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16. 띄엄띄엄 스케쥴, 주부 습진, 거듭되는 실수.
#Day116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2.06
띄엄띄엄 스케쥴
요즘 우리 스토어에서, 또 킹 에드워스 스토어에서 띄엄띄엄 스케쥴로 일하고 있다. 원래 없는 쉬프트인데 조금씩이라도 생기는 게 어딘가, 하며
'내일 나와줄 수 있냐'는 부탁에 늘 그래왔던 것처럼 Of course! Sure! Okay!를 외쳐대는 나.
여전히 새벽 3시쯤 자서 아침 11시쯤 깬다. 뒤죽박죽. 홀몬이상으로 약 2주간 흔들흔들-
그와중에 정신줄 붙잡을 때마다 미뤄왔던 인터뷰프로젝트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었다. 영어인터뷰였어서 번역하는데 자신도 없고, 자꾸 중간에 멈추고 뒤로 돌아가고 그 작업이 너무 하기 귀찮아서 그냥 멈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짧지만 2개의 영어인터뷰를 업로드하고나니 완전 뿌듯하다.
미생을 끝내고 연애의발견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나는 정유미언니의 열광팬인데.......★
그녀가 여자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드라마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그 드라마는 꼭 챙겨보게 되는 것.
정유미언니는 예쁠 뿐만 아니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달까.... 그냥 좋다.
같은 여자인데 그냥 바라만봐도 귀엽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묘한 매력이 숨겨져있을 것만 같은 그런 배우다.
특히 그녀가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따박따박 솔직한데, 울컥하게 만드는 그 숨김없으면서도 여우같은 그런 사랑스러운 여자를 연기할 땐 더 매력적이다.
봐야지봐야지-해놓고 2014년 이후로는 드라마보는데 시간낭비하기 싫어져서 미뤄둔 드라마가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연애의 발견.
정말 계속 정주행해서 벌써 12화인가 그렇다. 이건 미생보다도 빠른 속도. 하지만 미생을 이길 순 없다.............ㅎ.ㅎ
주부 습진
나를 꾸준히 괴롭히고 있는 지긋지긋한 너란 녀석, 그 이름은 주부습진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주부습진이냐 하겠지만 사실 한국에서부터 난 주부습진에 지독하게 시달렸다. 물이 많이 닿을 때마다 그랬다.
진짜 물 닿는 직업을 평생직업으로 두진 말아야지, 라고 최근에 100번은 생각하는 것 같다. 요리에 서툴러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요리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손에 물이 닿는 직업이기 때문이다,라고 변명할 수 있을만큼 지금 내 손은 꼴이 말이 아니다. 왜 요리를 들먹이는 지 나도 모르겠다만...(그나마 워홀생활 중 꾸준히 하는 것 중 하나가 요리고, 워홀와서 새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요리라서?)
스타벅스에서 매일 음료를 만들고, 설거지 역시 바리스타의 몫이다보니 물이 닿을 수 밖에 없다. 새니타이저 역시 계속 만져야하고...ㅎㅎ
세제때문인지 물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계속 손이 쩍쩍 갈라지고, 피가 난다.
여기 데일밴드... 굉장히 비싼데 5~7불 막 이렇다. ㅠ.ㅠ 특히 아쿠아밴드 사려고 하면 30개에 저 정도 가격이라 진짜....흐엉엉 살 때마다 눈물 훔치며
사야되는데 세이프웨이 자체에서 데일밴드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그건 붙여봤자 또 금방 떨어지고.. 아쿠아밴드 역시 붙여봤자 하루이틀되면 또 금방 떼지니까 그냥 아깝다. 캐나다에는 신기한 게 마트 안에 혹은 우리나라의 올리브영이나 왓슨스처럼 큰 규모의 드럭스토어에 약국을 다 갖추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우와'하고 입이 딱 벌어질만큼 세세하게 약 구비가 잘 되어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진열해두듯 약이 그만큼 하나의 진열대를 가득 메울만큼 많다. 코워커인 다나가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약국에 가서 물어봐"라고 해서
물어봤을 때도 그냥 답은 물에 닿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 핸드크림을 꾸준히 발라줄 것. 그 외에 다른 건 없다고 했다.
약도 일시적이고 말이다. 이 내용은 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서 유독 하루만 일해도 열 손가락이 쫙쫙 갈라져있는 걸 보면 너무 스스로 안타깝고 딱해보인다. 그래서 그냥 답은 최대한 집에선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만들기. 고무장갑 꼭 끼고 설거지하기. 핸드크림 계속 발라주기. 습진약 발라주기.
