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48. Sick day
#Day248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6.18 _ 11:50 A.M
태그로 정리하던 근황을 잠깐 멈추고, 진짜 뤼이이이얼, 지금 이 순간의 근황을 적도록 하겠다.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겪어야 하는 그 날이 시작됐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듯이 핫팩을 배에 갖다대고 있음..
어제부터. 5월 말-6월 들어서 솔직히 내 들쑥날쑥했던 마음도 많이 평안해져갔고, 그.래.서 더욱 이번에 찾아오는 '그.날'은 나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이 쯤이야.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는데 뭔들 못 이겨내겠나-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Whatever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사실 나는 그 날 때마다 설사를 죽죽- 하는데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줄곧 그래왔다. 꽤 오래되었고 말이다.
집을 나섰다. 남자친구랑 같은 시간대라 동시에 출근을 했는데 처음엔 화이팅- 넘치다가 갑자기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가는 도중부터 "아.. 진짜 힘들다"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온도조절이 안되는 걸 느꼈고 급기야 예일타운역에 다와서는 주저앉았다. 다시 힘을 내서 역 밖으로 나왔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힘이 쭉- 빠지고 무조건 화장실을 가야겠다는 마음 뿐이라 남자친구에게 먼저 가라고, 나는 화장실부터 가봐야겠다고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타야할 C23번 버스가 이 절묘한 타이밍에 딱 도착을 해야했고, 화장실을 쓰더라도 세이프웨이에 가서 직원용 화장실을 쓰는게 낫겠다싶은 마음에 일단 그냥 타기로 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앉아갈 수 있었다. 앉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거리가 어디인지 보기도 싫어졌다.
정말 아프고 괴로웠다. 계속해서 하나님, 하나님, 저 얼른 낫게 해주세요. 이제 진짜 잘못 안할게요.라는 급한 회개기도까지 나왔다. 그리고나서는 앞서 말했던 니체의 말을 떠올리며 "제가 이런다고 해서 죽거나, 쓰러지지 않을 거 아는데요. 진심 너무 괴롭잖아요!!!!!!! 으아우가유가갸갹!!!"하며 속으론 진짜 미칠 것 같은 고통을 호소하며 그렇게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내 몸과 영혼을 맡긴 채로 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진짜...HA? 거의 영혼이탈)
지금까지 캐나다에 있는 8달 내내 당연히 나름 규칙적으로 생리도 해왔고, 생리와 동반되었던 설사 역시 죽-죽 해댔지만 그래도 나름 잘 버텨왔고 일도 2번 정도 빼곤 아파도 다 나갔었는데 유독 왜 이러는지 나도 아프니까 마음이 안 좋았다. 여튼 일단 내가 해야할 건 화장실에가서 배아픈 걸 해결하고 그 이후에 것들을 생각해야했다. 하지만 아픈 도중에도 오늘 당장 클로징을 혼자 할 자신이 1도도 없었고, 게다가 내일 오프닝을 해야한다는 건 말 그대로 최.악의 스케쥴이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와.. 이건 진짜 최악의 스케쥴이겠다. 생리통에 오늘 클로징에 또 몇 시간 안 자고 오프닝이라니. 그렇게 1초간 생각을 했다가도 '아냐. 이건 너무 부정적이야! 하나님이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즐겁게 하자. 견딜만하다면 그냥 불평없이 하자! 아자아자! 넌 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가다듬고 분명 집을 나섰는데 나서자마자,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이게 무엇인가..........?
그러나 할 수 없는 거에 대해선 그냥 내려놓기로 하지 않았는가. 푸우-를 하면서 가방도 걸었다 내렸다 할 힘도 없어지자 가디건도 가방도 다 바닥에 내려놓고 지금 일하고 있는 리디아한테 당장 문자를 했다.
I'm already here, Lydia. But I don't think I can do close tonight and open tmr.
I'm soo sorry could you please ask someone help me out? plzzz.
I feel like I'm crazy...TTTT
어제 오전에 리디아가 조금 일찍 나와줄 수 있냐고 해서 5-9시 쉬프트에서 4-9로 한시간 땡긴건데 일단 너무 미안했다.
