 진지하게 메이비사용법에 대해 알려주었었다.

"Maybe"라고 할 땐 yes인지 no인지 너 의견을 말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원래 우유부단한 성격, 내 한국에서의 말투. 영어도 언어라는 건 1년동안 말하기영어를 하면서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계속 우유부단한 단어선택을 하고 습관처럼 내뱉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저 메이비!는 그 이후로도 유행어처럼 계속 쓰여졌다. 뭐만 하면 자꾸 "이것도 메이비~?"이러면서...ㅎㅎ

 

 

 

"사진 찍을래?"

 

"아니. 포즈 좀 취해봐! 이런 거?"

 

그래서 찍은 사진. 그래서 나도 찍어주겠다고 너도 같은 포즈를 취해보라했더니......

 

"No~~~~~~No~~"거리는 프랭크.

 

DMZ에 다녀오면서 유독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 정말 좋은 친구고, 유쾌하고 재밌는 친구였다는 걸 함께 여행하며 더 많이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계속 우리 가족 카톡방엔 불이 나고 있었다.

 

"하니야, 오고 있니?"

 

"삼겹살 먹을거지?"

 

"어디쯤이니?"

 

.........우리 엄마 정말 짱.....이었다. 너무 고맙고, 내가 프랭크였어도 정말 그 친절에 녹아내렸을 만큼 친절했다.

(엄마, 우리 이때로 다시 돌아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오는 길에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 받다가, 또 장난을 쳤다.

 

"한국에선 너가 나한테 누나.라고 해야되는거야. 자, 그럼 해봐! "

 

"오케이~하니~~~~~~"

 

"ㅡㅡ...아니, 누나. 누나."

 

"아, 그거.. 뭐더라? 오...오빠? 맞나?"

 

"그게 뭐?"

 

"오빠 프랭크~~~"

 

얘네는 (Mr.xxx)이렇게 앞에 붙여서 그런 지 오빠가 앞에 붙는 줄 알았나보다. 이렇게 장난을 치면서 오다보니 부쩍 친해졌구나~하고 괜히 아쉬워지는 마음. 다시 생각해보면 하루라서 아쉬웠지만, 하루라서 나에게도, 우리 가족들에게도 너무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던 거 같다. 모든 조금 아쉬울 때, 조금 모자랄 때가 가장 좋은 거라니까..

 

 

 

 

 

집에 도착하니 밤 8시 반, 집 근처 삼겹살 집을 예약해놓으신 우리 엄마님......

막내 동생 빼고 총 5명이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맛있는 삼겹살 집이 있었다니!!!!하며 우걱우걱 먹었다.

그 와중에 또 우리 엄마는 누가 진짜 아들인 지 헷갈릴 정도로 프랭크 앞으로 고기와 반찬을 슉슉 날아다 주시고,

둘째가 한 마디를 날리자 우리 모두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엄마... 우리 불판이나 신경 좀 써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 내 동생. 아무리 자기도 프랭크가 좋았다지만, 고기 앞에서 한 마디 하는 게 왜이리 웃기던지. 

참.. 배탈이 난 줄도 모르고 그 날 삼겹살을 조금 드시던 아빠는 젓가락을 두고 말도 없이 사라지시더니 다시 집에서 만났다.

프랭크는 제일 마지막까지 냠냠냠냠 하며 삼겹살을 열심히 먹었는데, 정말.... 잘 먹었다.

아시아 3개월 여행 중인 그에게 마지막 일정은 일본에서의 3일이었는데, 그날 밤 식사가 아마 자기한텐 가장 거하게 먹는 마지막 식사가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잘 먹는 게 느껴졌다. 상추쌈을 나보다 더 잘 먹어서 놀라며 먹었는데, 잘 먹어주니 사주는 사람 기분도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신발을 신고나오는 데 가격을 묻는 프랭크. 자기도 돈을 내려고 했나보다. 워낙 서양인들의 더치페이문화는 많이 들었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살 때도, 또 프랭크의 친구가 밥을 살 때도.. "Oh.. my.. Korean is.." 이런 걸 보면 정말 흔치는 않은가.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절대적으로 더치페이를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선 한 턱 쏘는 문화가 훨씬 더 강한 거 같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적은 사람들보다 더 내야만 하는 문화가 더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보면 "잉?"하는 순간들이 좀 있는 거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5분도 안 걸렸다. 그치만 그 짧은 시간은 하루 동안의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거 알아? 너네 가족은 정말... 정말 최고였어. 특히 너네 엄마는... 진짜...."

