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8. 룸메 사머와의 대화, 이사갈 집 구경하기.
#Day58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우왕. 또 오랜만에 실시간으로 오늘 일기를 오늘 쓰고 있다. 밀린 거 하나하나 올리기 참 귀찮...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는 나를 칭찬한다.
토닥토닥, 잘하고있다! 쉬프트가 거의 없는 한 주를 보내면서 다시 매우 느리고, 조금은 심심한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 걱정해야할 것만 같은데.. 그래도 나름 평안하게 맘 잘 잡고 살고있어서 신기할 따름이다. 방값 낼 땐 또 후덜덜이겠지만...
어떤 면에선 날 푸쉬해야하는 게 맞는데 많이 풀어진 건 인정한다. '퍼져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니 한도 끝도 없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알람도 맞추지 않고 깨고 있다. 근.데? 그런 내가 또 맘에 든다. 참 이상하지;.. 속박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고 싶은 욕구대로 자고,
먹고싶은 욕구대로 먹으며 지내고 있다. 아주 쥐콩만큼의 불안함도 있긴 하지만 애써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자유'를 준 부분도 있다. 감정에 있어서 그렇다. 예전이라면 좀 피했을 법한 인간관계도 여기와서는 좀 더 관대하게, 좀 더 자유롭게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도 자세히 적어둘 수 없는 부분이라 이건 속으로 삼켜버리겠다. 꿀꺽! :D 냠냠.
어슬렁~어슬렁~ 아침 10시쯤 일어나서 룸메표 팬케이크(계란+우유+버터로만 만든!), 그리고 감자튀김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먹을 때마다 행복지수가 퐁퐁(!)올라가는 나. 이히히히히히히히..
오늘은 밋업을 나갈까- 뭘 해야하나- 하다가 결국 또 밀린 블로깅을 택했고,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더 몸이 굼띠었다.
그러다가 오후에 내 바로 앞 방에 사는 그 인디안 룸메! 사머(Samar)와 함께 긴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늘 나눈 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내가 워홀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떤 방향을 갖고 살아야할 지...하는 고민을 더 깊게 해볼 수 있었기에 최대한 기억나는 대화를 다 남기려 한다. 그리고 그 친구에 대한 느낌까지도 모두! :D
1. 사머는 31살.(내 기억으론) 인디안이고,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호의적으로 반겨줬었나?싶기도 한데 뭐 그건 상관없는 거 같고.
장난을 굉장히 잘 쳐서 그냥 가볍고 유쾌한 사람이었다는 게 첫인상이었다. 특히 내가 온 지 몇 일 안되어서 새벽에 문 열고 장미꽃을 내민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나(ㅋㅋㅋㅋㅋ진심) 그 이후로 민망한 지 그 얘기 나오면 그냥 허허 웃으면서 말을 돌리곤 한다. 이럴땐 나이 많아도 귀엽!
2. 손가락에 영혼 반지. 목에도 무슨 힘이 있는 목걸이. 그런 걸 찬다. 뭐 부모님께서 주신거라고 한 거 같은데 목걸이는 창피한 게 있다며 보여주지 않았지만 느낌상 어떤 모양인 지 솔직히 감이 온다. 허허허 부끄.(괜히..) 이건 종교나 문화에 따른 거 같은데 인디안들이 다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3. 한국인 여자친구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면, 저번에도 말했는데 오늘도 말한 걸 보면 상당히 소중했던 여자친구였지 않을까 싶다. 괜히 이럴 때 애국심 느껴지면서 그 여자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좋은 인상. 좋은 연애를 통해 한국사람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으니까!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른 거겠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사머의 여자친구는 이 곳에서 아마 나처럼 짧은 기간동안 있었던 거 같고, 정확히 어떻게 만났는 지는 모르지만 정말 사랑했던 사이였던 거 같다.
