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2015.10~)/DAILY

#Day102. 말랑말랑 내 감정

honeyliciousworld 2016. 1. 24. 19:17






#Day102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2016.01.23


불과 2일 전만 해도 그러니까 3일간 8시간씩 일해야하는 스케쥴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만 해도 굉장히 '으아아ㅏ아아아아악ㄱ!! 일하기 싫다!!!!' 이런 모드였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나니 '그런대로 버틸만 하네~' '오늘은 진짜 잘 웃으면서, 즐기면서 했네!' '오~ 그래도 하루가 흘렀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잘 보낼 수 있었다. 내일은 딱 4시간 클로징만 하면 되는 날. YAY!! :D


오늘은 정말 들쭉날쭉 했던 날이었다. 

지난 이틀동안 닭가슴살 샐러드를 싸갖고 다니면서 나름 돈을 아낀다고 좀 알뜰하게 살았는데 델리에서 먹고싶었던 거 사먹어야지~하고 맘편히 출근했다.

그렇게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지는대로(출근30분전) 일어나서 출근. 새벽 5시 아니, 6시 기상은 어디로 간건지..아하하ㅎㅎ

그리고 그냥 보통의 기분으로 '그래! 오늘만 버티면 거진 오프다!!!'라는 마인드로 시작했다. 벌어들이는 돈과는 전혀 관계없이 쉬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아직 정신차리지 못한 나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너무 내가 대견했다. 어째서 하루에 8시간 넘게, 아니 8시간이 뭐야.. 12시간은 일했던 투잡때의 시절 체력은 어디로 가고 8시간 쉬프트를 못견딘단말인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한 살 더 나이먹고 체력이 다한 걸로^^;;;; 진심...


그리고 점심. 쉬는시간이 찾아왔다.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델리에서 치킨윙먹는 시간!!!! 

왠지 모르지만 그냥 거기선 늘 치킨을 먹고 싶다. 한국에 가서 맛닭꼬.. 아니면 아직 못 먹어본 노란통닭..그런 거 먹고 싶어진다. 츄릅ㅡㅠㅡ

세이프웨이에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실이 따로 있는데 전자레인지, 토스터기, 냉장고, 싱크대 등 기본적으로 가져온 도시락을 간단히 조리해먹거나 보관하기에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D!!


요즘 짬이 나는 시간마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짬 나는 시간에 뭔가를 하는거야말로.. 작은 행복이다ㅠ.ㅠ하하하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갖고 휴게실에 들어갔지만 그냥 왠지 건너에 앉으신 분께 말을 걸고 싶었다.

"겨울 밴쿠버에는 어딜 가는게 좋을까요? 추천 해주세요!" 

"음... 뭐 눈 보러 가거나... 근데 그런 때는 지났으니까~~ ㅎ하하하ㅏ핳핳 휘슬러?"

그렇다. 내가 이걸 물어볼 때마다 거진 다 휘슬러를 가라고 한다. 이미 관광명소로도 유명하고 그래도 투어리스트들을 위해 적당한 좋은 것들이 그 곳에 있나보다.. 아직 안가봐서 그 아름다움도 베네핏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에 가장 가고 싶은 장소는 아무래도 휘슬러가 될 것 같다. 다들 휘슬러 휘슬러 하는 바람에:D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한국 물가 비싸지?"

"네. 비싸요 ㅠㅠㅠ.. 밥 한 끼에 7,8달러? 많이 올랐어요. 근데 웃긴 건 커피랑 밥 값이 비슷해요."

"왓?????????어떻게 그럴 수 있지? "

"스타벅스 커피도 거기가 훨씬 비싸요ㅎㅎ.. 5달러 6달러? 미국에서 왔다지만 너무 비싸요."

"......말도 안돼!! 근데 커피 많이 마신다는 건 알고 있어. 그리고 거기 소고기 가격도 비싸다던데, 사실이야?"


나는 여기에서 뭐라고 대답했는 줄 아는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이 얼마나 무식한 대답인지, 내가 이 대답을 할 거란 걸 '소'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알았지만 막상 내 입에서 모르겠어요,란 대답이 나오자 내가 살아온 사회에 대해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심지어 '소고기먹자.' '진짜? 돼지말고 소? 무슨 날이야?'라는 대화가 오가는 한국의 일상에서 왜 나는 소고기가 상대적으로 비싼 지에 대해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는지. 모를 수도 있지가 아니라 전혀 스스로 생각해보지지 않고 그냥 흘려보낸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느낀다. 