 

"ㅠㅠ우리도 진짜 좋았어. 얼마나 우리 가족들이 걱정했는 지 말해줬잖아. 근데 나도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은 몰랐어.."

 

"진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많았어.. 브라질에 있다는 친한 친구 있다고 했잖아.

 

걔네 가족하고 함께 있을 때의 그 느낌하고 정말 똑같았어. 정말.. 딱 하루였는데 이 느낌은 평생 쭉 가져갈 것 같아."

 

 

말을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나의 부족한 통역에 엄마 역시 옆에서 계속 한국어로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나도.. 나도 정말 좋았어. 그리고 모든 엄마 마음은 다 똑같지. 앞으로도 하는 일 다 잘 되고, 여행도 잘 하고~"

 

근데 그렇게 진지하고 훈훈하던 대화가 오가고 있던 차에,

"나 지금 중간에서 뭐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빵 터져버렸었다. ㅎㅎㅎㅎㅎㅎ

어쨌든 뭐라고 말해야할 지 모르지만 너무 고마워하는 프랭크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 조금 더 많은 걸 정확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언어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의 100%를 채워주는 건 아니다. 우리의 눈빛이, 마음이, 행동이 그 언어보다 클 때가 많다.

아마 프랭크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따뜻함을 느끼고 돌아갔을 거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끈끈한 정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갔을 거다.

그걸로 너무나 만족스럽다. 맨 처음 카우치서핑을 시작하고, 호스트로 어떻게 그들에게 진짜 한국을 느끼게 해줄 지 고민했을 때, 우리가 그걸 느끼게 해줄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웠다. 너무나 좋은 가족이지만, 누구보다 내 가족이기에 그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가족이라 그만큼의 자신이 없었던 거다. 하지만 우리 가족 한명한명은 내가 생각하고 제한했던 모습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고, 사랑이 많은 가족이었고, 그래서 나도 이만큼 자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 포스팅을 시작한 지 일주일 째인데, 조금 조금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고 있었다.

딱 하루였는데 그 하루의 발자국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일주일 째 그 날을 떠올리며 쓰고 있는 나도 참....대단하다.ㅋㅋㅋㅋㅋㅋ

벌써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오늘은 가족들이랑 서울 나들이로 북촌 한옥마을에 가기로 했다.

차도 없고, 사실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멀리까지 다같이 나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나는 우리가족의 또 다른 여행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꿈꾸게된다. 때론 그 모든 것들이 사치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이상주의인 나에게 있어서는 현실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난 우리가족과 프랭크의 가족들이 언젠가 프랑스에서 만날 것을 꿈꾸게 됐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더... 성숙해질거다 :) 부족한 우리지만, 이렇게 하나의 일을 또 한 번 함께 잘 넘었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가족사랑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는데, 정말 그렇다. 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내가 발견한 또 하나의 소중함이 바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카우치서핑을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거다.

 

 

 

여튼! 이제는 정말 마무리를 해야할 시간! :)

집에 돌아온 후, 프랭크보고 빨리 씻고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ㅜ ㅜ...싶어서 속으론 우울했지만, 겉으론 괜히 늦기 전에 빨리 준비하라며 재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랭크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어느샌가부터 지인들에게는 매일 말하고 다녔던 그 인터뷰 프로젝트! 어쩌다보니 프랭크가 나의 첫 인터뷰이가 되었다.

사실 전 날부터 부탁했던 건데, 이렇게 프랭크가 떠나기 전, 급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정말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원래 최초의 인터뷰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사람 일은 정말 모르나보다. 첫 인터뷰이가 프랭크가 될 줄 내가 어찌 알았을까? DMZ에 가봐야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외국인과 함께 그곳에 가게 될 줄은 몰랐지.. 이토록 인생은 하루하루 예측불가하다. 그래서? 그래서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다! 헤헤!

