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8.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따뜻한 순간들.
#Day38
in Vancouver
Writer : Hani Kim
오늘은 별 일이 없었다. :D
그냥 한인마트가서 김치 사오고, 스팸, 참치 등 이것저것 사고 급 족.발! 사다가 아침 먹은지 2시간만에 또 상추랑 쌈해서 맛있게 냠냠 먹었다.
나는 진짜.........사람인가 돼지인가......할 정도로 요즘 먹는 걸 너무 못 참는다. 닥치는대로 입에 가져다 먹는다.
Fasting이 설교였던 2주 전, 분명 나는 금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고민은 뒤로 한채 그저 내 배 채우기 바쁘게, 또 그걸 우선순위로 두고 기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오늘은 먹은 거, 날씨좋았던 거, 장 본거, 일한 거, 희철선배가 탕수육 갖다줘서 맛있게 먹었던 거 그게 전부라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어제부터 오늘, 그리고 아마 주일까지 날씨가 굉장히 좋을 거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괜히 들떠보이는 느낌은 그냥 내 느낌일까?
레인쿠버에서 햇빛은 '마실'이라도 나가게, '비타민D'라도 공급받게 하는 존재이다.
밀린 후기를 하나하나 남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날씨가 좋은 밴쿠버를 감히 뿌리치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붙어있기가 좀 그렇다.
헤헤헤헤헤....... :D블로거이기 전에 나는 여행자니까!
그리고 오늘은 그냥 요 몇일동안 따뜻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매번 블론드커피를 1 and 1/2 스쿱만 내려달라고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근데 어느샌가부터 아내분과 함께 오시더니, 아내에게 어떤 사이즈의 커피를 먹을거냐고
물으신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그 모습을 보는데 왜 이리 따뜻한 지, 사실 예전에 내가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을 때 어떻게 계산을 해야하는 지도 잘 몰라서
오히려 할아버지께 여쭤보곤 했었다. 원래를 3스쿱이 기본인데 그럼 나는 어떤 사이즈로 쳐야하는 지 그런 게 너무 헷갈려서...ㅎㅎ
그럴 때마다 처음엔 뭔가 칼같이 단호한 할아버지신 줄 알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나니 나 너무 잘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매니저님 앞에서 막 칭찬해주셨던 분이다.
그런 분이 아내를 향해 계속 뭔가 배려하고, 앉아있으라 하고... 또 그저 커피를 즐기시는 그 노부부의 사랑이 은은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나도 나중에 내 남편과 저렇게 커피 한 잔- 또 서로 배려하는 그런 그림이기를, 소소한 시간을 즐기며 사는 노부부이기를 :)
또 하나는....
오늘 그냥 어떤 기사 아저씨가 혼자 종착역에서 다시 출발하시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보온병에 담아오신 따뜻한 음료(커피로 예상해보지만ㅎㅎ)를 컵에 따라드시는 딱 2-3초의 그 장면. 그거 역시 너무 찡하게 느껴졌다.
고생하시네요~라는 게 아니라 그냥 나도 일을 마치고라서 그런 지.. 동질감이 느껴진걸까,
아니 동질감이라기보단 그냥 그 음료를 따라드시는 그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누가 그 따뜻한 음료를 준비했든간에, 그걸 입으로 들이키는 순간
따뜻해질 것이고..또 그걸 준비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자신이든 아내든 친구든.. 참 따뜻한 선물처럼 느껴질 거 같았기에!
바로 앞 차를 타고 가야되는 나는 아저씨가 5분 후에 출발한다고 하셔서 다행히 잉글리시베이의 밤은 어떤지,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꼭 보고싶어서 빠른 속도로 내려가서 불빛과 어둠, 그리고 딱 바다가 펼쳐진 곳.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그냥 잔잔한 잉글리시베이를 진짜 딱 1분만 보고 다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내 가방 안에는 희철선배가 준 탕수육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했다.ㅠ.ㅠ...
타지 오면 진짜 진짜 뭔가 하나 받아도 다 크게 크게 느껴지는 거 같고, 실제로도 훨씬 훨씬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이 더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탕수육......은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ㅜ^ㅠ....
오늘 일기는 이렇게 끝-!
아, 그리고 아침얘기로 돌아가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
룸메 차주는.. 천사요리사라고 해두자 ㅎ.ㅎ....
오늘도 나에게 요리를 하사하셨고, 늦게 퇴근해서 일찍 일어나가지고 요리를... ㅠ0ㅠㅠ0ㅠㅠ0ㅠ해주는 천사...
무려 계란안에 치즈가 들어있다. tex치즈라나...ㅋㅋㅋ헤헤
암튼 감사히 잘먹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꿈 얘기를 빼먹었다.
이 날은 정말 소름돋는 꿈을 꿨다. 요즘 참 마음이 무겁고, 아픈 소식들이 네이버 뉴스 헤드라인에 가득 차 있다.
새벽 4시쯤 잠깐 깼다가 다시 잠 들었는데 그 깬 사이에 말리 관련 기사를 봤었다. 그러고 다시 잠든 지 2시간 만에 또 다시 깼다.