왜 우리나라 물가가 오르고 있는 지, 왜 바다를 건너온 소에 비해 한우는 그렇게 가격이 높은건지, 그 과정은 어떠한 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광우병, 광우병 할 때도 광우병걸린 소를 내가 먹게 될까봐 '으앙 무섭다.'라고 했던 바보가 여기 있다.


정치에 대해 아빠와 살짝 실랑이를 벌일 때 아빠는 내게 '아무것도 모르면서'라고 했다.

근데 사실 난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몰랐다는 건 사회, 정치, 경제, 역사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익히고 싶다지만 가장 잘 알아야할 건 내 자신이다. 내 자신을 모르면서 남을 이해하고 배우면 그 중심이 없어 어떤 게 기준인 지도 모른 채 흔들린다.저 짧은 대화에서 여러가지를 느꼈고, 내가 이 날의 내 감정에 대해 '말랑말랑'하다고 남겼던 이유도 아마 그 이유에서 그랬을거다.

다시 그것들에 대한 배움의 열정을 저 대화에서 느꼈고 모르는 부끄러움에서 느낀 내 모자람에 다시 열정을 보탤 마음이 생겼다.

내 비전카드가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에 감정이 말랑말랑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대화로 돌아가자.

"모르겠어요."

"무튼 너무 신기해. 여기서는 그냥 먹고싶으면 스테이크 사서 구워 먹고  #$&##@ 그래서 한국은 뭐가 싸? "

상대적으로 여기보다 '닭'이 싼 것 같다는 말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쉬워진다.


"그래서 캐나다는 어때?"

"좀 지루한 것 같아요."

요즘 습관처럼 이 말을 자꾸 하게 되는데 자꾸 이 말에 어떤 사람이든 '응, 그렇지?' '좀 지루하지, 밴쿠버가?' 이렇게 맞받아쳐주는 사람들 때문인지 나도 그냥 이렇게 대답해버리는 것 같다. 사실이기는 하나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 건 너 자신이 아닐까?'란 생각이 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올라오는 걸 보면 그 탓은 여기 밴쿠버를 탓할 게 아니라 밴쿠버까지 와서 이렇게 지루하게 살고있는 '나'자신을 탓해야할 문제인 것을 이미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거다.

근데? 그럼에도 지루한 건 지루한 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전!이지만 사실 밤새고싶은 밤에 집 앞 카페에 가서 밤을 새며 블로깅을 할 수 없는 곳이 여기다.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는 무려 오후 8시에 문을 닫으니 말 다했다.

휘황찬란하고 복잡한대신 밤에도 놀거리가 무궁무진한 한국. 그 땐 별로 비교대상이 없어서 잘 몰랐던 것 뿐이지, 그 삶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 나에게 반대편에 앉아있던 또 다른 아저씨가 직격탄을 날리셨다.


'Life is what you make'


'맞아요.....완전 동의해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아주 강한 말.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계속 되뇌이고 곱씹으며 왔던 말이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진짜 말랑말랑하게 만든 아저씨의 저 말은 너무나 당연하고 어디 자기계발서에서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그냥 그런 명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을 많이 울렸다. 밴쿠버에서 뭘 어떻게 지내려하든 그건 너의 몫이었다. 그건 그냥 너다. 책임을 묻는 말이기도 했고, 나에게 그래서 어떡할래라는 앞으로 남은 날들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할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너무 고마웠다.



정말 이상하게 도전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감사했다. 

쉬는 시간에 난 그저 '겨울에 갈만한 추천 장소'를 물어봤던 건데 그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의 20분동안은 아저씨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돌아볼만한 키워드를 얻은 기분. 따끔한 한 방에 속이 뻥 뚫렸던 거다.



이외에도 말 많고 사람 많은 중국보다는 물가도 비슷하고 환경이 좋은 태국이 더 살기 좋아서 자기 동생은 거기에서 살고 있다고.하는 그런 이야기도 듣고.

(물가 얘기를 하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 지 모르겠는데 이 얘길 왜 하셨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ㅎㅎㅎㅎㅎㅎ)




이 날의 저 짧은 대화를 통해서 나는 그 다다음 날 좀 더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은 비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파코스'를 나가 리얼 현지인들과 순모임을 처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토록 한 마디의 말은 중요하다. 한 사람의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 수 있고, 행동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날.... 나는. 조금 많이 행복했다. :)

왜냐하면 스스로 가벼워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너무 묶여있었던 건 아닐까.

여튼 난 다시 내가 하려했던 걸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하루하루의 힘을 잊지 말고, 내가 선택할 하루가 기쁨인지 우울함인지. 늘 아침에 일어나 여기에 있음을 더 감사하고 싶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