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외국인 놀이. 현지인 놀이.
honeyliciousworld
2013. 5. 3. 01:02
가끔 내 자신이 '객관적'인 생각을 아예 안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제 3자'의 입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을 때, 그 사실을 깨달은 그 일시적인 순간만이 날 객관적으로 만든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면 보지 않으려 해도 나와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쭉 타고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 시작했다.
눈 알이 평상시보다 더, 더, 더 굴러간다. 본능적으로.
이름하여 외국인 놀이. 그냥 고개를 쳐들고 옆 에스컬레이터를 보거나 계단을 보는 걸로는 부족하다.
난 한국으로 이민 온, 혹은 유학 온 외국인이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국인들은 어떤 표정을 담고 살아갈까 궁금해진다.
피곤에 찌들어 뻐근한 목을 좌우로 까딱거리는 아줌마,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입벌린 채 있는 총각
스마트폰을 응시한 채 눈알만 열심히 돌리는 아저씨, 표정이란 것을 누군가 죄다 빼앗아버린 것 마냥 멍때리는 아가씨
외국인 놀이를 나홀로 하고 있던 그 때 만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들 모두에게
'나라도 밝게 웃어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어색하지만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보았다. 무척이나 어색했던 에스컬레이터였다.