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19. 정답은 없다
#Day119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2.09
4달을 채웠다. 8달이 남았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매일 숫자를 매기다보니 정확하게 남은 일 수를 체크할 수 있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남은 날을 계수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지혜다. 영원히 살 것처럼 ㅇㅇ하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끝'이란 게 있기 때문에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순간이 더 특별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도 그 떄문이고 말이다.
어제 오늘 참 날이 좋았다. 밴쿠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봄이 온 거 같아'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늦게 일어나서 문득 '그라우스 산'을 검색해본 건 순전히 창문 밖으로 비추는 햇살이 얄미울정도로 따사로워서였다.
곤돌라는 타려면 36불 37불을 내야한다는 리뷰를 보고는 '닫기'를 눌러버렸다. 방세를 미리 내버린 관계로 통장 잔고는 육만원 정도밖에 안남았고,
탈탈 털어 갈 수도 있었지만(제정신이냐?라고 반응 할 수 있음) 이미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던 시각 역시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
결국 그냥 집에 있다가 원래 가려던 '교회'나 가자, 하고 세 번째로 알파코스에 참석했다.
오늘 얘기가 아니라 이건 어제 얘기다. 무거운 내 마음을 따라 교회마저 안 갔으면 분명 후회했을거다. 뭐라도 해야지-하는 마인드로!
알파코스에 가서 우연히 같은 그룹안에 한국분들을 만났다. 예배를 드리는데 좌우에 한국인과 함께 그것도 외국인 교회에서 그렇게 드리니 너무 신기하고 좋더라.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한국인아저씨께 감사했다. 끝나고 그 분이 또 다른 한국인 동갑내기 친구를 소개시켜주어서 그 친구의 일본인 친구까지 해서
4명이서 알파가 끝나고서 팀홀튼가서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나름 좋았던 시간. 게다가 오랜만에 27살 동갑내기를 만나서 비슷한 고민들. 상황들을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결론은 결국 그 날의 알파 말씀처럼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평안하게 주어진 길을 걷는 것.
아저씨랑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개인 사생활이라 어디서 일하고 이런 걸 대놓고 쓰진 않을거지만...(이래서 손 일기가 편하긴 하다ㅜ)
푸드쪽에서 일하시고 스시같은 걸 만드신다고 했다. 4-5년을 한 곳에서 일하시게 되었고, 캐나다로 가족들이 다 넘어오셔서 지내신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계속해서 캐나다를 높이고 한국을 낮추는 내용이 많았는데 물론 '사실이 그렇다'. 동의하고 공감한다.
1. 한국은 여유가 없다. 환경 자체가 계속 그렇게 만들기 때문에 자꾸 푸쉬하고 쪼고.. 그것에 적응되어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지만 그렇게 살아간다. 반면에 캐나다는 사람들이 여유가 넘치고, 상대적으로 모든 면에서 국가가 안정되어있고 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막 가지려는 욕심보다는 유한 편이다.
2. 한국은 좁은 땅에서 막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그렇게 살아가는데 그런 게 너무 안타깝다. 여기서 기회가 닿으면 스폰서가 생기기도 하고, 또 그렇게 즐겁게 일하다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영주권을 얻을 수도 있다. 베네핏이 많다.
3. 근데 캐나다 사회에도 아픔이 많다. 외로운 시티이다. 겉으론 유해보이고 친절해보이지만 속으론 많이 외로워하고 뭔가에 중독되어있기도 하고(아마도 마약같은 것?) 그렇다. 그리고 실제로는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이 말은 인종차별을 의미할수도 있다.)
나조차도 누군가를 만나서 한국의 좋은 점,을 나누기보다 나쁜 점,을 나눌 때가 훨씬 많다는 걸 안다.
그리고 캐내디언에 비해 내 나라를 그렇게 뿌듯해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를 생각해봤을 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근데 이건 내 나라에 대한 '무지'도 한 몫 한다. 그래서 막 욕하기도 부끄럽다. 제대로 알고 말하고 있는가? 아니다.
만약에 너도 여기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붙잡아라, 기도해보고 또 이렇게 여기와서 지내다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고
잘되면 기회가 생겨서 일도 잡고- 시티즌십도 딸 수도 있는거고-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랄까.