이 정도를 지키면서 지내고 있다. 흐엉엉... 내 소 온.......ㆀ
거듭되는 실수
우리 스토어에도 그렇고, 다른 스토에서도 그렇고 트레이닝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꼭 예전 내 모습 그대로라 속으로 풋-풋-하고 웃게 되는데 비웃는 게 아니라 어쩜 초보는 다 저렇게 똑같을까싶어 공감되서 그렇다. 역시 무언가를 처음 도전할 때 누구나 불안해하며 언제쯤이면 이 모든 게 적응될까에 온 신경이 쏠려있다. 유독 나는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 스타벅스 머신을 그려가며 이미지트레이닝을 시도했던 걸 보면 얼마나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불안해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하고 싶어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나는 너무나 즉흥적인 애다. 그런 동시에 어느샌가부터 '준비'를 어느정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조금 배운 것 같다. 불안함을 배움으로 승화시키는 건 그래도 좋은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라고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시간이 지나도 점점 실수는 거듭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킹에드워드에서 아델이 셧다운 버튼을 무릎으로 잘 못 눌러버린 다음에 캐셔머신이 몇 분간 멈춘 적이 있었는데 그 똑같은 실수를 보고서는 우리 스토어에서 바로.........내가 그랬다. 무릎도 아니고 솔직히 뭐로 그 버튼이 눌렸는 지 알 수 없지만 그 증상이 너무도 똑같아서, 또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이 나밖에 없고 그 머신을 만지던 나밖에 없는데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갑자기 셧다운된 머신은 지난 번처럼 몇 분간... 한 15분?간 작동을 안했고. 켜는 동안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매니저님을 다급하게 불렀고 날 트레이닝 시켜준 칼리가 그 시간대 매니지먼트를 맞고 있어서..... 둘이 같이 스타벅스 부스 안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눈치보여서 죽는 줄 알았다. 다 지나고나니 '괜찮아, 원래 이런 실수 많이해'란 어떤 직원의 말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때는 왜 그렇게 미안해하고 민망하고... 죄인같았는지 ㅜㅜ 한 30불이상의 커피를 계속 프리커피로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직접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내 잘못이고, 내가 혼자 있을 때 벌어진 일이고, 특히 스타벅스 매니저인 리디아가 밑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세이프웨이 매니저님에게도 그렇고 리디아에게도 그렇고 죄송했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한 특별한 날이니까요. 그거 알아요? 지금 드리는 커피 무료에요'라고 서브하는 칼리를 보며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매니저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칼리가 너무 바빠보이고, 토요일인 탓에 더 바쁜 매장에서 이리저리 손님에게 불려다니느라 자기 일 못하고 있을걸 생각하니 나 때문에 일어났던 아침 일이 더 미안해지고 뭐라도 막 주고 싶었으나 또 그건 아부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나도 참 소심하다. ㅎㅎㅎㅎ
음료 만들 때의 실수는 이제 은근 아무렇지 않다. 몇 년 된 바리스타도 실수하는데 몇 달 된 나라고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수에 대해 좀 더 관대해 질 필요가 있다. 여기 와서 더욱 느낀다. 어쩌면 워홀을 온 것 자체가 실수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했다.
물론 절대 아니지만...... 여기 와서 벌어지는 큰 실수들. 일하면서 하는 큰 실수들. 그 모든 걸 통해 배우고 있는 장본인은 결국 나다.
결국 바른 길로 돌이킬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실수 역시 어느정도 커버 칠 수 있다. 그러기에 그 실수들로 너무 나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도 그렇고, 뜨거운 물이 줄줄 새는 브루잉머신하며, 시럽을 잘 못 넣어서 손님이 컴플레인할 때며, 인간관계에서 제대로 지킬 선을 지키지 못해 서로의 관계를 망치는 것 하며... 그 모든 실수 안에서 나는 배우고 있다. 그걸 잊지 말아야겠다.
미생에서 오차장님이 그러셨다. 한 번 하면 실수고 실수인 걸 알면서도 계속 그러면 그게 니 실력이라고.
명심해야겠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걸 알면서 계속 걸으면 그건 그냥 내 인생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그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그게 얼마나 내 자신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지.. 그걸 경계해야겠다.
실수 얘기를 하다가 또 심하게 진지해진 글이 되어버렸다. 이런 진지충ㅋㅋㅋㅋㅋㅋ :D
아무튼 난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다. 인터뷰를 포기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고, 나의 본 모습에 대해 깨달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하마터면 한 쪽에 웅크리고 있던 내 자신을 모른 척 그냥 행복하게 룰루랄라 살아갈 뻔 했는데 보듬어줄 내 자신이 구석에 있다는 걸...
돌아보고 있는 요즘. 가족도 보고 싶고, 한 편으로 내 일을 찾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처럼 돈도 벌고 내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도 간혹 하게 되지만
지금 여기, 주어진 감사한 시간 속에서... WHY라는 질문을 계속 멈추지 말고 이어가야겠다.는 게 내 결론이다.
지인언니 말대로 뭐가 진짜 소중한 지, 내가 왜 여기 이 곳에 와있는지. 왜 보내셨는 지. 그거에 더욱 집중하며 살고싶다.
며칠동안 밀린 포스팅은 이걸로 마무리하며 그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