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째. 달갑지 않으면서도 달가운 급노동, 과자 테라, $2.7 스테이크 꿀맛, 진지모드
41st day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아..또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기를 쓰고 있다. 일찍 퇴근했음에도 참 이것저것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구나하고 또 느낀다.
한국같았으면 날 더 푸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밑에 글에서도 말했듯 '캐나다'여서 느슨해진 것들이 많아지고있다.
어떤게 옳고, 그르냐하기 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날 내비두고싶은 마음 반, 혹은 좀 추스르고 분간해야겠다는 마음 반인 요즘.
결론은 둘 다 필요하다는 것.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오늘 또 제대로 포스팅못하고 넘어가서 밀릴까봐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글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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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매니저)가 널 부를지도 몰라. 월요일에 일하는 거 싫어하니까ㅎㅎㅎ근데 안나와도 되는거야, 왜? 너 스케쥴이 아니니까!!! 너 선택이야. 오케이?'
그리고 오늘 아침, 새이건 말대로 문자가 와 있었다. "Hope I'm not waking you. Are you able to work today?"
내가 일어난 시각 3분 전에 문자가 와 있었고, 귓가에 들리는 작은 진동소리에 깬 거 같기도했다.
일어나자마자 일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시작됐다.
'컨디션도 안 좋고 피곤한데...'
근데 그러면서도 "아냐! 어제도 잘 이겨냈는데 뭐!" "그래. 믿음으로!!!!!" "돈을 생각하자!!!!!!!너 쉬프트 별로 못받았잖아!"
곧바로 스케쥴러를 체크하며 2주간 얼마나 일했나 따져보고는 잠깐 고민하던 내 머리를 멈춘 채 내 손가락은 이미 "Okay"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 가고말고가 어딨어. 난..지금....가난해ㅜㅡㅜ방값, 교통비내면 돈도 없....잖아"
이게 워홀러의 현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퇴근중인 지금, 스스로를 칭찬하며 손에 들린 무려 4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ㅎㄷㄷ), 오십퍼센트 할인해서 산 2.7달러 스테이크 하나들고 퇴근하고 있는 자체가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하다. 집에서 점심 저녁 싸오자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델리에서 뭐 사먹게되는 거 보면 참... 다시 돈을 물쓰듯 썼던 이십대 초 알바생활로 돌아가는 거 같다.
물론 여기선 조금씩 온전히 나를 위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순간순간을 즐기자!먹자!판으로 살고있긴하다.
그 즐김이 자꾸 "식탐"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사실 내 건강을 위해서도 그리 좋지 않은 흐름인데..
이걸 어떻게 자제하고, 개선할 지 도무지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아후아
이게 요즘 내 생활이다.
먹을 게 80퍼센트, 아니 90퍼센트는 차지하는 거 같다. 한국에서 모찌알바하면서 모찌 먹고 버텼을 때, 아니면 김밥 한 줄에 힘냈을 때를 생각해야하는데!!!!!!
캐나다니까- 라는 말로 모든 식탐이 허용되는 것 마냥 아주그냥..물불가리지 않고 먹을거로 보이는 먹을 거는 입으로 다 넣는 느낌ㅡㅡ..
< 깨알 먹방 후기 >
캐나다에서 도리토스, 감자칩, 체다치즈(오가닉이었는데 진짜 쌩소금먹는줄..), 포키 녹차맛, 초코칩 쿠키, 브라우니 등 여러 과자를 먹어보며
꽤 많은 실패를 했다. 아직 못 먹어 본 과장 종류가 참 많지만...(욕심) 요 과자는 나름 추천하는 과자!
Low sodium이기도 하고, 왠지 생긴 것부터가 그래도 건강해보이는 느낌이지 않은가.
사실...안 건강하다. 170g짜리 과자인데 40g에 Fat 18% 뭐 그런식..ㅎㅎ
그래. 솔직히 인정. 과자가 건강할 수가 없지... 정말 비싼 거 아니고선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근데 이것도 사실 되게 비싼데...ㅠㅠ)
"여긴 과자가 무슨 죄다 3-4천원대야!!! 짱비싸!!"라고 했지만 사실 시급을 따져봤을 때 한국과 별반 다른 건 없다.
캐나다에서 스테이크가 꽤 저렴해서 많이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거 50%할인해서 2.7달러에 샀다. 2500원정도?!... 헤헤 :D 신난다!
사실 이 날 구매한 거 보면 다 새이건따라 산 건데, 쉬는시간마다 쇼핑을 그렇게 하고 딱 칼퇴를 하는 걸 좋아하는 새이건은
뭐가 싸고, 뭐가 맛있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다 알려준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새이건의 쇼핑목록을 염탐할 듯... 싶다.