좋은 의견이고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룸메들 역시 나에게 항상 말하는 당연시 여겨지는 말들인데...
문득 내 나라에 대한 서글픔같은 게 몽글몽글 올라왔다. ''그래도 우린 한국인인데'
과연 일제시대 때 내 나라를 버리고 정체성을 불분명하게 한 채로 그냥 현실에 순응했던 사람들. 싸우려 하지 않고 그냥 좋게 순응해버린 그들만 '배신자'일까.
젊은 세대로써 이건 정말이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민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인생이고, 이젠 인터내셔널한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내 의견이 너무 보수적인걸까, 싶기도 하고. 나 역시 내 꿈은 인터내셔널하게 노는 사람이고 해외 이곳저곳에서 살아보고 싶고 여행해보고 싶은데 그래도 내 나라를 내 나라처럼 여기지 않는 것...은 좀 아닌데..
물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 또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질타할 수 없는 부분인데 뭐가 옳으냐 틀리냐도 쉽게 판단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한국사람들이 가장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 1위가 캐나다라는 걸 봤다. 이해가 간다.
그 이유가 뭘까,
1. 일단 캐나다는 약자들을 정말 진심으로 챙기려는 나라다. 장애인을 비롯하여 여성, 아이... 등 물론 홈리스 역시 그렇지만 이건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만큼 내가 이 사회의 깊은 곳까지는 다 알진 못하기에. 반면 한국은 마치 '미생'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임신'의 가능성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눈치를 주는 등-
장애인을 돕기 위해 멈춰서 손을 내밀기까지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사회. 아마도 캐나다에선 그런 약자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더 큰 나라인만큼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느껴지는 것 같다.
2. 먹고 생활하는 데 경제적으로 나름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 풀타임 잡을 뛰면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다,라고 느끼는 게 캐나다에 이민 온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다.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통 150~200을 받으면 학자금, 집값(부모님께 얹혀살면 안 들 수도 있다^^..;), 식비, 외식비, 쇼핑비 등 남는 게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3. 저녁이 있는 삶. 한국은 '정'이 넘치는 사회.라는 말도 옛말이라는 말이 있다.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란 걸 나이가 조금씩 먹으면서 깨달아가고 있다. 서로 일이 생기고, 시간대가 달라지고, 사정이 생기면서 가족과 서로 마주보고 밥 먹을 일이 점점 줄어든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기 캐나다 사회에서도 가족하고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는 그 저녁시간이 꽤 중요한 것 같다. 아니 그냥 가족 얘기를 뺴고도 '저녁시간'에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베네핏이 가장 큰 것 같다. 한국에서의 '야근족'들에겐 '꿈의 이야기'일테니까 말이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들로 이 곳에서 조금 더 버티려고, 살아 남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교회 목사님께서 그런 얘길 하셨었다. 아저씨 말과 마찬가지로 밴쿠버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외로운 시티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정말 맞다.
자기의 고향을 떠나와서 자리를 잡기까지... 또 잡아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까, 자기의 결정으로 왔다면 더욱 어디에 어떻게 컴플레인할 수도 없고.
그저 버티고.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 자리를 잡아가려고 노력해야할 뿐이다. 그 속에 쌓인 외로움이란 감정은 잘 다스려야 한다.
더욱이 신앙이 없고, 어디 속한 공동체가 없다면 더욱 힘들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 땅에 와서 자리잡으려는 이유는 분명 있을텐데...... 내 결론은 그냥 '정답은 없다'는 것.
여기가 좋아서 남으려고 하면 남으면 되는 거고, 굳이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곳에 있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돌아가면 되는 것.
누구나 워홀을 와서 이런 생각을 하고, 또 도전도 해보겠지만.. 아직까지는 '글쎄-'다.
내 나라를 잘 알고, 떳떳하게 할 말이 있고, 노력도 해봤으면 모르겠다. 아무튼 반성이 많이 된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어디선가 내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는 건 그만큼 '무지'하니까 자신이 없어서일 수 있다.