최근 그녀는 결혼을 했고, 사머는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한다. 그녀는 똑똑했고, 아름다웠으며, 정말 나이스한 사람이었다고 하는 걸 보면 어떻게 헤어졌는데도 저렇게 연락도 하고, 칭찬도 퍼붓는 지.. 얼마나 사머가 사랑했으며 그녀는 얼마나 멋진 여자였는지 슬며시 상상해본다. 참 멋진여자 였을거라 생각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연애 후 그렇게 기억된다면 좋겠다라고 잠시 생각했다. 처음엔 영어를 못했었는데, 나중에 점점 늘면서 그녀는 지금 해외파견을 여기저기로 다니며 돈도 많이 벌고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4. 사머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Not now.를 강조했고, Kids에 대해서도 Not now라고 말했다. 그치만 뭐 언제든 사랑에 푹- 빠지게 만드는 여자가 생긴다면 또 금세 바뀔지도 모를거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금은 자기 work에 대한 게 우선순위인 것 같았고, 외롭거나 그런 감정보다는 앞으로 여기 캐나다에서 어떤 일을 할 지, 자기의 전공인 마케팅을 살려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그 기회를 열어갈 지 초점을 맞추고 살고 있었다.
아마도 세컨잡을 구해야할 거 같다는 나에게 자기도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 여름엔 토론토로 넘어가볼까-생각도 해본다고 하는데 이건 순전히 새로운 경험, 혹은 또 새로운 직업을 그 곳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이유에서다. 어쨌든 그의 분야는 마케팅이고, 니 역시 그런거에 관심이 많아 자꾸 얘기하고 싶었다.
5. 사머는 자기만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foods에 대한 건데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겠고, 대강 이런거다. 남은 반찬을 homeless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물론 공짜는 아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helping에 대해 관심있을 줄 몰랐는데, 대박!"하며 점점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친구, 그리고 어른이 나타났군!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기뻤다. 얘기하면서 자꾸 동주가 생각났다. 모티베이터 얘기를 하면 나는 초딩 떄 동창 동주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데, 사머 역시 그런 친구가 있었다.
6. 그의 친구는 매 년 4달 정도 아프리카에 가서 학교를 직접 짓는 봉사를 한다고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이건 교육에 관한거고, 또 자기의 초점은 Foods에 있고 Homeless에 있다는 걸 계속 강조했던 사머. 그의 열정이 나에게까지 마구마구 느껴져서 나 역시 너무 관심있는 헬핑에 대해 다시 열정이 붙는 느낌.
맞다! 잊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열정. 그리고 나의 열정이 만나는 시너지같은 게 있다. 그래서 그 선이 닿았을 땐 파지직-거리며 또 다른 불씨를 전염시키는 힘이 있다. 오늘의 대화는 나에게 그랬다. 다시 한 번 작은 불씨를 켜게 만든 대화였다.
7. 그 친구의 또 다른 얘기를 해볼까? 내가 가족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며 미래의 내 프로젝트에서 말하다가 그 친구의 부부생활 이야기를 해줬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정말 오랜 시간동안 한 10년정도였나... 암튼 그 정도를 만난 커플인데도 진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사머가 궁금해서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우리는 싸우면 그 다음 날 무조건 아무렇지 않게 negativity가 전혀 없이 마치 그 전 날의 싸움은 없었던 냥 행동한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버린다고.'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ㅎㅎㅎㅎㅎ듣고서 아...그래 정말 심플한 답이구나. 했다.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커플들은 안하는 거다. 그만큼 어려운거니까. 그치만 하느냐 안하느냐 그 차이일 뿐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 친구의 커플. 참 부럽고, 나도 그렇게 살고싶다.
아, 그러면서 이혼률 증가에 대해 그는 격하게 공감하며 왜 이혼률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Ego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이기적인 서로의 모습. 우리가 아닌 '나'가 강조되어 결국은 파괴되는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헀다. 심지어 여기 캐나다에서도 2-3번의 이혼을 하고 또 만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거기에 나는 'really?'라고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영어가 짧아서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걸 수도) 동시에 얼마나 드라마나 영화 그런 문화콘텐츠들이 우리에게 잘못된 방식의 삶을 이입시키는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린 계속 결혼, 이혼 또 나의 질문으로 인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눴다.
8. 당장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사머. 그리고 요즘 별로 외롭거나 그런 감정은 없고.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머에게 나는 사랑에 대해 물었다.
왜냐면 그는 나보다 아마도 훨-씬 어른처럼 보였고, 경험도 많아보였으니까. 솔직히.... 워킹홀리데이로 여기 온 이상 그리고 여자인 이상, 사랑에 빠지는 게 참 조심스럽고 두렵기도하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나의 경우엔 기도하면서도 여기서 꼭 만나게 해달라고! 이젠 너무 오래 기다려서 지친다고.. 하나님께 막
기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 만나는 게 아니라 신앙이 제대로 선 상태로, 나도 지킬 걸 다 지킬 수 있는 그런 연애 말이다. 그런 나에게 사랑에 대한 건 진짜 좀 어려운 주제이긴 했다. 이 나이 먹도록 뭘 해봤어야 말이지.ㅎㅎ그래서 사머에게 물었다. 자긴 좀 로맨틱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 편으론 moments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경험에서 배워지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린 나중에 고국에 돌아가서 '아.. 이 사람이랑 만나는데 시간을 다써버렸네. 젠장!!!!'이렇게 후회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치만 분명 그 경험으로부터 얻는 것들이 있고, 또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있다고.