집 오는 길에 C23버스를 타고 예일타운에서 내리는 걸 깜빡, 그렇게 또 한 역을 지나쳤다. 이제는 뭐 익숙하다.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 한 역을 지나치는 것, 덜 가서 내리는 것. 그냥 이게 나....★
그냥 긍정적으로 '하마터면 이걸 못 보고 갈 뻔 했잖아?'하고 그냥 그 풍경을 가끔 즐겨주면 그걸로 된거다.
(다만, 약속이 있거나 일에 가야하는데 그러면 진짜 쉣....)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한 커뮤니티 센터 안에 기차를 봤다. 투어리스트를 위한 정보서같은 것도 있던데 문이 닫혀있어 정확히 뭐하는데인진 잘 모르겠다.
여튼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가장 중심을 잡고 가야할 건 역시나 "믿음"이다. 여기에 오게하신 목적과 또 내가 배울것들에 넋놓고 있지 말기.
챙길 정신은 똑바로 챙기고, 즐길 건 미친듯이 즐기자고 다짐한다. 어불성설일 수 있지만, 욕심이 많을수록 좀 더 내려놓으려고 한다.
내가 내려놓을 때가 되어서야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다시 말하는데 붙잡을 중심은 분명 딱! 붙잡고, 누릴 건 제대로 누리자:)
특히 선물같은 이 땅 밴쿠버에서의 1년은 더욱-!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런 삶이고 싶다.
참, 오늘 또 느꼈는데.. 같이 일하는 코워커중에 데이비드 아저씨가 계신다. 나도 나이가 꽤 들면서 이제 아저씨인지, 오빠인지 좀 호칭이 애매하지만
다행히 여기선 그런게 없어서 그냥 데이비드.라고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 분은 보통 저녁 5시-9시까지 요즘 내가 주로 맡고 있는 클로징업무를 담당하는데
그 앞 시간엔 무려 '파일럿'으로 일하신다고 하신다. 내가 어느 날 "일 하기 전에 뭐하다 왔어요?"라고 묻자 "일하고 왔지."하며 조종사를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또 새이건(또 다른 코워커)으로부터 들었는데 데이비드는 '서버'도 한다는 거다. 그거 듣고 오늘 "서버도 한다면서요!!"하니까 지금은 안하는데
가끔 크리스마스같은 휴일 때 Extra money를 벌려고 한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새이건 말처럼 그는 자신의 일을 모두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꾸 난 데이비드의 삶이 궁금하다. 내가 예전에 모델 강승현언니의 삶을 보며 느꼈던 그런 부러운 감정, 또 닮고싶고 대단하다고 느꼈던 그런 걸
데이비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기 때문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멀티태스커'체질인가?
대신 그 안에 가장 중요한건 'Fun'이라는 요소이다.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아 왜 이렇게 힘들어... 언제 집에가...'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세가지의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재밌고~ 좋네~'라고 휙휙 뭔가 열정적으로 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가 따르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나도 가능한 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아니 꼭 그렇게 살고 싶다. 데이빗을 보면서 또 하나 생각한 건 '그래, 내가 너무 심각하게 또 어렵게 생각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냥 때론 심플하게
또 쿨하게 휙- 넘길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재밌는 걸 발견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
아
또 하나는 아무래도 스타벅스에서 일하다보니 고객들과 또 1:1로 얼굴을 마주하고, 서비스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한국에선 그나마 말이라도 다~~ 통하지, 여기선 버벅거리기 일쑤다. 그래서 얼굴에 웃음장착은 기본이요, 늘 고객이 뭐가 필요한 지 미리 관찰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근데 가끔 내 모자란 영어때문에 실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대체로 "아니야. 넌 배우는 중이잖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다독이는 손님들이 많은 반면
'I mean..'하면서 한숨을 쉬시고 넘어가시거나, '3번이나 말했어!'라며 호통치시는 분들도 많다. 물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온전히 영어를 잘 못하는 내 잘못이지만 각 사람마다 다른 반응에 많은 걸 또 느끼고 있다. 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인가. 당연히 유한 사람이고 싶다.
.. 이 주제에 대해선 나중에 또 자세히 글을 쓰고 싶으니까 이 정도로 해두자!. ;D
아무튼 오늘 하루도 예정에는 없었지만 감사하게 7시간의 쉬프트를 받고, 열심히 일한 걸로 만족! 수고했다. 데얼데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