정말 이건 개꿈이라 할 수도 있을만큼 뭔가 뒤죽박죽이었지만 그 내용은 IS에게 쫓기는 거였다.
마음이 딴데 가 있어서, 시험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저 뉴스를 보고 자서 또 내 마음이 어지러운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 난 멘탈이 아주 강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다고 뉴스에 뜨면- 걱정부터 시작하는 약한 영혼이다. 그래서 늘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고!
여튼 꿈에서의 배경은 어떤 숙소였다. 꽤 큰 규모의 숙소였고, 꼭 그게 말리호텔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나는 왠지 선교를 온 느낌?이었다.(확실치는 않았지만 그냥 느낌상)
그런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꿈 속에서의 나는 이미 그 상황이 IS가 침입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진짜 진짜 진짜 무서웠고, 어제 아침 꿈이라 그 느낌들이 많이 잊혀졌지만 6시에 깼을 때 다시 그 꿈 속으로 들어갈까봐 바로 잠을 못 잤었다.
내가 기억하는 장면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내가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을 때 약간 광장같은 커다란 곳에 이미 폴리스 몇 명이 대치되어있고,
나름 덩치가 있으신 든든한 흑인분이셨는데 그 분이 갑자기 막 우리 건물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고, 총소리가 들리고, 나와 방에 있던 사람들? 아니면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되냐며 분주하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느끼기에 혼자 어디론가 안전한 곳을 찾으려고 애썼던 거 같다.
그냥 모든 게 불확실한 그 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살 구멍을 찾아 헤매이고 있었다. 근데 그 마음은 '정말 살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오는 간절함, 그리고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같은 거 였는데.. 진짜 진짜.. 무서웠다. 솔직히.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계단을 기어올라가고 있었다는 거.
꿈이니까 당연히 상황이 계속 바뀌긴 한다. 그러고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려고 하는 지, 다행히 버스에 다 올랐다.
근데 그 전엔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많이 어이없는 웃음포인트였는데....
그 와중에 내가 김미선이랑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통로같은 스타벅스였는데, 좀 희한한 구조의 back이었고, 시럽두는 위치나 시럽 케이스 이런게 다 달라서
막 헤매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 지점에 망구가 자기 친구들이랑 커피 주문을 해서 '오!! 연주네!!'하면서 걔네 줄 캬라멜 마끼아또를 2개 만들고 있었다.
"미선아, 너가 하나 만들어, 내가 하나 만들께!' 하면서 그 와중에 저 말을 하고 에스프레소 샷을 우유 위로 부은 것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러고나서 얼른 달려가서 버스를 타야만 내가 도망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막 엄청 급한 상황에서도 내 할일을 하고, 다시 막 달렸다.
그러고나서의 장면이 버스 장면인지, 아님 달리다가 끝났는 지 모르겠는데....여튼 안전한 곳으로 마지막엔 결국 탁- 탄 느낌으로 끝났다.
이게 기억하는 전부. 참........깨고 나서 먹먹했다.
그리고 몰려오는 두려움과 안도감에 나는 기도할 수 밖에 없었고, 옆 방에 룸메가 집 온게 4시라 분명 자고 있을텐데...솔직히 막 깨우고싶었다.
집에 있었다면 당장 엄마아빠에게 달려갔을텐데,라는 본능적인 어린아이마음으로.
그래서 더 기도하며, 내가 훗날 그것들이 두려워서 하나님을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또한 하나님 안에서 계속 평안을 누리고 싶다는 기도를.
하지만 내가 주님 눈으로 세상의 아픔들을 더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여기가 내 방이고, 내가 앞으로 11개월은 살아갈 수 있는 밴쿠버라는 것에 감사가 되기도, 조금은 두렵기도 했던 거 같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만큼 여긴 다문화주의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고, 정말 많은 세계의 사람들이 한데모여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니 말이다.
인간의 나약함, 하지만 내 머리 맡에 둔 '시랑은 두려움을 이긴다'라는 메시지처럼, 테러를 당한 모든 그 지역 사람들 가운데...
다시금 사랑이라는 단어가, 더 강해지는 시간들이 되기를... 그게 욕심일지언정, 그렇게 되어야만 다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그러길 기도할거다. 꿈 하나에 조금 더 그들의 아픔, 슬픔. 세계가 처한 상황들이 이해가 가고, 깊이 느껴지니 이것도 어찌보면 완전 내 일이 아닌 것 마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나에게 품도록 주신 기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섭지만 감사한 꿈. 계속, 기도하고.. 잊지 않기를.
그렇게보면 세월호도 또 다른 맥락에서 같은 건데, 너무도 쉽게 잊고 나 역시 그들에 대한 마음을 두지 못한 것이 죄스럽다. 정말,..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사회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수많은 사고가 이루어져야 하며, 고뇌도 할 줄 알아야하는데 정말 많이 부족하다.
훈련이 필요하고, 세상을 볼 줄 아는 시각을 더 넓혀야만 한다. 응.. 진짜 필요하다! 휴. 기도하자 기도 하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