9. 결론은 사머랑 오랜 대화 끝에 '순간'에 충실한 것으로부터 배워지는 것들을 놓치지 말자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내가 갖고 있던 걱정들도 조금 더 내려놓을 수 있었고, 뭐랄까.. 다시 평안함. 그리고 중심을 잡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그래서 너가 지금 생각할 때 중요한 게 뭔데?"라고 오히려 나에게 묻는 그에게 나 역시 다시 생각했다.
처음 내가 가졌던 생각들. 그리고 여기 와서 바뀌고 있는 생각들. 또 앞으로도 굳건히 고집스럽게 가져가야 할 생각들. 조금은 바뀌어도 될 것들.
모든 건 바뀌지만 그 속에 변하지 않아야 할 꿈. 소망같은 게 있다는 것도.
10. 마지막으로 그의 배려에 너무 고마웠다. 진짜 초딩같은 영어실력으로 어버버버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막 설명하고,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하며
뜸들이는 그 시간에도 사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킵고잉 킵고잉을 외쳐주더라. 아.. 저게 배려구나, 굿 리스너의 자세구나. 그런 걸 느꼈다.
나에게 영어공부 방법을 알려주며, 이미 캐나다지만, 밖에서 사람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혼자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계속 돌려보고
좋은 표현들을 익히고.. 헀던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꼭 그렇게 하라고 조언해주는 그의 따끔한 충고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러고보니 사머는 계속 나랑 대화할 틈이 생길 때마다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켜주었고, "벽에다 말하는 게 너랑 말하는 것보다 낫겠다!!!"라고 하며
벽에 대고 장난스럽게 영어로 말 걸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11. 겉보고 평가하는 것. 그건 얼마나 쉬운 지 모른다. 대화하고 속을 보는 것. 생각보다 간단한 일인데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자꾸 더 부딪혀보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도전하면서 살자. 여기와서 움츠려드는 부분이 꽤나 많았는데 이젠 그럴 때는 지난 거 같다. 더 이상 노노!!!
그래서...........진짜 진짜 결론은 ㅅ ㅏ머.........고마워용!!!!!!!!!ㅎㅎㅎㅎㅎㅎㅎㅎㅎ힘이 나는 대화였달까!
밖에 나가서 밋업 1시간 2시간 하는 것보다 더 귀한 시간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이번 주 주일에 원래 살던 룸메들 그대로 다같이 이사갈 집을 구경갔다.
주인 아줌마 믿고 가는 거라 그냥 안 보고 가려고 했던 것도 있는데...........가보길 잘 한듯.................
생각보다 좁다 ㅠ.ㅠ...그러나 같은 가격이고. 이걸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나 싶지만 한 편으론 아줌마들이 너무 좋아서 그냥 비싸도 있고 싶은 거 같다.
집 또 구하기 귀찮기도 하고..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도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치만 좁긴 진ㅉㅏ 좁다.......흐규...ㅎㅎㅎㅎ
좋게 생각하고 일단 잘 적응해볼 예정! 엄청 큰 검정색 개 한 마리도 같이 살게 되었는데 워낙 깜짝깜짝 잘 놀래서 괜찮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 여자 방처럼 아늑해서 그건 맘에 든다. 책상도 없었는데 있으니까.......부엌도 뭔가 더 넓고 느낌있으니까!!!!!!!
올드한 집 나름대로 올드한 매력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일단 잘 이사해봐야지!
별 다른 스케쥴 없이 오늘 하루는 그래도 보람차게 잘 보냈다.
때론 좋은 장소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길 같지만, 사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기도 하다.
밴쿠버에 와서 그걸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앞 뒤에는 인도하심이 있다고 믿는다.
이젠 내 노력을 더 가해야할 때. 힘!!!!!!!!!!!!!!!! 내일도 그냥 주어진 것에 있어서 즐기는 하루가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