오히려 내가 똥을 준 느낌..(ㅋㅋㅋ자꾸 똥똥거려서 죄송합니다♥ 요즘 요 표현에 매료되서ㅋㅋㅋ..)
결국 리디아는 8시간 + 1시간(오버워킹) 총 9시간을 일하게 되었고 내일, 그러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나 대신 오프닝쉬프트를 커버해주기로 했다.
Thank god.. 정말 고마웠다. 진심. 그동안은 내가 다른 사람들 쉬프트 커버해주는 역할을 했다면 이젠 나 대신 커버해주는 일도 꽤 생기는구나,하고...
결코 그런 것들에 대해 불평할 게 아니라 이심전심으로 서로 도와야할 타이밍에 돕는 것도 팀이 할 일이구나,싶었다.(이와중에 이런거 깨닫는 나ㅋㅋㅋㅋ진짜 자아성찰 bbbb)
그리고 막 걱정해주시는 초아저씨(높으신 매니저님인데 진짜 너무 자상하고 따뜻하시고, 늘 바른 말 하시는 분이라 존경스러운)까지.... 다들 너무 감사했다.
창백한 얼굴로 화장실가는데 헤이데얼- 하면서 인사해주셨던 할아버지분도, 또 너 괜찮냐고 물어봐주시는 아멜리아 아주머니? 할머니?도.. ㅠㅠ
아플 땐 가족생각도 가족생각이지만,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위로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 같으면 더 외로웠을텐데 이젠 그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 신경쓰게 된 걸 보니... 세이프웨이 사람들이 지금 내 삶에서도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싶은 마음에 따뜻해졌다. 캐나다 사람들, 참 따뜻하다. 캐나다에 모인 사람들이라고 해야 더 맞는 얘기겠지만... 참 따뜻하다. 정말 T^T
그렇게 나는 테이블에 앉아서 닭똥같은 눈물도 흘렸다 괜찮다고 걱정말고 푹 쉬라는 리디아와 초아저씨 앞에서 또 웃었다가...(울다 웃으면 똥꾸멍에 털난다했는데..응?) 생리통약과 설사약을 입 안에 한 번에 털어넣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갔다.
어제 아침에 계란죽을 해먹고는 24시간 물 딱 한 잔 빼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 조금 전에 다시 그 계란죽을 김치와 함께 떠먹었다. 분명 맛없었는데 맛있게 느껴진다.
하하하핳ㅎㅎㅎㅎ...
그 와중에 이렇게 아픈 날에 날 챙겨줄 남자친구가 있음에, 또 위로해주고 직접 도와주는 코워커들이 있기에 마음이 너무 많이 든든했던 순간을 겪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 토론토에서 친한 동생이 다음 달 요 맘 때쯤 오기로 했는데 아프면 신나게 못놀아주기도 하고, 같이 방쓰게 될 입장에서 좀 불편하고 걔도 불편할 수 있어 날짜를 다시 조정했다.
그리고 아픈 날 전전전날에는 밴쿠버의 한 어학원에서 만나 3-4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친구가 밴쿠버로 신혼여행을 와서 같이 식사를 했었다.
그 날 더플라잉피그라는 밴쿠버내 맛집으로 유명한 곳, 그리고 밤 7시부터 새벽 1시까지만 여는 신기한 치즈케이크 맛집도 다녀왔는데 그건 나중에 포스팅 해야겠다.
어제는 쨍-하고 밝더니 고새 또 레인쿠버로 돌아온 오늘. 요즘은 흑색 구름이 몰려왔다가 다시 쩅-하고 해가 떴다가 조금은 쌀쌀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랑 잠깐 통화했더니 거긴 아직 여름도 아니라고 한다. 여름 옷 안사도 될거같다고..ㅎㅎ
어쨌든 오늘까진 편히 쉬고, 어제 못 먹은 밥 냠냠 먹으면서 지내도록 하자! 화이팅! <3 <3 <3 감사하다, 아플 때 쉴 수 있음에!
+
참!!ㅋㅋㅋ어제는 막내동생이랑 페톡을 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내동생!!! 한 달 되었는데 아직 데이트 1번을 못했다는..... 귀여운 중학생이다. 보고싶다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