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23. 나는 정말 좋은 룸메들과 살고 있다.
#Day123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오늘은 오프. 오늘의 두 번째 포스팅.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폭풍..감정을 담아 쓴 개인적인 포스팅을 뒤로하고 또 하나 남기기로 했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가, 괜찮았다가, 가족영화(미나문방구)를 봤다가, 또 울다가, 글을 쓰다가, 막내동생과 통화하며 울다가, 또 괜찮았다가
룸메들에게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가, 또 울컥하다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이렇게 글을 쓴다.
우리 집에는 총 7명이 살고 있다. 우선 주인아줌마인. 그리고 아줌마의 남자친구.
아줌마의 베스트프렌드. 그 분의 아들. 한국인 1명. 인도인 1명. 그리고 나. 그렇게 7명.
우린 이미 가족같다. 온 지 1달만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와 다 같이 살고 있는데 서로의 단점도 알고 장점도 아는 이제 그런 사이로 발전한 것 같다.
물론 막 요일을 정해서 놀고, 바베큐파티를 하고 같이 모여서 도란도란 식사를 하는 가족은 아니다.
그러나 그냥 내가 느끼기엔 어느정도 서로에 대해 적응이 되었고.. 서로가 그냥 오래 같이 지냈음 좋겠고, 하는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서로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정도의 가족이 된 것 같다.
슬픈 와중에 배는 또 왜 그렇게 고픈지. 감자튀김을 해먹으려고 오븐에 감자를 넣었다.
그러자 전기소비가 훨씬 많이 든다고 작은 오븐으로 굽지그러냐고 역시 '엄마'인 테스 아주머니께서 다시 한 번 알려주신다.
그럼 나는 또 저번처럼 'ㅜㅜ맞다. 또 까먹었네요' 하며 다음번엔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새 테스는 내 감자들을 작은 오븐에 옮겨놨다. 그러면서 특유의 유쾌상쾌통쾌한 웃음으로 웃으시며 내가 이거 옮겨놨어=라고 하신다.
엄마이기에, 또 내니를 하셨기에, 워낙 아끼는 삶에 익숙한 아주머니. 보고 배워야한다.
2층집인데 1층에 사는 나, 한국인, 인도인 요렇게 셋이 지지리 청소를 잘 안해서.. (특히 공동으로 쓰는 룸, 화장실. 그렇다고 더럽진 않다;;)
가끔씩 해주시는 게 다 테스아줌마라는 것도 안다. ...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가끔씩 엄마처럼 얘기해주실 때 신기하기도 하고.
타지에서도 역시 엄마로 살아가는건 힘들구나,라는 걸 아줌마를 보며 느낀다. 그러나 정말 대단하다. 엄마는 가장 아름답..다.
너무나 대단한 사랑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내 옆방사머 얘기를 해보자. 그는 정말 좋은 친구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자기도 할아버지가 너무 그립다며 바로 위로해준다.
씻고 문을 닫고 들어와서 앉아있는데 갑자기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괜찮은지 확인하는거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상황. 어떤 분이셨는지. 그리고 사머 역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는 이야기.
또 여기서의 비자만료기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 뭐 그런 것들.
붙잡고 있지 말라고 했다. 대신 그냥 놔두라고.. 슬픈 감정도, 아쉬운 감정도, 서운한 감정도..
잠을 자건, 뭐를 먹건.. 그냥 하라고. 물론 울기도 울겠지만 말이다. 오늘 받은 위로 중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함께했던 메모리들이 다 기억나게된다고.. 그런 말을 했다.
절대 그 후와 전이 같지는 않다고. 아마도 사머 역시 너무 많이 속상해하시는 엄마를 옆에서 케어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인생 중 다른 것보다 이런.. 누군가를 보내야하는 때, 아플 때.. 그런 것들은 정말 많이 힘들다고. 근데 정말 그렇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니까. 뭐가 안 그렇겠냐만은... 사람의 생명은 더 그렇지 않은가..
'That's the life..' 나이 스물 여섯. 아니, 이제 일곱. 정말 신기하리만큼 제작년쯤과는 다른 감정들이 올라온다.
부모를 이해할 순 없지만, 아래로는 자식들을 길러내야하는 고생을. 위로는 늙어가는 부모님을 챙겨야한다는 고생을.
이제는 그냥 말로만이 아니라.. 현실로 그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가족과의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을.. 또 어쩌면 경제적인 것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 가면 더 많이, 더 열심히..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 그렇다.
오늘 막내와 통화하면서 펑펑 또 울게 되었다.
"왜 바꿔줘서 애를 또 울려!"
뒤에서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아마도 막내와 나는 같은 걸 느끼고 있나보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리고 둘째인 남동생에게도 말했다. 지금 거기서 너가 첫째라고. 미안하다고. 함께해주지 못해서..
엄마에게 가장 죄송하지만, 아직은 어린 동생들에게도 적잖이 충격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너무 가까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였으니까 말이다.
무튼.. 조금씩 이성을 되찾되, 절대 ... 절대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 분의 수고를, 그 분의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여기 있어서 드는 죄송함들.. 그러나 그것들로 나를 잡아두지는 말자, 이기적이지만 내가 해야할 건..
내 삶을 이 곳에서, 더 멋진 손녀로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조금 슬퍼하고, 좀 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기도할 시간이다.
하나님 품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다른 룸메들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바이바이-..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욱신거리는 13일, 슬픈 일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배우고 있는걸까.
할아버지 보고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