 

 

프랭크와는 군자에서 바이바이했다. 길을 잘 모를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프랭크가 전철을 타기 전까지 데려다주었다.

아쉬웠던 건, 허그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거? 0.1초? 하하하하핳하하하하 프랭크 보고 있나?

한국말이라 모르겠지만, 여튼 우린 정말 초스피드로 굿바이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헤어졌다.

대신 프랭크로부터 급.선.물을 하나 받았다. 바로 이거이거! 평.안.부? 중국 템플에서 샀다고 했었나..

두 개가 있는 건 줄은 몰랐는데, 이 팔찌와 관련해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한테 중국어 읽을줄 아냐며 자꾸 물어보는데 '한자'에 젬병인 나는 뭐가 뭔지도 몰랐다. 그나마 한문을 조금 아는 엄마는 평안까지는 아셨는데, 그 뒤에 그 '부'자를 몰라서 중국어를 하시는 아시는 분께 카톡까지 보내며 팔찌에 새겨진 저 부적의 뜻을 꼭 알아야겠다며 애를 쓰셨었다. 결국 몇 십분만에 알아오셔가지고는 프랭크 앞에서 아는 척 하시며 막~ 알려주는데 너무 귀여우셨었다.ㅎㅎ

아무튼 프랭크에겐 그 팔찌가 되게 소중해보였다. 기념품이지만, 그래도 뭔가 기운이 느껴져서 계속 갖고 정말 그러길 소망하는.

뭐 부적이 다 그렇다마는..ㅎㅎ 나중에 굿바이메시지를 보내기를, 자기도 사실 하나 더 있다고. 같은 팔찌니까 연결되어있는거라고 안전하게 여행하고, 잘 살자고하더라. ㅠ.ㅠ 흐잉 감동감동!!!! 아..점점 블로그체가 아니라 내 온라인체가 나오고 있다...하하하하ㅎㅎ

 

 

여기까지가 내가 한국에서 보낸 프랭크와의 하루 반의 아주 디테일한 여행이야기다.

나에겐 더없이 소중했던 첫 호스트 도전기, 첫 카우치서핑 도전기, 첫 인터뷰, 첫 프랑스인 친구.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에 대한 확고함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데,

전에도 언급했듯 캐나다 워홀을 가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너무 바래왔던 일들이지만 새삼 '난 왜 워홀을 가려는걸까', '난 왜 여행을 가고 싶어했을까',

'난 왜 다르게 살아가고 싶었던 걸까?', '20대를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나님은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시는가?'

이런 여러 질문들 사이에서 '여행을 통해 그 답을 깨달아갈 것을 기대해도 된다'라는 답을 받은 느낌.

그래,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여행을 다닌다는 건 말도 안될 수 있지만, 난 이걸 이뤄가고 있고

세상을 무대로 움직이고 싶다.라는 소망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20대이다.

 

 

내가 프랭크를 보며 느꼈던 건, 지난 여행관련 강연 때 최효석작가님으로부터 들었던 것처럼 여행좋아하는 사람 치고 안괜찮은 사람 없다는 거?.. 물론 그 분 경험상이겠지만,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많이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과 틀에 갇힌 사람의 생각차이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그리고 이왕이면 난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래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싶다. 아니,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직접 내 발로 걷고, 경험하고, 전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히히.. 마지막으로 단체사진을 투척! 정말 길었던 포스팅의 끝이다.(읽어주신 분들.. 고생많으셨어요ㅠㅠ토닥토닥!!♥)

훗날 이 기록들이 내가 여행관련 책을 냈을 때, 혹은 어디선가 여행관련 글을 쓰고 있을 때 좋은 여행수기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내 버팀목 하나님께, 카우치서핑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신 최효석 작가님께, 좋은 친구가 된 프랭크에게, 정말 든든했던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그리고 여러분!!!!!!!!!! 저는 또 다른 재미진 포스팅과 함께 곧 돌아오겠습니다!

한국나이로는 22살인 프랭크!ㅎㅎㅎ3개월 간 아시아여행을 마치고 다시 호주의 워홀러 일상으로 돌아간 그의 라이프스타일!

궁금하시다면......다음 포스팅인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대해주세요!!!!!!!!!!!!! 그럼 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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