적어도 어젠 그랬다. 외국에서의 삶을 늘 동경해오고, 새로운 문화에서의 경험 역시 너무나 좋지만 그걸 '일상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또 도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동시에, 포기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답은....... 정해져있지 않다. ㅜㅜ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지고 살아야하는 것.
그게 어른의 무게인 것 같다.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생자체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일을 시작하는 사회 새내기들인 '친구'들 말처럼 정말 몇 십년 간 일을 해온, 가정을 꾸려온 부모님들이야말로 '어떻게 살아냈을까' '어떻게 그 삶을 버텨오신걸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라고 쭉쭉 써내려온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한탄...? 안타까움...? 막막함?... 그런 것들을 느껴져서 남긴 글이다.
(사실 딱히 특별한 걸 하고있지 않아서.. 어디 여행을 가지 않아서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나누고자 쓰는 글이기도 하다.)
이 의견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의견이 들어올 지도 모르겠고 내 맘이 또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ㅎㅎ
그건 또 그 떄 수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여기서 끝!!
그래도 이런 저런 만남을 통해 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 또 좋다고 느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
+
참, 알파코스 너무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도 어제는 서로 기도하며.. 영어로 한 마디라도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내 어려움을 다 공유할 수 없어 그냥 '요즘 외롭다' 그렇게 나누어버렸지만 사실 난 외롭다기보다... 그냥 갈급함이 있어야 할 타이밍.이었기에 서툰 영어로 삶을 나누고 어려운 것들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그럴 수 있어서 감사했던 밤.
저번에도 말했지만 알파코스의 저녁은 참...................맛 있 다. ㅎㅎ이 날은 빵하고 소고기같은 거.. 조그만 감자볶음 그런 게 나왔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우리 그룹 안에 휠체어를 타신 어떤 여자분도 계셨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아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자세'였다.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어필하려고 한다. 물론 과한 것도 좀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내가 속했던 순모임 안에 어려운 지체들이 있을 때 느꼈던 그런 소외감. 혹은 '저지'해야한다는 그런 마음들.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하고, 어디까지 말하게 해야하고, 표출이 강한 사람들을 어떻게 제어해야하는가.. 뭐 그런 고민들을 했었을 떄와 마찬가지로 아마 여기 리더들도 그런 걱정들을 안고 리드를 하지 않을까,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있던 건 그 여자분이 자신의 의견을 마구마구 표현했을 때 느껴지는 그 에너지가.... 멋있게 느껴졌다.
그냥 같은 사람인 것이다. 색안경을 너무 끼고 바라봤던 건 아닌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다르게'대하려는 그 태도부터가 잘못된 건 아닌지..
더 들어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찌됐건 소그룹안에서 그런 분들이 무언가 얘기하고 나올 때 움츠러들게 하지 말아야한다, 미안하게 느끼도록 하지 말아야한다, 크리스찬 그룹을 어떻게 건강하게 이끌어갈것인가..? 뭐 그런 생각도 하게만들었던 알파 모임이었다 :)
진짜 좋은 것 하나는 !! 보통 밋업처럼 그냥 한 번 보고 끝이 아니라, 그래도 한 번이라도 서로 더 같은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생각하고 기도 한 번 해줄 수 있는
사이가 되어간다는 게 좋다. 교회를 찾고 있는 분들이라면 Coastal church 추천! :DDDD
*오늘
오늘은 뭐 특별할 것 없이 일 6시간 30분하고.. 지금은 새벽 2시반이고, 내일은 또 오프고.
별 다를 것 없이, 화창한 하늘을 바라보며 지냈다. 집에 오는 길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우왕~' 감탄하다가
또 걷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음악도 듣다가.. 그러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밥 먹으려고 했는데.... 스타벅스에서 남은 페스츄리가 좀 있어서....그냥 그거 우걱우걱 먹으면서 집으로 왔다.
그랬더니 밀가루 과다섭취로 또 배가 욱신거려서 유산균을 먹어야했다는 슬픈 설........OTL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제 곧 곧 곧 날씨가 많이 좋아질 것 같은 예감도 들고, 내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는 게 느껴진다.
인터뷰 프로젝트도! 블로그 일상도! 더더 열심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내 마음 관리 몸 관리도 제대로 해야겠다! 빠 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