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2015.10~)/DAILY

#Day271. 닉부이치치를 떠올리게 만든 손님.

honeyliciousworld 2016. 7. 15. 09:12






#Day271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7.11



오늘 나는 닉부이치치를 떠올렸다. 그 분을 떠올리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냥 도움을 청해오는 세이프웨이 손님이었다. 정확히 어떤 도움을 요청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가슴까지 오는 키(참고로 나는 159cm로 ) 정도의 핸섬한 외국인분이 "여기서 일하세요?"하고 말을 걸어오셨다.  죄송한데 전 스타벅스에서 일한다고 하니 그럼 괜찮다고 하면서 돌아서시는데  칼퇴하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붙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기요- 그럼 제가 다른 코워커 불러드릴게요!"하고 매니저님을 불러드렸다. 일반 손님이었다면 '아.. 피곤한데...'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두 팔이 없으시고, 다리도 반 정도만 있으신 많이 불편한 분이셨기에 나도 모르게 더 친절하게 대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얼마나 내 눈에 몸 불편하신 분들을  차별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부끄럽지만 이 나라에서 그 분들을 어떻게 배려하는지 보고 있기에 나 역시 그 일원이 되어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매니저님을 불러드리고 내 사랑 홀푸즈마켓을 들리고 집으로 가려고 랍슨에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왠걸 그 아저씨가 또 계시는거다.

아마 쇼핑을 마치고 타신 듯 했다. 괜히 반가워서 아는 체 하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아저씨를 주목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무거워보이는 백팩을 메고 계셨는데.... 정말 보고만 있어도 많이 먹먹해지는 장면을 눈 앞에서 봤다.

정말 닉부이치치가 내 눈 앞에 나타나 그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못됐지만..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불평을 하고 사는지 또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아주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남이 어려운 걸 보고 내가 감사하고 내가 불평을 멈추는건 아직도 비성숙하다는 얘기밖에 더 되나-싶지만 나란 인간은 이기적이게도 그 분을 보며 얼마나 힘들까- 하니야 너 왜 그렇게 불평하며 사는거니- 감사하지 못하고 사는거니- 다리 좀 아프다고, 서서 일한다고, 그렇게 여기 캐나다까지 너가 원해서 와놓고 또 불평하고 있니-하는 소리들이 계속 내 마음을 후벼팠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더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건 그 분을 보고서야 내가 정신차린다는 거다. 그리고 한 없이 감사한 건 서로가 서로를 보며 영감을 받게 살게 하신 것. 좋게 말하면 그렇다. 스스로 끊임없이 더 감사할 필요가 있다.  



아저씨는 폴더핸드폰을 어깨로 어떻게 잘 조절해서 귀와 완전히 100퍼센트 밀착시켜놓고 통화하셨다. 그리고는 불편한 이들을 위해 배려한 첫 번째 자리에 자기 백팩을 내려놓으려고 하셨다. 그 와중에 옆에 중국 아주머니께서 안쓰러우셨는지 한동안 보고 계시다가 도와주시려고 했지만 괜찮다고 하며 알아서 잘 하시고는 마침내 의자에 앉으셨다. 정말 서계신 키가 딱 의자만큼이었다. 그러고는 아주머니께 감사하다하고 How are you-로 시작되는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셨다.어떤 사연 때문에 그렇게 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역시 쭉.. 다운타운 중앙에 도착할 때까지 그 분을 보며 한 동안 생각에 잠기다 내렸다. 나는 얼마나 그 분의 삶에 공감할 수 있을까. 감히..



나는 감히 닉부이치치의 일상적인 삶을 상상도 못했다. 너무 멋진 분이시고, 희망이 되어주고, 도전하시는 분이라는 걸 안다. 영상에서도 봤다. 감동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감동을 너무나 쉽게 잊는 나는 마치 교회 설교에서 아멘- 아멘-하고 눈물을 주룩 흘리고도.. 뒤 돌아서면 다른 삶을 살아버리는 나였다. 기억공간에 제한이 있기에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내 삶으로 내가 살지 않으면 수 많은 배움들이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라는 사실에 공허해진다. 다시 힘을 내야겠다. 징얼징얼-하기보다는 다시 굳건히 일어나는 법을 또 연약함을 채워가야하는 부분에 있어서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연약함을 서로 감싸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원이 되고 싶다. 그저 워홀러-라고 표현하기에는 여기서 맞이하는 공기 한 움큼, 물 소리 하나- 새로 맛 보는 스낵 한 줌, 버스킹하는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선율 하나 그 모든 게 '그냥'이지 않다는 걸 나도 그리고 당신도 알아야 한다.

내 어깨에 지금 달려있는 팔 두 개. 그리고 이 글을 쓸 수 있는 손가락의 근육, 신경, 세포. 여기까지 편하게 걸어온 두 다리.

그 모든 게 있음에 감사해야할 타이밍이 바로 우리의 젊은 일상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어떤 이가 쓴 한국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요-하며 한국은 더 빠르고, 더 자동적인 그런 좋은 시설 속에서 살아감에도 늘 핵조선이라 하며 스스로의 국가를 비난하기 바쁜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사는지.. 그건 정말 외적인 것에만 문제가 있는건지 우리 안에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 올가두는 것이 문제가 있는건지. 그런 글이 이슈가 됐었다. 둘 다에 이유가 있고 전자에 더 큰 이유가 있을거라고 하는 그것 역시 어쩌면 내 마음이 궁핍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바로 잡기 위해 스스로 포기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국가의 희망이 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국가까지도 안 간다. 내 삶의 희망 정도로 목표를 잡아도 충분하겠다. 한 명 한 명이 제대로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순간들을 만들어갈 때 그 공동체가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갈 테니까 말이다.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도종환의 유명한 시 하나를 공유 하고 싶다.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끝맺음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내가 그 아저씨를 보면서 느낀 건 내 스스로 감사가 부족하고 불평이 많다는 걸 인정하면서 나의 약함, 당신의 약함을 서로 보듬어가며 그렇게 세상을 지으신 분에 의해 세상이 바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잘 살아보자- 따뜻하게 살아보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잊을까봐, 금방 잊고 세상에 물들어 내 이기심이 가득한 채로 세상을 살아갈까 두려워 다시 이 글을 쓴다. 그러니 다들 자신의 약함을 안고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 yay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